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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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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08g | 120*188*20mm
ISBN13 9788966550012
ISBN10 89665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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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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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슬픔

비닐봉지 안에 담긴 두부 한 모

물기 흥건한 두부 한 모가 달랑달랑 흔들린다

종종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가는 계집아이

수수꽃다리 담장 집 여섯 살 딸아이

오른손에 들린 부드런 두부처럼

새순을 닮은 아이가 대문을 통과한다

한 사내의 여자가 되고

친정집을 그리워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동안 셀 수 없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따뜻한 두부 조각들

정 가진 사람의 슬픔 한 모

--- p.18


조개 무덤

연탄불에 올린 석쇠 위에서 굳게 입을 다문 조개들
가끔 뜨거움은 단단히 가두고 있던 옹졸한 내부까지 열어주기도 한다는데
한없이 움츠러들며 연한 생살을 안으로만 끌어당기던
갯벌에서의 느긋하고 불성실한 소통
그러나 불꽃이라는 말을 알아버렸을 때
차갑기만 하던 몸 중심이 저절로 열리고
아, 이런 것이 끝이구나!
더운 파도를 밖으로 밀어내며 하나둘씩 쩍쩍 벌어진다
익은 살을 도려냈던 자리가 하나같이 매끈한 걸 보면
삶이란 들춰내고 보면 별것도 아니라는데
움막 내부를 이어주던 짧은 매듭
타닥, 불기둥에 끊어지고
울퉁불퉁한 껍데기를 벗어 던지며 하얀 속살을 보여준다
바닥과 지붕이 모호한 집터가 분리되어 탁자에 수북하다
오래전 어느 누추한 생이 이랬던가
조개 더미를 헤치면 오래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약해진 불꽃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기고
나는 다시 쓸쓸한 밤을 견뎌내기 위해
조개껍데기 안으로 들어가 불을 밝힌다

--- p.14


감각기관 4 ―물의 내부

발목이 잠긴다
허리가 잘려나간다
가슴통을 우적우적 씹어 삼키고 목까지 먹어치운다
입, 코, 눈을 차례로 파내고 정수리가 사라진다

아찔한 물의 수평

머리카락이 자라나고 눈, 코, 입이 선명하다
목을 지나 가슴이 드러난다
허리를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햇빛에 증발한다
하얀 발목이 모래 위에 발자국을 늘어뜨린다

검은 이빨이 찬란하다

윗집 홈통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 소리
몇 번을 고치고 또 고쳐도 불완전한 문장처럼
비의 양에 따라 홈통을 통과하는 속도를 가늠해보지만
물의 내부는 밀실하게 채워진 것이기에
섣불리 그 속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끔 물 밖으로 튀어나온 물방울이 바닥에 스며드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순도가 가장 높고, 완벽한 원
정교한 만삭의 물방울이다
물의 부족이 주고받는 교신
물의 육체가 씨앗 속을 파고든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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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호 시인의 시는 두부 한 모처럼 젖어 있다. 두부 한 모처럼 부드럽게 각 잡혀 있다. 된장찌개용 두부 한 모처럼 구멍이 숭숭하다. 그 구멍에서 간기가 배어 나온다. 된장찌개용 두부 한 모처럼 자글자글 끓어올랐던 과거가 있고, 다시 한 번 끓어오를 미래가 있다. 조개가 있다. 불꽃을 알아버리자 입을 쩍쩍 벌리고는 “삶이란 들춰내고 보면 별것도 아니라”고 두부 한 입 베어 무는 조개의 입이 있다. 우주는 지금, 약한 불꽃 때문에 비린내 풍기며 조개 무덤 속에서 쓸쓸한 밤을 보내고 있다. 시인은 그 조개 무덤 속 두부 한 모에 펜을 꽂고 불을 밝힌다. “밥은 근육”이라고, “근육은 피와 버무린 흙”이라고 “뒤꿈치에 지도”를 그린다. 조개 무덤의 틈새를 열고 “시정잡배로 살다 간 뜬구름”과 “자작나무가 한 뼘씩 자라는” 시의 지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시인은 건축현장 기사다. 안전모를 쓰고 산다. 안전모를 쓰고 운전하고 밥을 먹는다. 안전모를 쓰고 세상의 안전을 빈다. 그의 시는 안전모의 초록 십자가처럼 순정하다. 하지만 안전모를 벗어보면 안다. 안쪽에 십자가가 더 많다. 땀에 전 쉰내가 풍풍거린다. 그의 시는 딱딱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안전 끈처럼 때로는 어둡고 복잡하다. 땀내가 가장 미묘하고 복잡하듯!
이 시집은 “마지못해 산다는 말”에 바치는 꼼꼼한 상처의 기록이다. “청자 빛깔 사금파리”로 일궈온 그의 시 농사는 결국 “삶이 넓어지고 평편해지길” 꿈꾼다. 세탁기 통에 떨어진 단추처럼 사람의 눈을 똑바로 우러르며.
이정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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