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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426g | 152*225*30mm
ISBN13 9788932030791
ISBN10 8932030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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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앞에 가서, 그에게 말하기를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 불쌍하고 어린 것은 제가 죽이지 않았다면 아직 살아 있을 것입니다. 제 이름은 툴리오 헤르밀입니다. 바로 제가 죽였습니다. 저는 집에서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최대한의 보안 상태에서 일을 끝내는 동안 저는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밀을 간직한 채 일 년 동안이나 그 집에서 살았습니다. 오늘까지요. 오늘이 바로 한 해가 되는 날입니다. 이제 저를 당신들에게 맡깁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판단하시기 바랍니다.] 판사 앞으로 나아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나는 그럴 수 없고 그걸 바라지도 않는다. 인간의 법은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 이 세상의 어떤 법정도 나에게 판결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스스로를 고발해야만 한다. 나의 비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고백해야만 한다. --- p.7

그녀가 나를 보통 남자로 판단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나의 의식 속에서 내 과실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었다. 나는 생각했다. [어쨌든 그녀도 이해하고 있어.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삶 자체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내게 부과하려는 의무를 간과할 수 있고 타인의 의견을 당당히 무시하고 특별히 선택받은 나 스스로의 본성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나는 내가 선택받은 영혼일 뿐만 아니라 희귀한 영혼을 지닌 존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든, 나의 감정과 감수성이 가지고 있는 희소성이 그 행동을 격상시키고 특별하게 만든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러한 희소성에 대한 자부심과 호기심 때문에 나는 희생이란 것을 알지 못했고 스스로를 낮출 줄도 몰랐다. 아울러 나의 욕망을 과시하듯 드러내는 걸 포기할 줄 몰랐다. 하지만 이 모든 섬세함을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무시무시한 이기주의뿐이었다.
--- p.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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