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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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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40g | 128*205*20mm
ISBN13 9791130615622
ISBN10 113061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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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밤에,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화요일 저녁, 그의 멀쩡한 지붕이 무너지고, 그의 할머니가 쓰러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땅속에서 벌떡 일어나시고, 아버지는 죽은 오징어가 되시고, 어머니는 갑자기 포도밭이 되시고, 그의 구두는 바윗돌로 변하고, 그의 발목이 부러지고, 그의 손목이 부러지고, 어깨가 무너지고, 갈비뼈가 무너지고, 심장이 멈추고, 목뼈가 부러졌다. 그녀의 무궁무진한 목소리를 가슴에 품고, 그는 죽고 말았다.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중에서


모란에 갔었음. 봄빛 다 지고, 초가을에 갔었음. 쉰 살 넘은
내 봄날을 다시 만났음. 밥 먹었음, 차 마셨음. 손 내밀었음.
내 손등, 봄날 손등. 찻잔 옆에 모아놓고 보니, 마음만 휑했음.
그래도 내 봄날은 아름다웠음. 다정하고 쌀쌀했음. 그 봄날이,
죽기 전에 다시 올게, 네 죽음을 지켜줄 그 누구도 없다면.
봄날이 내게 말했음. 누가 있겠음? 나 혼자 밥 먹었음.
---「내 봄날은 고독하겠음」중에서


고백 투 소설의 한 구절, ‘젊음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지겹고 길었다’는 부분에서 꽃을 건넸던 여성이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거기서 눈물을 보고 있던 게 아니라, 눈물을 머리까지 밀어올린 어떤 용기와 애정에 대해서 생각했다.
꽃이 아름답다, 별이 아름답고, 그래서 모든 게 아름답다, 아무도 그렇게 쉽게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낭독회에서.
---「꽃과 낭독회」중에서


겁에 질린 무능한 밤을
살아낼 말들이 내게 있을까
우리가 만든 개새끼들과
우리가 지나온 야만과 행복을 담아낼
파산된 노래가
---「파산의 노래」중에서


인생은 어쨌든
끝과 시작
형들의 슬픔은 점점 커지고 배가 나오고
형들의 기쁨은 점점 넓어집니다 머리가 빠지지요
---「형들의 사랑」중에서


아무도 시간에게 물을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의 옆구리 물통이 텅 비도록.
달리다가 목이 마르고

주저앉도록.
---「화요일의 생일은 화요일」중에서


언제라도 떠날 수 있고
어디에나 이를 수 있겠지만
오늘밤 붙박인 사람들은 작은 손을 모은다
물에 잠긴 수도원을 서성이는 발걸음은
무의미하다
최선을 다한 기도처럼
---「별이 우리 가슴을 흐른다면」중에서


발육이 더딘 마을에서 너무 자란 사람은 눈에 띈다
너는 외로움이 2미터까지 자랐다
누구를 마주 보든 그림자가 넘쳤다
누구든 빠져들 만한 깊이였다
---「포지션」중에서


우리가 등밖에 없는 존재라면 온 존재를 쓸어볼 수 있다
우리는 왜 등을 쓸어내리면서 영혼의 앞 같은 것을 상상할까
---「교회에서」중에서


종이를 찢듯 마음이 찢긴다는 말을 찢어버렸다. 가슴 깊이 라고 말할 때 가슴의 깊이는 어디에 이를 수 있습니까. 하나 옆에 하나가 누워 있었다. 하나 옆에 또 하나가 누워 있었다. 마음을 헤아려보려다 미움만 사고 말았습니다. ---「하얗게 탄 숲」중에서


노래엔 우두머리의 성질이 왔다, 바람의 종류를 많이 익힌 패전 병사들에겐 아니겠지만
불량한 이웃인 우리에게로 선량한 이웃의 지랄병이 도진다.
아아 세계의 아래쪽을 신이 가져가버렸다, 우리가 자연의 절반을 위쪽에 바친 대가로.
---「귀수鬼?. 병동의 느린 동물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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