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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明暗)

명암(明暗)

: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본

[ 양장 ]
리뷰 총점9.5 리뷰 4건 | 판매지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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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1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88쪽 | 820g | 140*210*35mm
ISBN13 9791187856337
ISBN10 118785633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는 얼굴빛이 하얀 여자였다. 덕분에 그린 듯한 예쁜 눈썹이 더욱 돋보였다. 그녀는 또 버릇처럼 그 눈썹을 놀렸다. 애석하게도 그녀의 눈매는 너무 가늘었다. 게다가 매력 없는 외까풀이었다. 하지만 그 외까풀 속의 눈동자는 칠흑처럼 빛났다. 그리고 아주 잘 돌아갔다. 어떤 때는 표정을 마음대로 바꿨다. 쓰다는 저도 모르게 이 작은 눈이 발산하는 눈빛에 빨려 들어갈 때가 있었다. 또 어떤 때는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그 눈빛에 떠밀린 적도 없지 않았다. (……) 아내는 때때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할 때는 언제나 그 어조에 어떤 불만이 있는 것처럼 쓰다의 귀를 울렸다. 그럴 때면 그는 그녀를 다독이려고 했다. 그러다가도 그는 반감이 돋아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 p. 17~19

결혼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중단된 말이 이어지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의 전과 다른 기분에 따라 표현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이것만은 참 묘한 거야. 전혀 만나본 적도 없고 모르는 두 사람이 같이 산다고 해서 꼭 이혼하게 되는 건 아니거든. 또 아무리 ‘이 사람이라면’ 하고 굳게 믿고 결혼한 부부라도 언제까지나 화합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 p. 183

이렇게 허술한 곳에 찾고자 하는 비밀이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부질없이 낡은 노트를 뒤적였다. 그것을 하나하나 살핀다는 것은 큰일이었다. 읽는다고 해도 자기가 알려고 하는 것이 그런 노트 속에 숨어 있으리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주의 깊은 남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비밀을 거기에 내던져두기에는 너무 치밀한 것이 그의 천성이었다. (……) 갑자기 그녀의 가슴에 의혹의 불길이 불타올랐다. 한 묶음의 헌 편지에 기름을 붓고 그것을 깨끗하게 뜰 한구석에서 태우고 있던 쓰다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쓰다는 활활 타오르는 종잇조각을 두려운 듯 대나무 막대기로 누르고 있었다. --- p. 1255~256

그녀는 사태를 분명히 파악할 때까지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자 그때 오히데의 입에서 마지막 포격처럼 터진 “오빠는 언니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또 있으니까요”라는 말이 갑자기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유독 명료하게 들린 이 한마디만큼 오노부를 사로잡은 것은 없었다. 동시에 이 한마디만큼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 것도 없었다. 이어지는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오노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다음 말을 듣지 않고서는 종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이상은 또 아무리 애써도 들을 수 없었다. --- p. 1298~299

전쟁은 이 내부의 사실을 표면에 드러내느냐 마느냐로 일단락지게 되어 있었다. 쓰다만 정직하다면 이렇게 간단한 승부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쓰다에게 단 한 점이라도 정직하지 못한 곳이 남아 있다면 이렇게 또 공략하기 어려운 성벽도 결코 없을 터였다. 가엾은 오노부는 쓰다를 무너뜨릴 만한 무기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저쪽에서 먼저 문 열어주기만을 재촉하는 것 말고는 어떤 묘책도 찾을 수 없는 처지인 지금의 그녀는 어찌 보면 거의 무능력자나 다를 바 없었다. (……) 그뿐인가, 솔직히 말하면 승부는 그녀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그녀가 지향하는 것은 오히려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의심을 불식시키는 것이 주안점이었다. 그리고 그 의심을 푸는 것은 쓰다의 사랑을 대상으로 삼은 그녀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 자체가 이미 큰 목표였다. 일시적 방편이나 수단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의미를 그녀의 눈앞에 들이대고 있었다.
--- p. 1438~43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쓰다와 오노부는 ‘다이쇼 5년의 조류’에 어울리는 신세대 부부다. 무엇보다도 ‘연애’라고 하는 근대적인 길을 걷고 결합한 이 부부는 논리적으로는 당연히 사랑하는 사이다. 그것도 아직껏 연애 시절의 단꿈에 젖은 신혼 6개월. 그런데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어딘가 겉도는 데가 있다. 그래서 절대적인 사랑을 바라는 오노부는 괴롭다.

남편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그 비밀은 오노부와 만나기 전에 결혼을 약속했으나 갑자기 쓰다를 버리고 쓰다의 친구와 결혼한 기요코의 존재가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숨겨진 비밀을 캐내려고 필사적으로 기를 쓰는 오노부와 그것을 숨기려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하는 쓰다. 이 부부는 과연 관계를 회복하고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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