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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철학

지브리의 철학

: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지브리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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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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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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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91133470853
ISBN10 113347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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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을 만들고 있었을 때 디즈니의 책임자가 “도중이라도 좋으니 완성된 필름을 보여 달라!”고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일본에 방문하겠다는 겁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쪽에서 가는 경우는 있었어도, 디즈니에서 찾아오는 시대가 오다니요. 세계가 정말로 좁아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이 사건들 모두 ‘정보’의 조화 중 하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일본이 변하고 세계가 변하고, 당연히 지브리도 변했습니다. 회사 안에 컴퓨터가 넘쳐납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남자가 지브리에 있습니다. 다름 아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입니다.

미국 메이저 영화의 홍보 캠페인은 일본의 경우와는 달라서 가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첫 날에는 6분마다 TV 인터뷰가 41개나 있었습니다. 짜증나 있고 주눅 든 미야 씨에게 저는 작은 거짓말 하나를 했죠.
“63개였는데 그걸 40개로 줄여 달라고 한 겁니다.”
좀 과장하자면 모든 인터뷰의 질문이 똑같았습니다. 그런 것이 41번이나 계속 됐습니다.
“What is NO FACE?”(NO FACE는 가오나시를 말합니다)
“이 영화는 일본 전통이 얼마나 반영됐나요?”
“영어판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어요?”
41번의 인터뷰를 마치자 미야 씨는 오히려 기분이 무척 좋아졌더군요. 건강하다는 실감이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40페이지

몇 년 지난 어느 날, 니혼 TV의 총수 우지이에 세이이치로 씨가 말을 꺼냈다.
“스즈키 군, 아미노와 친분이 있나? 실은 나와 그 친구는 중학교 동급생이었는데, 다음에 셋이서 함께 밥이라도 먹지 않겠나?”
(중략) 즉시 전화를 걸었다. 아미노 씨는 원래가 밝고 수다스런 사람이다. 전화도 길어졌다.
“우지이에 군은 잘 기억납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성적 좋고, 야위고 해쓱했던 수재 타입이었죠. 그랬던 그가 경영자가 됐다니 놀랍습니다.”
아미노 씨는 자신이 암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밝힌 상태였다. “스즈키 씨도 알고 있겠군요”라고 운을 떼고 나서 자신의 증세를 마치 남의 일처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셋이서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러나 대답은 이랬다.
“그래서 시간이 없거든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이 있어서. 우지이에 군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스즈키 씨가 잘 좀 말해주세요.”
얼마 남지 않은 목숨 때문에 일에 몰두하고 싶다는 것이다. 난처했다. 우지이에 씨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만나서 얘기하기보다 전화로 말하는 쪽이 쉽다. 그렇게 판단했다. 전화 너머로 작은 침묵이 흘렀다.
아미노 씨의 부고를 들었던 것은 그로부터 몇 개월 뒤의 일이다.
-238페이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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