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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프랑스인

어리석은 프랑스인

: 음식을 소재로 한 체호프의 단편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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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소설 top100 2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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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125*182*30mm
ISBN13 9791186430590
ISBN10 1186430591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확인 중
인증번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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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를 한 조각 떼어서 손가락으로 요렇게 살살 만지작거리면 행복해집니다. 그걸 입에 넣으면, 기름이……. 파이 속은 달걀과 고기의 내장과 양파가 잔뜩 들어 있고 육즙이 풍부하죠…….”
서기는 눈알을 굴리면서 입을 귀밑까지 일그러뜨렸다. 명예 치안 판사는 아마도 쿨레뱌카를 상상하고 있었던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지역 판사는 중얼거리면서 다른 창문 쪽으로 옮겨 갔다.
“두 조각을 먹고는 세 번째 조각은 야채 수프를 마실 때 먹으려고 남겨 두지요.” 서기는 열심히 말을 이어갔다. “쿨레뱌카를 다 먹고 나면 식욕이 떨어지지 않도록 즉시 야채 수프를 달라고 하세요. 야채 수프는 아주 뜨거워야 해요. 소(小)러시아의 방식대로 햄과 소시지를 넣고 비트로 만든 보르시치 수프가 가장 좋지요. 거기에다 스메타나와 허브를 넣은 파슬리를 곁들이는 거죠. 내장과 신선한 간을 넣어 만든 라스솔리니크도 근사하죠. 만약 유럽식 수프를 좋아하신다면 수프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뿌리와 잎사귀를 같이 넣은 것이죠. 예를 들어서 당근, 아스파라거스, 콜리플라워 같은 법리학적으로 유사한 것들 말이예요.”
“참 근사한 음식이지…….” 의장이 종이에서 눈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제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여보게, 제발 부탁이네! 이렇게 하다가 난 저녁때까지도 소수의견을 다 작성하지 못하겠네! 네 장째 버리고 있다구!”
--- p.79~80

랴보프스키는 차를 마시면서 올가 이바노브나에게 그림 그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보람이 없고 재미없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화가도 아니며, 자기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바보들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칼을 집어들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의 가장 잘 된 스케치를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차를 마신 후 그는 우울하게 창가에 앉아서 볼가 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볼가 강은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았다. 흐릿하고 차갑게만 보였다. 모든 것이 황량하고 우울한 가을을 연상시켰다. 자연은 볼가의 강 연안에서 빛나는 현란한 초록색과 다이아몬드 같은 햇살과 푸른 하늘과 축제의 광채를 끌어모아 다음 해 봄까지 가슴에 묻어놓은 것 같았다. 강 위를 날아가는 까마귀 떼들이 올가를 놀렸다.
“알몸이네! 알몸이야!”
랴보프스키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은 완전히 지쳤으며 재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상대적이며 어리석어 보였다. 그는 이 여자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칸막이 뒤 침대 위에 앉아서, 그녀의 아름다운 연한 황갈색의 머리칼을 빗질하며, 자기 집의 응접실과 침실과 남편의 서재를 떠올렸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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