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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7년 7

이순신의 7년 7

: 이순신, 왜군을 물리치고 7년 전쟁을 종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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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36g | 138*204*30mm
ISBN13 9788972885870
ISBN10 897288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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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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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수는 형리에게 고문을 허락했다. 이순신에게 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잡념을 쫓듯 고개를 저었다. 선조가 이미 이순신의 죄목을 정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윤근수는 몹시 피곤하여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이순신은 곤장을 치는 형구에 눕혀졌다. 형리의 지시를 받은 나졸이 형구에 눕혀진 이순신을 향해서 곤장을 치켜들었다. 윤근수가 고문을 시작해도 좋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한 곤장이 이순신의 하반신을 가격했다. 이순신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났다. 스무 대를 넘어서부터는 이순신의 바지에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이순신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흔 대쯤에는 입에서 피가 넘어왔다.
피를 몇 번 더 토하고 난 이순신은 맥없이 혼절해버렸다.
--- p.44

“사또 나리, 옥에 갇히셨다가 나오셨는데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요?”
“장수란 싸움터에 있으야 혀.”
그러자 필공이 놀랐다.
“사또 나리께서는 무명 바지저고리를 입고 계십니다요.”
필공은 이순신이 무명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으므로 지금은 장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백의종군 처분을 받았는데 정말로 싸울 마음이 나느냐는 말 같기도 했다.
“백의종군이란 싸워서 공을 세우라는 것인 겨.”
“사또 나리, 억울한 누명을 씌운 임금님의 명도 따라야 합니까요?”
늙은 필공은 자신의 직업 때문에 평생 문사들을 만나다 보니 문식文識이 조금 든 것도 같았다. 이순신은 필공의 말에 한참 동안 침묵했다. 필공 역시도 이순신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다 잊어버린 듯 붓을 매는 일에만 집중했다. 이순신이 그를 나직이 불렀다.
“필공, 내 마음이 궁금한 겨?”
--- p.83

“배설 수사가 원 통제사에게 ‘여기서는 반드시 패하고 말 낍니더’ ‘칠천도는 물이 얕고 좁아 배를 움직이기 어렵십니데이. 진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합니더’ 하고 여러 번 권유했다고 합니다. 배설은 자기 수하의 배만 이끌고 적이 공격해오자 달아났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고 합니다.”
“이억기 수사는 배 위에서 싸우다가 왜적들이 달려들자 바다로 뛰어들어 죽었고, 원균은 배를 버리고 언덕으로 기어올라 달아나려고 했지만 몸이 비대하여 소나무 밑에 주저앉아 왜적의 칼을 맞아 죽었다고 합니다. 장수들 중에는 배설 수사만 도망쳐 죽음을 모면했다고 합니다.”
이순신은 어금니를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지 이억기가 전사했다는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수하에 있었던 장졸들이 좁은 칠천량에서 왜군의 기습 공격을 당해 전멸했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권율이 낙심한 얼굴로 말했다.
--- p.172~173

이순신은 어금니를 악물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장계를 쓰기 시작했다.
‘저 임진년으로부터 오륙 년 동안에 적이 감히 충청, 전라도를 바로 찌르지 못한 것은 우리 수군이 그 길목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 전선 열두 척이 있사옵니다. 죽을힘을 다해 맞서 싸운다면 오히려 해볼 만합니다[今臣戰船 尙有十1二 出死力据戰 則有可爲也].
이제 만일 수군을 전폐한다면, 이는 적이 만 번 다행으로 여기는 일일뿐더러 충청도를 거쳐 한강까지 갈 터인데, 신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옵니다. 또한 비록 전선의 수는 적지만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옵니다[戰船雖寡微臣不死 則賊不敢侮我矣].’
장계를 다 쓰고 난 이순신은 군관들을 앞세우고 군기고로 갔다. 군관들에게 자신의 결전 의지를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였다.
--- p.210

“들물(밀물)이 가장 빠르게 들어오는 시각이 신시니께 그 전에 끝내야 혀.”
“명량을 넘어온 적선 서른 척을 모다 수장시켜뻔지고 끝내야지라우.”
“그래야 저놈덜이 우리 군사를 다시는 깔보지 않을 낍니더.”
우수가 끼어들었다. 송여종과 우수, 두 장수의 말에는 전세가 조선 수군 쪽으로 기울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이순신도 승리를 확신했다.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올라오는 밀물의 흐름이 차츰 빨라지고 있으니 시간은 이순신 편이었다. 그렇다고 아직 안도할 전세는 아니었다. 왜 수군 함대 일부가 어란포에 남아 있고, 수군 대장들은 어란포를 한양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지로 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었다.
이순신은 계속 일자진 대오를 유지시키면서 장졸들을 독전했다. 왜선들은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는 명량 물목의 좌우로 도망가지 못하고 중심부에 갇혀 판옥선의 함포사격을 받았다.
--- p.249~250

한편, 천주교 신자인 왜장 고니시는 한밤중에 지붕 한쪽이 무너진 천수각으로 올라가 ‘오, 하느님!’ 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조명연합군과 싸워서 이긴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 같았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의 처지가 암담했다. 남쪽으로는 조명연합 수군이, 북쪽으로는 서로군이 퇴로를 틀어막고 있으니 진퇴양난이었다. 그래도 고니시는 무릎 꿇고 기도를 했다. 왜장 시마즈가 사천 왜성을 공격하던 명의 중로군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부터 십자가의 힘으로 도망칠 생각만 했다.
중로군의 제독 동일원은 10월 2일 사천 왜성을 포위한 뒤 하루 만에 총공격을 감행하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유격 모국기 진영의 화포장 실수로 화약에 불이 붙어 소란이 일어나버렸던 것이다. 중로군의 대오가 흐트러지자 왜군이 성문을 열고 나와 공격했다. 매복해 있던 왜의 복병군까지 사방에서 덮치자 중로군은 순식간에 칠천 명 이상의 전사자를 내며 참패했다. 제독 동일원은 패잔병을 이끌고 진주로 퇴각했다.
--- p.321

진린은 이순신이 탔던 대장선으로 건너왔다. 그런 뒤 선실로 내려가 세 번이나 바닥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통곡했다. 상주가 된 회가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죽음을 알리지 말으야 헌다구 그랬습니다유. 그래서 지가 아버님 대신 북채를 들었구먼유.”
“공은 죽은 뒤에도 나와 우리 수로군을 구원해주셨소!”
진린은 죽음을 숨기라는 이순신의 유언 한마디가 노량 싸움에서 대승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순신에게 무례하게 굴고 자신이 실수했던 일이 떠올라 또다시 큰 소리로 통곡했다. 선실을 나서면서 진린이 회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
“앞일을 알 수 없지만 공의 제사를 지내러 가겠네.”
명나라로 돌아가기 전에 아산을 들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날 진린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러자 진린의 부장들도 바다에 고기를 내던졌다. 망자가 된 이순신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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