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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 바다를 지배하다

송골매, 바다를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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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690g | 150*205*30mm
ISBN13 9791187632320
ISBN10 118763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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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 앉아 있는 고사목 아래로 무엇인가 움직임이 보인다. ‘어치가 날아왔나?’ 보니 아니다. 분명히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데 잘못 보았나 하는 순간, 청설모 한 마리가 매가 앉아 있는 고사목을 겁도 없이 오르고 있다. 잡식을 하며 무엇이든 먹는 청설모와 새를 먹이로 하는 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가 더 긴장하며 둘을 지켜본다. 나무를 오르던 청설모가 멈춘다. 그리고 매도 청설모를 발견했다. 서로의 움직임이 없다. 과연 매가 청설모를 공격하고 청설모는 어떻게 그 공격을 피할까하는 궁금증에 나도 긴장한다. 한참을 마주보던 녀석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청설모는 방향을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가고 매는 태연히 비를 맞으며 자리를 지킨다. 긴장하고 지켜본 나만 허탈하다.

[비 오는 날 매가 앉아 있는 것을 모르고 청설모 한 마리가 고사목을 오르다가 매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한참을 노려보고는 청설모는 왔던 길로 돌아간다.]

어느새 떠나야할 시간이 되어가지만 녀석은 움직일 기척을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보다 일찍 해가 지는 동향의 전망대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이미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평소보다 더 어두워 셔터 속도를 올리고 iso를 올려도 날아가는 장면을 따라가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녀석을 앞에 두고도 전망대를 떠나야 한다.

포항 형산강을 비롯하여 강릉 남대천에는 월동지를 향해 가는 물수리들이 잠시 쉬어가며 먼 길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데 10월이 그 시기다. 물수리가 역동적으로 사냥하는 장면을 담기 위해 사람들도 태종대를 비워두고 포항으로 가는 한가한 시기가 된다. 사실 매들이 자주 보이는 시기가 아니기도 하고 달리 역동적인 장면을 보이는 활발한 때가 아니다 보니 대부분은 잘 찾지 않는다. 때문에 하루 종일 전망대에 있으면서 잠깐 지나가는 매를 본다던가, 잠시 절벽에 내려 앉아 있다든가 고사목에서 잠시 쉬었다가는 장면을 담을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찾은 시간에 비하여 너무나 적은 결과물을 얻을 수밖에 없기에 매를 버리고 형산강 물수리를 담으러 갈 때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매는 여전히 매력적인 새라 이를 포기할 수 없어 보통 10월에 내려갈 때는 하루는 태종대에 하루는 형산강에서 시간을 보낸다. (5장 “태종대 매 이야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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