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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 뇌리에 스며들다

NS 뇌리에 스며들다

수현 | 로담 | 2018년 03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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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388g | 128*188*30mm
ISBN13 9791156411055
ISBN10 11564110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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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수님은 왜 자꾸 저만 물고 늘어지세요?”
술이 조금 들어간 걸 빌미 삼아 왜 자신만 못 잡아먹어 안달이냐 직설적으로 묻지 못하고 돌려 물었다. 자신이 실수를 하긴 했지만, 병원 내에서 커피 타령 하며 자꾸 피를 말리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도 그렇고, 퇴근 후에 마주치는 것도 그렇고, 오늘은 포장마차에서 술까지. 언제 외국으로 갔는지는 몰라도 귀국했으니 만날 사람들도 있을 테고, 아니면 부원장이나 병원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져도 될 텐데. 굳이 왜 자신만 이렇게 잡고 늘어지는지 계속 궁금했었다.
그게 처음 만난 날의 실수 때문이라면 이젠 정말 간절히 빌고 싶다, 그만 용서해 달라고. 집도 같은 방향인 걸 알았으니 어쩌면 며칠쯤은 그와 함께 퇴근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매번 이렇게 퇴근길에 그에게 붙들리고 싶지는 않았다.
“너밖에 없어서.”
“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주지가 눈을 깜빡이며 그의 말을 되새기는 동안 라익은 마지막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나? 그래서 많이 외로운 건가? 말벗이 필요해서 날 붙잡은 건가? 무수한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게 훤히 보였다.
빈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가 말했다.
“만만한 사람이 너밖에 없거든. 아직은.”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주지가 뜨악해 입을 벌린 채로 그를 쳐다봤다. 그러나 그는 태연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그가 말했다.
“같이 술 마셔 준 값으로 오늘은 내가 살게.”
그러곤 미련 없이 몸을 돌려 포장마차를 나섰다. 여기까지 같이 와 놓고는 가는 방향도 같은데 주지를 혼자 남겨 두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주지가 마지막 파전 조각을 입에 넣어 우걱우걱 씹었다.
반 정도 남은 술잔을 들어 기울이며 주지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는 라익을 안주 삼아 곱씹었다.
“첫맛은 쓰고 중간은 묘하게 달달하고 끝 맛은 씁쓸하고. 오늘 술맛 참 별로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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