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 비하인드 스토리
+ 딱정벌레는 모든 곤충 종의 약 40퍼센트이며, 지구상에 서식하는 모든 동물 종의 약 30퍼센트다. 이에 반해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는 알려진 모든 동물 종의 3~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딱정벌레는 왜 이토록 성공을 거두었을까? 그것은 딱지날개 덕분인지도 모른다. 대다수 곤충은 두 쌍의 날개가 있는데, 딱정벌레는 앞쪽의 날개 한 쌍이 뒷날개를 보호하는 딱딱한 겉날개인 딱지날개로 진화했다. 비행을 위한 날개 한 쌍을 포기했다는 것은 딱지날개에 날개 자체보다 더 유용한 독자적인 진화적 이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딱지날개가 몸을 보호하기 때문에, 딱지날개가 없는 연약한 곤충은 들어가지 못하는 거친 은신처에 숨어들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딱지날개는 포식자를 막아주는 좋은 방어막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딱지날개가 딱정벌레의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었음은 분명하다.
+ 더듬이는 탐사의 상징으로 이상적이다. 더듬이에는 곤충이 주위 환경을 맛보고 냄새 맡고 감촉하는 데 필요한 감각 기관이 들어 있다. 날 때 습도를 감지하고 풍속을 측정하는 데도 쓰인다. 곤충의 혀, 코, 손가락, 수맥 탐지봉, 속도계를 모두 합친 셈이다.
+ 곤충은 페로몬을 여러모로 활용한다. 벌은 벌집에 위험을 알리는 데 쓰고, 개미는 발자국을 표시하는데 쓰고, 나방은 짝을 찾는 데 쓴다. 특히 나방 암컷은 짝짓기할 때가 되면 페로몬을 공중에 분비하여 수컷에게 알린다. 수컷은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이 신호를 포착할 수 있으며 암컷을 향해 정확히 날아온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 일이 주로 밤에 일어나기 때문에 나방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나방들은 더듬이에 가지가 많이 달린 것으로 보아 수컷이다. 이렇게 가지가 나 있으면 암컷의 희미한 페로몬 신호를 포착하는 데 유리하다. 이에 반해 암컷 나방은 더듬이가 가늘고 밋밋하다. 암컷 나방은 사랑을 찾으러 떠날 필요가 없다. 사랑이 찾아오니까.
+ 미리엄은 땅굴 파는 딱정벌레(Mycotrupes gaigei)를 모델로 삼았다. 이 녀석은 모래질 토양에 서식하는 작은 딱정벌레다. 1954년에 올슨, 허블, 하우든은 플로리다에 서식하는 개체군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리엄의 성이 베들로인 것은 땅굴에 집(과 침실)을 짓기 때문이다. 올슨, 허블, 하우든은 실제 쓰이는 굴이 땅속 90센티미터까지 뻗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땅 파기는 미리엄의 핏속에 스며 있는 듯하다.
+ 거미가 먹잇감을 녹이는 이유는 저작 기관(씹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먹잇감에 독침을 쏘아 마비시킬 수는 있지만,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으깰 수는 없다. 대신 먹잇감에 효소를 주입하여 소화시킨 뒤
에 먹는다.
+ 호박 속 곤충은 책과 영화 쥬라기 공원이 인기를 끈 1990년대에 유행했다. 이 이야기에서는 과학자들이 호박에 갇힌 모기의 위장에서 공룡 DNA 를 추출하여 이 DNA 로 공룡 유전체를 재구성하고는 공룡 테마파크에 공룡을 풀어놓는다. 그 뒤로 대소동이 벌어진다. 나도 살아 있는 공룡을 무척 보고 싶기는 하지만, 호박 속 곤충으로 공룡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데이비드 페니 등의 최근 연구에서는 차세대 DNA 염기 서열 분석 기법을 이용하여 단 하나의 유전자를 복원하기에 충분한 DNA를 추출하는 것은 최상의 조건에서도 불가능하며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복원하는 데 필요한 유전정보 전체를 재구성하는 것은 어림도 없음을 밝혀냈다. 이 논문은 《PLoS 원》에 발표되었으며 자유롭게 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 오언 교수는 빅토리아 시대의 위대한 해부학자이자 찰스 다윈의 숙적 리처드 오언(Richard Owen)의 이름을 땄다. 그는 날개가 없는 동굴사슴벌레[Cape Stag Beetle(Colophon primosi)]를 대략적으로 본떴지만 실제보다 작게 그렸다. 동굴사슴벌레의 자연사는 깊이 연구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딱정벌레 수집가들 때문에 개체수가 너무 줄어서 국제 거래와 수출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 개미집에는 개미 수백만 마리가 있기 때문에 공격자에게 덤벼들 총알받이가 얼마든지 있다. 개미들이 머리를 잃는 것은 개미 군체 전체로 보면 사소한 대가다. 실제로 개미 군체를 초개체(superorganism)로 보는 사람들은 개미 한 마리를 잃는 것이 고양이 발톱을 막다가 피부 세포 몇 개가 떨어져 나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초개체는 개미 같은 사회적 곤충에 대해 생각하는 흥미로운 방식이다. 윌슨과 도블러는 책 『개미 세계 여행』에서 “외톨이 개미 한 마리란 그야말로 하나의 실망스런 존재이고 전혀 진짜 개미라고 할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말하자면 개미가 된다는 것은 개미들이 함께 성취하는 일에 매인다는 뜻이다. 이 장면은 앞선 싸움의 기념물로 다리에 개미 머리를 붙이고 있는 딱정벌레들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