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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방문객

한낮의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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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304g | 128*188*30mm
ISBN13 9788979190144
ISBN10 897919014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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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는 내게 무척이나 절실한 테마였다. 나보다 다섯 살 많은 형이 오랫동안 혼자 살다 5년 전 고독사로 세상을 떠났다. 원인은 심장마비였다.
그리고 나도 올해 쉰여섯이 되었다. 형이 세상을 떠난 나이다.
20년을 같이 산 아내와는 6년 전 이혼했다. 외동딸은 아내와 같이 사는 쪽을 선택했고, 나는 오기쿠보 역 앞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한다.
딱히 건강이 안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사립대학에 강의하러 가는 것 말고는 집에 거의 틀어박힌다. 그러다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몸부림치며 숨을 거두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 p.7~8

이별의 형태는 최악이었다. 이혼하기 직전에 우리는 고등학생 딸인 지구사 앞에서까지 증오를 드러내며 서로 으르렁거렸다.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한 번 어긋난 톱니바퀴는 영원히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듯했다.
서로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증오를 팽창시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응어리가 되어 쌓이고 또 쌓였다. 성격 차이. 결국 이런 평범한 이혼 사유가 우리에게도 해당되었다. --- p.161~162

겉포장을 벗기자 다시 신문지가 나왔다. 손에 닿는 느낌이 생선과 비슷했다. 신문지가 물기를 머금어 제거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한꺼번에 벗기려 하자 조각조각 떨어져 더 힘들었다. 과감하게 한가운데부터 뜯었다. 미끄덩거리는 기분 나쁜 감촉이 손가락 끝에 남았다.
뒤에서 비단을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류노스케였다.
구토증이 솟구쳤다. 나도 모르게 코와 입을 막았다. 눈앞에 기이한 ‘생물’이 자리해 있었다. 얼음에 채워진, 보라색으로 변한 사람의 손이었다. 손가락 다섯 개가 가지런히 놓인 소시지처럼 보였다. 작게 찢긴 신문지가 손등에 반점 모양으로 흩어져, 사람 피부에서 우글거리는 구더기를 연상시켰다. --- p.239

“이제는 미타카 사건을 아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거는요?”
“얼마 전 신주쿠의 플랫폼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렸어요. 손목 사건이 발생한 직후라 아사노 일당이 내 입을 막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미도리카와 씨 말을 들으니, 체포된 녀석들 중 누구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는군요. 미도리카와 씨 판단이니 믿어도 좋을 겁니다. 어쩌면 나를 공격한 건 그들이 아닐지도 몰라요.”
“설마…….”
“그래요. 그 설마입니다. 나는 아사노를 비롯한 방문판매 일당이 요시코와 그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만났다고 스구로에게 말했어요. 따라서 언젠가는 내가 진실에 도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과연 스구로가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 친구를 죽이려 했을까요?”
“요시코 모녀가 살해당했다는 건가요?” --- p.339

방문판매 살인뿐만 아니라 스구로 사건에 대해서도 많은 언론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취재하던 입장에서 취재받는 입장이 되자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평범하고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다니! 관점이 특별한 질문이 하나도 없었다. 나 자신도 저널리스트로서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을 반복해왔을 것이다.
“스구로 씨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나요? 살아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요?”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모른다.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구로의 죄가 무엇일까?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은 그의 죄가 아니다. 그의 죄는 너무나 다정했다는 것이고, 남녀관계를 냉정하게 끊어내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는 다정함도 죄가 된다. 그가 다정하지 않았다면 요시코도, 노조미도, 미사키도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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