현재 한국에서 허저족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은 출판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본서에서는 허저족의 다양한 측면을 총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하였다.
본서의 집필은 한국 연구자 4명, 중국 연구자 3명이 담당하였다. 한국 연구자는 엄순천 교수가 언어, 조우현 교수가 복식문화, 한동수 교수가 주거문화에 대하여 집필하였다. 중국 연구자 중 우야즈 교수는 역사와 사회조직에 대하여, 허위팡 교수는 생산활동, 음식문화, 통과의례에 대하여, 황런위안 교수는 샤머니즘과 민간신앙에 대하여 집필하였다. 본서의 기획자인 김인희 연구위원은 첫 장인 1장과 마지막 장인 11장을 집필하여 여러 명의 필자가 공동으로 집필함으로써 야기되는 통일성의 결함을 보충하고자 하였다.
1장에서는 허저족의 의미, 분포 지역, 지리적 조건, 인구 등에 대해 소개하여 허저족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지식을 제공하였다.
2장은 허저족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설명이다. 허저족의 조상은 만주족의 조상과 역사적으로나 민족학적으로 볼 때 동일한 공동체에 속하였는데, 일반적으로 숙신과 읍루가 기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숙신과 읍루는 계속적인 분화와 동화를 통하여 만족과 허저족이 되었는데, 허저족이 하나의 민족으로 성립된 것은 청나라 시기 만주족과의 대립 과정에서 민족의식이 싹텄기 때문이다.
3장은 허저족의 언어에 관한 것이다. 허저어는 사용자의 수가 점점 줄어 이제는 절멸 위기의 언어로 분류되고 있다. 허저어는 알타이어족 퉁구스어파 남부분파에 속하며 단어 뒤에 문법요소가 붙는 교착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허저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가, 문자, 교육, 농업, 광물, 철, 소재, 무기, 도구, 군사 활동 등과 관련된 용어가 많다는 사실로, 이는 허저족의 형성 시기가 아주 고대로 거슬러 올라갈 뿐만 고대 허저족이 다방면에서 제법 발달한 문화를 소유했고 선진문화를 소유한 주변 민족과의 접촉이 활발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4장에서는 사회조직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하라는 씨족공동체를 말하며, 모쿤은 가족공동체를 말한다. 최초의 하라와 모쿤은 뚜렷하게 구분되었으나, 씨족이 와해되면서 점차 성씨로 변하게 되었는데 이를 하라모쿤이라 한다. 청나라 시기에는 하라모쿤 조직이 유지됨과 동시에 청나라 정부가 설치한 행정단위인 가샨이 등장하여 양립하였다. 민국 시기에 이르면 한족 지도자가 허저족 지역에 파견됨으로 인하여 하라모쿤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5장은 허저족의 전통적인 경제활동인 어렵, 수렵, 채집에 대한 설명이다. 허저족은 수렵, 어렵, 채집 중 한 가지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는 없으며, 이들은 서로 보완적이다. 그러나 헤이룽강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허저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생산활동은 어렵임을 지적하고, 계절에 따른 어렵활동, 어렵 공구와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6장은 허저족의 복식문화에 대한 설명이다. 허저족 복식의 가장 큰 특징은 물고기 가죽, 즉 어피를 이용해 옷을 만든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현지에서 직접 어피로 만든 복식을 조사하고 어피 제작자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어피 복식의 종류, 조형적 특징, 제작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허저족의 독특한 복식인 어피 복식을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7장은 허저족의 음식문화에 대한 연구로, 허저족은 어류를 주식으로 하여 육류와 채집한 나물류를 먹었다. 허저족은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것을 즐기는데, 특히 냉동된 상태로 먹는 것을 좋아하였다. 이와 같은 식용 방법은 생선과 육류 중심의 식생활로 인하여 야기되는 비타민이나 무기질의 부족을 보충해 준다고 한다.
8장은 허저족의 주거생활에 대한 소개이다. 허저족이 거주하는 지역은 겨울철이 아주 길고 추우며 수렵과 어렵에 종사하는 생산방식으로 인하여 여름철의 이동식 주거와 겨울철의 고정식 주거를 혼용하였다. 필자는 기존의 조사된 자료와 현재 복원된 자료를 중심으로 허저족이 생활했던 주거건축의 형식과 특징을 살펴보고, 주변 지역에서 허저족의 주거건축과 유사한 사례를 찾아 상호관계성을 추적하였는데, 다양한 사진과 도면자료를 이용하여 허저족 주거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9장은 통과의례에 관한 부분으로 출생의례, 혼례, 장례에 대해 설명하였다. 먼저 출생의례를 살펴보면 허저족 사회는 남성중심사회로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여성들에게 여러 가지 금기와 제약을 두었다. 혼례의 경우 씨족외혼제를 기본으로 하며, 과부의 족내혼, 즉 형사취수 풍습이 있었다. 장례의 경우 시대의 차이, 거주지역의 차이, 타민족으로부터의 영향에 따라 장례 방식의 차이가 있는데 주요한 장례법으로는 수장, 토장, 화장이 있다.
10장은 샤먼과 샤머니즘에 대한 소개로, 필자는 허저족 지역에 장기간 거주하며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샤먼의 기원, 샤먼의 조건, 샤먼의 종류, 샤먼이 거행하는 다양한 굿, 대샤먼이 되는 과정, 샤먼이 사용하는 법기, 샤먼의 복식, 샤먼이 모시는 신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이 상세하고 관련 신상이나 그림을 제공하고 있어 동북지역 샤머니즘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1장은 허저족의 민간신앙에 대해 소개하였다. 허저족은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대상을 신으로 모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허저족이 숭배하는 신을 자연신, 동식물신, 조상신, 질병신, 생업신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관련 신상을 그림으로 제공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10장과 마찬가지로 필자가 장기간 허저족 지역에 거주하면서 조사하고 연구한 자료로 현장의 생동감을 전해 준다.
12장을 통해서 현재 허저족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5천 명 정도의 허저족은 도시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순수한 혈통은 줄고 대부분 타민족과 혼혈인 경우가 많다. 숲의 파괴와 어류의 남획으로 전통산업인 수렵과 어렵은 사라지고 관광업이 중심이 되었다. 허저족 지역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분쟁을 겪은 지역으로 중러 양국이 공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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