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백자생산기술을 가진 나라는 우리와 중국 뿐···동양의 신비스런 ‘하얀 금’
인간이 불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된 이후 오늘날까지 도자기를 굽는일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고유의 도자 전통이생겨났지만 특히 자기磁器의 근원지인 동아시아에서 백자의 의미는 남다릅니다.15세기, 세계에서 백자 생산기술을 가진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이었습니다. 가까운 일본조차도 임진왜란(1592~1598)을 계기로 비로소 백자 문화권에 들어서게 됩니다. 당시 백자는 막 대항해시대를연 서양인들에게 동양의 비밀스런 ‘하얀 금’으로 불릴 만큼 귀한 상품이었고 중국과 일본은 수출용 백자를 생산하며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하지만 조선은 검소·검약의 성리학적 문화를 반영하는 고유한 백자문화를 수백 년간 고수하였고, 그 결과 화려하지 않지만 진중하고 엄격한 격조를 지닌 동아시아 백자 고유의 모습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한눈에 보는 백자』는 이러한 우리 백자의 특징을 ‘한눈에’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백자의 정의, 종류, 역사 그리고 재료와 도구, 제작 과정, 전통과 현대 백자 작품까지 백자에 관한 전반적인내용을 문헌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 현장 취재를 통해 한권에 담았습니다. 또한 사진, 그림, 도면 등의 시각 자료를 최대한 수록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습니다.
--- 「공저자 최건 장기훈-머리말」중에서
백자白磁란 순도가 높은 점토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투명한 유약을입혀 1,250°C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燔造] 자기磁器이다. 태토와 유약의색상이 희고 강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자연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순도 높은 도자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통적 도자 개념에서 가장 발전된 단계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백자의 태토로 백토白土라고 불리는 고령토高嶺土kaolin 계통의 점토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청자에 사용되는 점토보다 주성분인 실리카(SiO2)와 알루미나(Al2O3)의 함량이 높고 이물질이 적다.유약은 본래 색이 없고 투명하지만 함유된 성분이나 굽는 온도, 가마분위기 등의 조건에 따라 독특한 색과 질감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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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의 유약은 성분에 있어 태토와 유사하지만 불 속에서 완전히 용융된다는 차이가 있다. 즉 태토가 반용융 상태일 때 유약은 완전히 용융되어 액체 상태가 되고 이것이 냉각 후 일종의 유리질을 형성하는것이다.조선백자의 유약은 규석질이 많은 흙을 물에 혼합하여 점성을 가진 용액으로 만들어 태토에 입힌 것이다. 그런데 유약의 용융점을 낮추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융제가 필요한데 조선백자에는 고려청자나분청사기에 비하면 적지만 5~15% 내외의 산화칼슘이 융제로 사용된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산화칼슘은 나뭇재나 석회를 유약에 섞음으로서 충당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유약은 전통적인 회유계 유약lime type에서 발전한 것임을 알 수 있다.나뭇재에는 다량의 산화규소(SiO2)와 산화알루미늄(Al2O3)을비롯하여, 유약의 용융과 융착을 돕는 산화칼슘(CaO), 산화나트륨(Na2O), 산화칼륨(K2O), 유약을 착색하는 산화철(Fe2O3), 산화망간(MnO), 산화티타늄(TiO2), 이 밖에 인산(P2O5) 등을 함유하고 있다.특히 인산은 대부분 식물을 통해 유입되므로 현대의 장석유계 백자유약에서 장석과 석회 등을 사용하는 것과는 구분되는 요소이다.그리고 유약의 성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백자는 점차 시대가내려올수록 산화칼슘의 함량이 적어지고 착색제인 산화철 등의 함량도 적어져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다만 지방의 경우는 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착색 성분의 함량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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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이르러 과거 수공예 성향의 백자는 이천, 여주, 광주, 단양, 문경,상주, 기장, 김해, 청송, 양구 등 각 지역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전승·전통백자’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전통·생활·조형백자’로 양분되는 경향을 띠는데, 특히 전통백자 분야는 조선백자의 미적 전통을 현대화·실용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한편 새로운 장르로서 조형백자는 백자가 현대미술의 일환으로자리매김하는 데 실험적인 여러 작업들을 보여 주기도 한다. 산업혁명이후 대량생산 시스템의 발달로 인한 생활문화의 대중화, 보편화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20세기 초 서구의 도예 부흥 움직임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도예가 순수예술의 일부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는데, 미국을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 도예, 펑크funk 도예, 슈퍼 오브제super object, 도조ceramic sculpture 등의 다양한 형식들이 출현하였다.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백자는 세계 현대미술의 사조를 수용하고 참여하면서 이전의 전통도자를 중심으로 한 공예도자나 공장제제품도자와는 다른 조형도자를 탄생시켰는데 현대미술로서 백자는 여기서 비롯된다. 조형도자는 물레성형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제작 기법에서부터 도기식 혹은 조소식 성형 기법이나 캐스팅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그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또한 오늘날 백자를 비롯한 도자 재료는 도예 분야 이외에도 조소, 회화, 디자인 등 타 장르의 미술분야에서도 관심을 받아 새로운 미술 개념과 가치가 점토라는 미디어를 통해 다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나아가 현대도예는 금속, 목재, 유리 등 점토 이외의 재료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타 매체와의 결합을통한 실험을 보여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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