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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내 오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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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80g | 148*210*20mm
ISBN13 9788993506327
ISBN10 89935063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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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편지마을
전국 어머니 편지쓰기 모임으로, 1989년 10월 24일 창립되었다.
결혼을 한 여성으로 편지쓰기를 좋아하면 회원이 될 자격이 있으며, 2년에 한 번씩 회원들의 글을 모아 단행본을 펴내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지회(회장 김언홍, 부회장 장현자, 총무 송정순)는 매월 24일쯤 모임을 갖는다.
전북지회(회장 김여화), 대구, 경북지회(회장 김명숙), 부산, 경남지회(회장 이계선)는 석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지며 그 외 충청지회(회장 손광야)와 광주, 전남지회(회장 양정숙),강원지회가 있다.
편지마을 회원이 되려면 편지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다음카페 http://cafe.daum.net/lettertown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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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밥/김송포

난 가장 어두운 진흙에서 태어났어
보호 받은 시절은 찬란했어
나의 존재는 어머니 가시고 희미해지기 시작했어
햇발이 아래게를 훑고 지나가면
몰랐던 아픔을 느끼곤 했지
까만 구덩이에서
우산을 받쳐 주던 당신
통증은 가라앉기 시작했어
아직도 발을 굴러야 하는 것 알아
풀잎 사이로 아랫녘의 아우성 들어 줄 수 있어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질척이며 고인 물,
어미의 무덤에 벌써 꽃이 피었다고
난 이제 몸을 틀어 산고 중인데.
쭉정이같이 빈 껍질
입을 벌려 뿌리를 뻗쳐 줄거야
물이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화려한 관을 씌워
당신의 먹이가 되어 줄 거야.

씀바귀/박신영

그 남자는
늙은 어머니의 몸에서 빠져 나와
봄을 만났다 생명은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미각에 길들여지다
마침내 맛을 잃었다
나는
이미 떠나버린
그 남자의 어머니를 찾아
긴 겨울의 터널을 헤쳐 나와
시장 골목을 기웃거렸다
달래, 냉이, 쑥
저마다
새순을 먼저 내밀다 묶여온 장바닥에
알몸으로 쭈그리고 앉아 있는
저승을 넘어온 그 남자의 어머니
장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돌아와
쓴맛을 우려내는 동안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비가 된 그 남자
밥벌이하느라 지쳐
늦은 밤까지 술잔 부딪치다
다 꺾어진 까칠한 입맛
단번에 일으켜 세우셨다
삼월 초나흘
그 남자의 생일상이 푸르다.

여보!
우리도 결혼할 때 당신이 혼수품을 못하게 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결혼했지만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오히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행복하게 잘 살아왔지요.
우리 사무엘도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다는군요. 우리 엄마 살림이 많아서 나누어 쓰면 되니까 몸만 오라구요. 아, 참! 며칠 전 사무엘 꿈에 오셔서 평생 살아줘서 고맙고 행복했다고 전해 달랬다면서요? 저도 당신 생전에는 당신보다 훌륭한 사람 많아 보이더니 지금은 보이질 않네요. 우리 착한 3남매와 살면서 여행으로 추억거리도 많이 만들어주고 믿음의 유산을 남겨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욕심 부리지 않고 주님의 뜻 받들어 바른 마음으로 잘 살게요.
여보, 사랑해요. 2011년 5월 4일 당신의 아내 드림---엄정자 「하늘나라 당신께」중에서


약국에서 벌어진 일도 그런 뼈저린 후회 중의 하나다.
내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무렵의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와 시내 양장점에서 교복을 맞추고 오는 길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약을 사야 한다며 어머니는 약국에 들르셨다. 약국에는 우리 말고도 손님이 몇 더 있었는데, 어머니는 약사에게 다짜고짜로
“각시통 하나 주세요.”라고 하셨다.
약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각시통이 뭐냐고 되물었다. 약 이름이 생각이 안 나신 어머니는 약 뚜껑에 각시가 그려져 있으니 막무가내로 그 약을 달라는 거였다. 그때 내 머리를 퍼뜩 스쳐가는 게 있었다. 바로 안티프라민 연고를 말씀하시는 거였다. 예전에 유한양행에서 판매되던 안티프라민 연고 뚜껑에는 간호사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각시통은 안티프라민 연고를 이르는 거라고, 내가 약사에게 말했을 때 약사는 물론, 약국에 있던 손님들까지 배를 잡고 웃었다. 말 그대로 포복절도였다.
---장은초 「어머니에게 쓰는 참회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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