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력으로 9월인 라마단이 되면 낮 시간 동안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이 문을 닫아 밥 먹을 곳이 없게 된다. 텔레비전에서는 이슬람력 12월인 둘 핫즈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백만의 무슬림들이 메카의 카으바신전을 돌고 있는 놀라운 광경을 방송한다. 이렇듯 이슬람세계에서 일어나고 목격되는 모습들은 이슬람의 5행에 기인한다. 이슬람 5행은 5주(다섯 기둥)라고도 하는데 신앙고백(샤하다), 예배(쌀라), 자선(자카트), 단식(싸움), 순례(핫즈)이다. 5행은 전 세계 무슬림이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실천 행동이며, 무슬림들의 일상이고 삶이다. 5행의 실천 여부에 따라 이슬람 신앙의 정도가 평가되고, 최후의 심판일에 천국과 지옥의 길이 결정된다고 무슬림들은 믿는다. 따라서 아랍 이슬람 사회를 이해하고 무슬림들의 의식구조와 가치관 및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5행의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p.61
중동평화협상 과정에서 항상 난관에 봉착했던 것이 보복에 또 보복이 점철된 아랍과 이스라엘의 과격파 문제이다. 이 문제는 단지 아랍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를 넘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큰 문제이다. 이스라엘 라빈 총리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으로 자국 내의 우익 강경파에게 암살되었으며, 중동 평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 레바논의 바시르 전 대통령, 레바논 하리리 전 총리 등도 극우·극좌 과격 단체들에 의해 희생되었다.--- p.99
샤리아의 가장 중요한 법원은 알라의 계시 말씀인 코란이고, 그다음이 예언자 무함마드의 순나(하디스)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을 해야 할 경우 우선 제1법원인 코란에서 찾아보고 판단의 근거가 있으면 그대로 적용한다. 만일 코란에서 사안을 판단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제2법원인 예언자의 순나(하디스)에서 찾아보고 있으면 그대로 적용한다. 만일 코란과 순나에서도 판단과 적용의 근거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코란과 순나에 정통했던 예언자의 교우들과 법학자들이 코란과 순나를 근거로 하여 이즈마으나 끼야스 등과 같은 부차적인 법원들을 통해 최선의 법적 견해(파트와)를 생산하려는 노력(이즈티하드)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특정한 사안에 대한 샤리아의 구체적인 규범들이 만들어진다.--- p.153
코란 구절에는 ‘불결하다’는 이유를 들어 돼지를 금지하면서도 처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예외의 사항(어쩔 수 없는 경우, 필요에 의한 경우, 알지 못하고 섭취한 경우)이 포함된 금지의 모호성과 불명확성으로 인해 후대의 통치자들과 법학자들은 순나(하디스)에서 돼지 금지의 좀 더 명확한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디스에는 돼지 금지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구절 10여 개가 발견된다. ... 코란, 순나(하디스), 법학파들을 통해 ‘돼지는 불결하다’는 것을 돼지 금지의 일관된 이유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어디에서도 돼지 금지를 위반할 시의 처벌에 대한 언급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세계에서는 핫드(후두드)형을 집행하는 술 금지보다 아무런 처벌이 없는 돼지 금지가 무슬림들이나 비무슬림들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는 돼지 금지를 준수하는 것이 알라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신념과 정체성의 유지나 실천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 현재적 관점에서 보면 돼지 금지의 복합적 요인들(위생 이론, 토템 이론, 신의 음식 이론, 분류학 이론, 환경 이론)이 무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돼지에 대한 금기를 지키려는 것은 타종교와의 차별성과 이슬람이라는 집단적인 자기동일성을 강화하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p.168
아랍인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자기 스스로를 높이고 남으로부터 존경받는 것을 대단히 중시한다. 아랍인은 쉽사리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는 것보다 굶어 죽는 편이 낫다. 왼손이 오른손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도록 하라.”와 같은 경구가 강조된다. 아랍인은 동정을 받으면 경멸당한 것처럼 생각한다. 아마도 아랍인만큼 종교와 습관, 전통, 생활방식에 자부심을 갖고 그 공적과 우월성을 믿고 있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아랍인은 자신들의 전통과 습관을 존중해 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자신들의 생활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며, 상대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자부심을 지켜 주면 우정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래서 이렇게 단언한다. “수치와 더불어 사는 것보다는 명예와 더불어 죽는 편이 낫다. 자부심을 갖지 않은 머리는 잘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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