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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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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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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08g | 148*210*30mm
ISBN13 9788932915326
ISBN10 893291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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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발표한 살만 루슈디의 세 번째 소설 『수치』는 인도어 「샤람」의 영어 번역어 shame을 옮긴 말이다. 「샤람」은 인도에서 태어나 본의 아니게 파키스탄을 모국으로 갖게 되지만 영국에서 성장한, 소위 코즈모폴리턴적 작가라 불리는 살만 루슈디에게 그 「번역할 수 없는 모국어」의 핵심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순수하고 온전한 「원래의」 형태로 이 관념을 형용할 수 없는 타락한 존재로서의 스스로를 인식한다. 말하자면 이는 더럽혀진 식민주의 지배자의 언어로 글을 써야 하는 디아스포라의 숙명이다. 「샤람」, 이 「짧은 단어지만 백과사전에 비길 만한 뉘앙스를 지닌 말」. 원죄로 더럽혀진 치졸한 역어 shame, 혹은 그 치졸한 역어를 다시 한 번 번역한 「수치」로는 차마 담을 수 없는 풍요로운 기의는 부끄러움, 굴욕, 오욕, 치욕, 창피함, 당황, 점잖음, 겸손, 수줍음, 이 세상에 신이 정해 준 제자리가 있다는 소속감을 비롯해 영어에는 해당 단어가 없는 여타 국어 어휘들의 감정들까지 포용하는 광범하고도 응축된 관념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가족들에게 말을 해야 했다. 손이 깨끗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가 수피야 지노비아 문제의 공범이었다. 그리고 비밀은 지켜졌다. 「잘못된 기적…….」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휙! 그냥 그렇게. (……)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공기 속을 자유로이 배회하고 있는 그것은 수피야 지노비아 샤킬이 결코 아니었고, 뭔가 원칙에 가까운 것, 폭력의 현현, 야수의 순전하고 악의에 찬 힘 그 자체였다. ---본문 중에서

네 발로 걷는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두껍게 배겨 있다. 한때 빌키스 하이더의 손에 깎인 검은 머리는 이제 치렁치렁하게 길어 얼굴에 들러붙어 털처럼 감싸고 있다. 모하지르의 혈통을 보여 주는 창백한 피부는 햇볕에 타고 거칠어져, 덤불과 짐승들에 긁히고 가려움에 제 손톱으로 긁어 생긴 무수한 열상들을 전투의 상흔들처럼 간직하고 있다. 불타는 눈과 오물과 죽음의 악취. 「평생 처음으로, ─ 그는 생각 속에서 연민의 마음을 품고, 스스로도 충격을 받는다 ─ 저 여자애는 자유야.」 ---본문 중에서

그녀 안에 매복하고 있는 건 바로 한 마리 야수였다. 그는 그녀의 힘이 자랑스럽고, 그녀를 전설로 만들고 있는 폭력이 자랑스러웠다. 이제 그 누구도 그녀에게 무엇을 하라든가, 어떤 사람이 되라고 명령할 수도 없고, 무엇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타박할 수도 없다. 그렇다, 그녀는 듣고 싶지 않았던 그 모든 이야기를 딛고 초월했다. 그는 궁금했다. 인간이 야만성 속에서 고귀한 본성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본문 중에서

이 이야기에 나오는 나라는 파키스탄이 아니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같은 공간을, 아니 거의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두 개의 나라가 있다. 허구의 나라와 실제의 나라다. 내 이야기, 내 허구의 나라는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살짝 비스듬한 각을 이루며 존재한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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