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밍글맹글
김병호 | 파란 | 2018년 02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22쪽 | 188g | 130*208*20mm
ISBN13 9791187756149
ISBN10 1187756148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불륜의 아침

그날 저녁 만난 1은 누가 봐도 그저 1이었다 1이었지만 흔들리는 노을에 채여 그늘을 만드는 순간, 터울 져 드러난 여럿 그림자들은 각각 온전한 자백이었다 탄식은 먼 세계에서 가졌던 자신의 부피에 관한 기억이었고 회한은 몇 개의 차원을 건너 긴 그림자를 드리울 수밖에 없었던 운명의 넋두리였다
지금 이곳에서 그저 1인 모든 1들이 다른 차원에서 다른 존재가 드리운 신성한 독립 상태들의 긴 그림자였다는, 그래서 나를 나로 나누어 나온 1과 너를 너로 나누어 나온 1은 진정 다르다는 밀고와 각성이 후려치는 밤, 세계는 이미 어제의 그것이 아니었다 사무치는 통고였다
허망은 허투룬 삶의 첫발자국이다 이 번잡한 세계 전체를 스스로 나누어도 1이 나올 터였지만, 그 1이 또 어느 차원에서 수많은 영혼을 쥐고 흔들지 감당할 수 없었지만, 나는 그저 해서는 안 될 연산을 끄적였다
세계를 나로 나누자 온통 토악질하는 나들의 범벅이었고 나를 세계로 나누자 명암만 남은 치욕의 무한소들이 차곡차곡 쌓인 곳간이었다 갈 곳이 아니었다 너를 나로 나누자 패턴 없이 영원히 이어지는 무리수, 원주율이었다 태생이 딱 접히지 않는 어긋남이라는 이 증거 때문에 다시 나는, 아침 볕에 기대 나를 1로 나눴다 거기에는 한 꺼풀 채도가 사라진 내가 퀭하니 누워 있었고 나를 2로 나누자 한껏 흐릿해진 두 개의 봄꿈이 흐드러진 거기 들판이었다 다시 3으로 나누자 모서리가 뭉개진 울음이 세 방향에서 메아리쳤다 그리고
나를 너로 나누자 가을 햇살에 푸석, 먼지로 일어났다가 서둘러 침전하는 맥박들이 있었고 이 희미한 맥박들은 닿는 곳 어디든 꿈틀거리는 빨판이었다 ***


공전의 이유

바람이다 대지의 상처를 처음 어루만지는 손길은
날선 상처의 가장자리를 허물어 어느 허공도 베이지 않아야 돌아서는
물이다 상처의 가장 깊은 곳을 수심으로 덮고
세월의 앙금으로 메워 어느 숨결도 갈라지지 않아야 흘러가는
먼 옛날의 파도를 불러 거칠어진 흉터를 쓰다듬고 물러서는
어느 생명도 하는 일이기에
이렇게 지구의 상처는 아물진대

달은 상처를 지우지 않는다
바람도 파도도 내쳐
40억 년 전의 피 묻은 흉도 지금의 것이기에
온전히 상처로 이루어진 달과

지구가 함께하는 이유는
아물어야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할 것
생명이기 때문이다 ***


질문

식이 섬유가 변비에 좋으면 탄 음식은 암에 좋은가요
콩나물이 숙취에 좋으면 그렇게 숙취가 좋아지면
콧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술 냄새의 풍속은 빨라지나요 느려지나요
검은콩은 발모에 좋은가요 탈모에 좋은가요 그래서
위로는 받는 이를 위한 것인가요 하는 이의 독백인가요

더위는 무좀에 좋은가요 자유는 영혼에 좋은가요
낮은 울음소리는 나를 위한 속삭임인가요 스스로를 위한 주문인가요
밤과 낮 사이에 새기는 각인인가요
변덕은 여자에게 좋은가요 저주는 불안에 좋은가요

연기는 싸움의 원인인가요 결과인가요
창은 어둠을 담기 위해서인가요 빛에 비켜서기 위해서인가요
굳이 창을 만들고 커튼을 치는 이유는 비릿한 봄 멀미는
나락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인가요 나락을 앞에 두고 올려다보기 때문인가요
철 지난 섹스는 그래서 추억에 좋은가요 ***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물리학을 공부하고 시인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김병호 시인이 그렇다. 과학은 설명하려 하지만, 문학은 함께 삶을 앓는 것이라 들었다. 시인의 시에서 과학과 문학은 하나가 된다. 우리 삶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진다.
주변의 정보로부터 미분으로 계산되는 곡률은 “자신을 보고 싶을 때”는 “주위를 두리번거려야 한다”는 통찰로 독자를 이끈다(?존재의 양식?). 라그랑지안을 적분한 양이 최소가 되는 경로를 따라 물체는 움직인다. 운동 에너지에서 위치 에너지를 뺀 것이 라그랑지안이라고 밝힌 시인은 묻는다. 욕망에서 허망을 빼면 무엇이냐고, 환상에서 꿈을 빼면 무엇이냐고. 질문은 조약돌이 되어 다른 질문을 내게 묻는다. 삶의 라그랑지안은 무엇에서 무얼 뺀 걸까. 내 삶의 궤적의 목적함수는 무엇일까.
우리말에 대한 탐구도 흥미롭다. “검은콩은 발모에 좋은가요 탈모에 좋은가요”(?질문?)를 읽고는 얼마 전 본 재밌는 광고, ‘치킨은 살 안 쪄요. 내가 쪄요’가 떠올랐다. “흔들리지 않으면 억새도 아니다” “뵈는 게 없어야 눈”(?시대의 유물론?)으로 뒤집힌 문장은 재미뿐 아니라, 통찰로도 독자를 이끈다. “시가 아니라고 해서 똥이 자신의 지위를 잃지 않듯 똥만큼 굵다고 해서 시라고 자신하면 안 된다”(?똥과 시의 관계에 관한 비시적 고찰?)에 킥킥 웃다 갑자기 숙연해졌다. 맞다. 치열함은 충분조건이 아니다.
과학의 언어로도 삶을 앓을 수 있을까.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독자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작년에 멋진 장편소설 ??폴픽??으로 SF 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한 김병호 시인은 과학과 문학의 경계에 다시 섰다. 독자의 영역이 경계의 어느 쪽이든, 시인은 경계 저 너머를 보여 준다. 아니, 경계란 애초에 없었음을 알려 준다.
-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꿈의 블랙홀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자들이 있다. 물리학이란 무엇인가? 시인이란 누구인가? 물리학자가 알려고 애쓰는 것이 물질의 기본 법칙과 원리라면, 그건 시가 꿈의 매혹 속에서 발화하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야말로 가장 깊고 순수한 우주의 발화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렇게 시가 태동하는 꿈의 고고학은 물리학이 탐구하는 빛의 고고학과 근원에서 다르지 않다. 양자는 신비에서 하나이다. 그러니 그들의 마음속에서 물질과 세계와 우주의 신비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대체 신비는 누구의 몫일 수 있겠는가. 김병호의 시는 이를 입증하는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자산이다. 보라, 물리학의 법칙이 우리의 삶과 죽음,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거기서 우리는 슬픔과 기쁨 속에 내재한 욕망을 통해 삶의 진실과 비의를 만나게 될 테니, 때로는 절망이라는 강력한 중력에 의해 세상의 빛이 휘더라도 역시 놀라지는 말자. 드넓은 시의 우주에서 중력 왜곡 현상은 드문 일이 아닐 테니…. 그의 시는 하나의 물리적 현상이다.
-장철환(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