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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 양장 ]
리뷰 총점9.8 리뷰 240건 | 판매지수 12
베스트
독일소설 top20 5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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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42g | 128*188*30mm
ISBN13 9788932918808
ISBN10 893291880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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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내가 침울하게 고백한다. 「방금 내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인상을 줬다면, 그건 실제로 그렇게 충격받을 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일 거야.」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일이냐고?」 엘렌의 목소리가 이젠 경고에 가깝게 들린다.
「예전의 내 환자 한 사람을 오늘 두 번이나 봤어. 아벨 바우만이라고.」
「아벨 바우만…….」 엘렌은 천천히 이름을 되씹더니 불쑥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신이라고 주장했던 사람 아냐?」
「맞아. 그 사람. 심각한 과대망상적 정신 분열증 환자였지. 어쨌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예전에 알고 있던 사람을 본 게 뭐가 그리 특별하다고 그래?」 엘렌이 묻는다.
「아벨 바우만은 죽은 지 4년이 넘었어. 사고였지. 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늦었어. 숨을 거둘 때는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 장례식에도 참석했고.」
--- p.31~32

나는 건배를 한다. 「맛있게 먹어. 와인 고마워.」
아벨은 꼼짝도 않고 앉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왜, 뭐 잘못된 거라도 있어?」
「기도 안 해?」 그가 묻는다.
「뭐라고?」 나는 와인 잔을 내려놓는다.
「기도 안 하느냐고 물었어.」 아벨이 사무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식사 기도 같은 거 말하는 거야?」 내가 조심스레 탐색한다.
「식사 기도건 뭐건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여기 앉아서 들어 줄 테니까. 다행히 난 시간이 아주 많아.」
--- p.58

「그러니까 나를 자네의 선지자로 삼겠다는 건가?」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그것도 포함돼. 하지만 자네가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거?」 내가 궁금해한다.
「아주 간단해. 자네가 이 세상의 기아와 싸우고,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고, 인류에게 평화롭고 정의롭고 행복한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거지.」
「그게 다야?」 내가 재미있다는 듯 묻는다. 「별것 아니네 뭐. 그 말은 곧 자네가 나를 자네의 메시아로 삼겠다는 거 아냐?」
「빙고. 내가 생각한 게 바로 그거야.」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미안해, 아벨. 그건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어째서? 우리는 아주 좋은 팀이야. 게다가 나는 당연히 자네 일을 최대한 도울 거야.」
「머릿속으로 대체 어떤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 거야? 나보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히피 같은 복장으로 세계 각지를 떠돌면서 설교라도 하라는 거야?」
「이건 자네도 꼭 알아야 해. 메시아라는 직업은 고도의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요구해. 예전에는 각지를 떠돌면서 설교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었지. 하지만 그건 하나의 방법일 뿐이야.」
--- p.48~49

「어쨌든 나는 가능한 한 빨리 자네를 만나고 싶었어. 메시아와 관련해서 자네의 소명을 이야기해 주려고.」
「이거 우쭐해야 하는 순간인가?」
「맞아. 자네는 그럴 자격이 충분해. 지난밤에 나는 어느 뒷골목의 초라한 호텔에서 잤고, 저녁도 먹지 않았어. 그렇게 아낀 돈으로 오늘 아침 자네하고 식사하면서 크게 한번 쏘려고 했던 거야.」
「거 참 갈수록 고마운 소린걸.」 내가 말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어, 아벨. 할 말이 있으면 그냥…….」 순간 나는 멈칫한다. 갑자기 중요한 의문 하나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어째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방금 부활한 사람이 돈을 갖고 있지? 설명해 봐.」
「좋은 질문이야. 정말 좋은 질문이야, 야콥.」 아벨은 변명거리를 찾아 시간을 버는 게 분명하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연다. 「실은 공동묘지 예배당의 헌금함을 털었어.」
나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는다.
「잘못된 건 없어. 어차피 교회에 낸 돈이라면 당연히 교회의 주인인 내 돈이나 마찬가지잖아! 나는 아침 식사를 하고 곧장 내가 살던 그 트레일러로 달려갈 생각이었어. 거기다 비상금을 숨겨 놨거든. 제법 액수가 돼. 게다가 전부 정직하게 번 돈이기도 하고.」
---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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