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도 당신 봤어요? 당신이 알아본 걸 그여자도 알아요? 누군지 좀 가리켜 볼래요?”
“제발, 지금은 쳐다보지 마. 아마 우릴 보고 있을 거야...... 갈색 머리에 모자 안 쓴 여자야. 분명 이 호텔에 묵고 있을 거야. 저기 혼자 앉아 있는 여자야, 저 붉은색 옷 입은 애들 뒤쪽에.....” “아, 보여요”
앨리스는 차양이 넓은 비치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불과 일 년 삼개월 전만 해도 남편의 아내였던 여자를 훑어보았다.
“너무 달랐어. 정말이지 완전히 달랐다구! 하지만 우린 아주 점잖게 이혼했어. 친구처럼 조용히, 아주 신속하게 말야. 그후 당신과 사랑에 빠진 거지. 당신은 진짜로 나와 함께 행복을 누리고 싶어했어. 어느 한쪽 죄책감을 느끼거나 희생하지도 않으면서 둘 다 행복해질 수 있다니, 우린 정말 운이 억세게 좋은 거야.”
하얀색 옷차림에 윤이 좌르르 흐르는 부드러운 머릿결을 가진 그 여자는 눈을 반쯤 감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앨리스는 다시 남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새우 요리와 버터를 약간 입에 댔다. 아무 말 없이 담담하게. 잠시의 침묵을 깨고, 그녀가 다시 물었다.
“당신 전처의 눈빛도 파란새이었다는 건 왜 얘기해 주지 않았죠?” “글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어!”
빵 바구니를 잡으러 내민 그녀의 손에 그가 허겁지겁 키스를 하자, 그녀의 얼굴이 기쁨으로 달아올랐다. 거무스름한 피부와 통통한 몸매 때문에 다소 투박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그 파란 눈과 구불구불한 금발 덕택에 그녀는 아주 연약하고 감성적인 여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지나칠 정도로 감사의 표시를 했다. 스스로 의식하진 못하겠지만, 거리낌 없는 그녀의 태도 속에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는 것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듯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들은 넉넉하게 먹고 마셨다. 둘 다 상대방이 그 하얀 옷을 입은 여자의 존재를 잊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앨리스는 이따금씩 지나치게 큰 소리로 웃었으며, 마크는 가슴을 펴고 머리를 곳곳이 치켜드는 등 앉은 자세에 유달리 신경을 썼다.
그들은 꽤 오랜 동안 침묵을 지키며 커피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눈부신 태양 아래서 여기저기로 빛을 쏘아대고 있는 강물은 바다를 가르며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 p.97
“그 여자도 당신 봤어요? 당신이 알아본 걸 그여자도 알아요? 누군지 좀 가리켜 볼래요?”
“제발, 지금은 쳐다보지 마. 아마 우릴 보고 있을 거야...... 갈색 머리에 모자 안 쓴 여자야. 분명 이 호텔에 묵고 있을 거야. 저기 혼자 앉아 있는 여자야, 저 붉은색 옷 입은 애들 뒤쪽에.....” “아, 보여요”
앨리스는 차양이 넓은 비치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불과 일 년 삼개월 전만 해도 남편의 아내였던 여자를 훑어보았다.
“너무 달랐어. 정말이지 완전히 달랐다구! 하지만 우린 아주 점잖게 이혼했어. 친구처럼 조용히, 아주 신속하게 말야. 그후 당신과 사랑에 빠진 거지. 당신은 진짜로 나와 함께 행복을 누리고 싶어했어. 어느 한쪽 죄책감을 느끼거나 희생하지도 않으면서 둘 다 행복해질 수 있다니, 우린 정말 운이 억세게 좋은 거야.”
하얀색 옷차림에 윤이 좌르르 흐르는 부드러운 머릿결을 가진 그 여자는 눈을 반쯤 감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앨리스는 다시 남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새우 요리와 버터를 약간 입에 댔다. 아무 말 없이 담담하게. 잠시의 침묵을 깨고, 그녀가 다시 물었다.
“당신 전처의 눈빛도 파란새이었다는 건 왜 얘기해 주지 않았죠?” “글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어!”
빵 바구니를 잡으러 내민 그녀의 손에 그가 허겁지겁 키스를 하자, 그녀의 얼굴이 기쁨으로 달아올랐다. 거무스름한 피부와 통통한 몸매 때문에 다소 투박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그 파란 눈과 구불구불한 금발 덕택에 그녀는 아주 연약하고 감성적인 여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지나칠 정도로 감사의 표시를 했다. 스스로 의식하진 못하겠지만, 거리낌 없는 그녀의 태도 속에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는 것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듯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들은 넉넉하게 먹고 마셨다. 둘 다 상대방이 그 하얀 옷을 입은 여자의 존재를 잊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앨리스는 이따금씩 지나치게 큰 소리로 웃었으며, 마크는 가슴을 펴고 머리를 곳곳이 치켜드는 등 앉은 자세에 유달리 신경을 썼다.
그들은 꽤 오랜 동안 침묵을 지키며 커피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눈부신 태양 아래서 여기저기로 빛을 쏘아대고 있는 강물은 바다를 가르며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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