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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팝과 책들의 정원

롤리팝과 책들의 정원

: 박주현 장편소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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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7쪽 | 428g | 148*210*20mm
ISBN13 9788927802716
ISBN10 892780271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책을 통해 욕망과 악몽을 배웠다. 욕망과 악몽은 쾌락과 즐거움이 없는 곳에서 자란다. 쾌락, 그 만족을 모르는 즐거움. 책들은 여기 말고 다른 곳, 지금 말고 다른 순간을 생각하게 하는 족속이다. 그러면서 지금 여기에 없는 즐거움에 대해 은밀하게 묻고, 공모했다. 너와 내가 모르는 즐거움을 책들은 알고 있었다. 책들은 욕망과 악몽의 가이드북인 동시에 쾌락의 지침서였다. 나는 애인을 고르듯 책을 골랐다. 때로는 하드보일드풍의 거칠고 위험한 책들을, 또 다른 날은 아나이스 닌이나 콜레트의 관능적인 책들을 펼쳤다. 루카치나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지적이고 똑똑한 책들을 고를 수도 있었고, 임꺽정이나 장길산처럼 단순하고 힘센 남자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책이 선물하는 (금지된) 수많은 즐거움들. 죽음, 난교, 근친상간, 마약, 살인, 간통, 기타 등등. 그 가운데 어떤 것들은 판타지로 남았고, 또 어떤 것들은 현실이 되었다. 애인 같은 책들이었다. 나는 여러 책들과 함께 즐거웠다. 책 읽는 쾌락에 골몰했다. 나는 그들에게 매혹되었다. 엄마가 태우고 싶었던 것도 사실은 그것이었다. ---pp.13~14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야?
지금까지 늘 안 된다는 말을 들어왔다. 안 된다, 안 돼. 그래서 안 된다는 일들만 골라서 여기까지 왔다. 나의 현재와 과거는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의 총체적인 목록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거대한 애인을 목록에 올렸다.
“왜 안 되는데요?”
“왜 안 되냐고? 그걸 말이라고 하니?”
박 언니가 눈을 크게 떴다. 거대한 애인 이야기에 정말로 놀란 것처럼 보였다.
야, 아버지뻘이잖아! ---p.20

누구나 연애를 한다. 나도 연애를 하는 중이었다. 나와 거대한 애인은 함께 걷고, 먹고, 이야기하고, 손잡고, 입을 맞춘다. 다른 모든 연인들이 하는 평범한 행동들. 반대로 우리는 그들처럼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그는 내일 볼지, 모레 볼지, 한 달 후에 만날지조차 약속하지 않는다. 거대한 애인은 너무도 바쁜 남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가장 바쁜 부분이 아니었다. 결혼이나 미래를 약속하지도 않았다. 그런 단어는 금기에 가까웠다. ---pp.22~23

모든 책들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노골적이고도 집요한 시선이, 고개를 돌려도 소용없었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책과 마주치게 되어 있으니까. 술로 마비된 온몸이 뭉근하게 부서졌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묵직한 팔다리를 그가 들었다 놓고, 벌리고, 끌어안았다. 끔찍한 기분과 괜찮다는 기분이 동시에 들었고, 나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책들의 노골적인 시선과 그를 받아들였다. 숨죽인 책들이 우리의 소리를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책들만이 벌어지는 일을 고스란히 알고 있었다.
나는 문득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엄마의 목소리. 안 돼, 안 된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수치심. 갑자기 그가 다리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열에 들뜬 헐떡이는 목소리가 말했다.
“침대로 가자.” ---pp.91~92

우리는 같이 소리 내어 웃었다. 함께 수업을 듣고 밥을 먹었던 친한 동기답게, 그러면서 그때가 지난 사람들답게. 스물이었을 때 서른은 너무 멀어서 결코 다가오지 않을 미래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막상 미래는 만나고 보니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연 때문이었다. 우리가 스물에 꿈꿨던 것들은 바야흐로 산산이 흩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채로 늙어간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을 것이다. ---p.125

의사는 막 세탁해 다려놓은 리넨 침대보를 닮았다. 하얗고 깨끗할 뿐 아니라 구김 하나 없다. 풀 먹인 이불보 같은 팽팽한 긴장감. 나는 그가 한 번이라도 구겨진 경험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구김 없는 사람이 어떻게 구김투성이의 사람들을 치료하고 위로할 수 있지?
“저도 어머니와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군요. 뭐가 문제였지요?”
이것 봐, 이것 봐. 구김 없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구김 없는 사람들에게 매료되곤 했다. 전이나 역전이와는 상관없이 의사가 좋았다. 착한 환자가 되고 싶었다. 착한 딸은 못 되었지만. ---pp.158~159

나는 엄마가 속속들이 읽어 아는 책이다. 이번에는 어디를 펼칠까. 또 어디를 다시 쓰고, 어디를 삭제할까. 그러나 나는 가장 고집 센 딸이다. 엄마가 다시 쓰고 삭제한 곳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돌려놓았다. 아니, 다시 쓸 때는 나는 원하고 엄마는 용서하지 않을 내용으로만 골라 적는다. 엄마가 모르는 페이지도 몰래 새로 자꾸자꾸 만든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배신하고 상처 입히는 방식은 거짓말이 아니라 누락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실도 비밀이 되는 순간 비밀답게, 어딘가 수상쩍고 의심스러워진다. 그런 사소한 비밀들을 나는 수백, 수만 가지나 가지고 있다. 그걸 다 어떻게 고백하겠어요. 또 어떻게 다 찾아 읽겠어요. ---p.189

사랑은 그동안 너무 과대평가받아왔다. 인간은 사랑 때문에 완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해진다. 어리석어진다. 부서지고 흩어진다. 더 사랑하는 쪽이 손해고 실패다. 증오나 실망, 미움이 어디서 비롯하는 감정인지 생각해보면 더 분명해진다. 그것들은 전부 사랑의 이면이다. 무용하기 짝이 없는 사랑, 혹은 연애가 세계를 변화시킨다면 그 때문이다. 인간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스스로가 얼마나 무력한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깨달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미워하고 실망하게 된다. 마침내 인간이 인간으로 부서지고 흩어진다. 그런데 나는 사랑에 빠지기 전에도 부서지고 흩어져 있었다. 이러니 거대한 애인을 원하면 원할수록 나는 점점 더 형편없어진다. 더 작은 파편, 더 보잘것없는 존재. ---p.201

“너는 네가 예쁘다고 생각하니?”아니오, 나는 예쁘지 않다. 그건 나도 안다. “그래, 네가 예쁘지는 않지.”거대한 애인은 응당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이런 일들은 전부 내가 예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건 아닐까.
갑자기 울고 싶어져서 욕실로 도망쳤다. 가족들에게 우는 모습을 들키면 곤란했다. 헤픈 눈물은 헤픈 웃음만큼이나 위험하다. 미친 여자들은 잘 웃고 잘 운다. 엄마는 내가 울고 웃는 것도 엿들었다. 문을 잠그자마자 눈물이 펑펑 솟았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밤이나 아무도 없을 때나 흐르던 눈물은 출근길 버스에서도, 수업 중에도 터지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었다. 밥을 먹다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다가, 신문을 읽다가 울었다. 지하철 행상인이 구겨 신은 구두 뒤축 때문에,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가린 여고생 때문에도 슬펐다. 이름도 모르는 낯선 슬픔들이 안으로, 안으로 마구 쳐들어왔다. 이건 내 것이 아닌데, 다른 사람의 것인데. 나는 눈물을 막으려고 애쓰지만 겨우 틀어막을 뿐 반드시 터지고야 말았다. 왜 울까. 운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질질 짜는 건 정말 질색인데. 수년에 걸친 긴 치료 끝에 먹는 법과 먹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눈물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낯선 슬픔 때문에 터지는 눈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없으니 통제할 수도 없었다. 이것도 큰일이었다. 계속 이러면 어쩌면 좋지? ---pp.211~212

나의 거대한 애인은 무수한 여자들과 술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오로지 죽은 여자뿐이었다.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우리는 사랑이 불가능한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다. 그는 그녀가 죽은 다음부터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딸 같은 여자와 연애할 마음이 없었다. 그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그의 죽은 여자가 아니면.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를 원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 너도 죽은 여자를 죽은 다음부터 사랑하게 되었잖아요. 나는 그 늙고 지친 얼굴에 입 맞췄다. 외롭고 쓸쓸한 얼굴, 화가 난 얼굴, 내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얼굴. 나는 죽은 사람들만 떠올리느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 어떤 얼굴을 갖는지 전혀 몰랐다. 모욕을 견디는 사람들이 어떻게 늙는지 미처 모르고 지내다가 거대한 애인을 통해 그 얼굴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너를 원하지. 안고 싶지, 만지고 싶지, 입 맞추고 싶지. 거대한 애인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원했다. 갖고 싶어. 만지고 싶어. 그가 나를 고른 게 아니고 내가 골랐다. 내가 유혹했다. 그러니까 장소가 어디든 거대한 애인의 품에 기꺼이 안겼다. 하지만 내 기억은 미약하고 불완전한 것이다.
---pp.24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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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책 속을 달려가는 고아 여자가 있다. 태어난 이후로 그녀는 결코 해소될 수 없는 허기와 갈증에 늘 시달려왔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것을 제 입속으로 밀어 넣어 삼킨다. 여자의 주식은 욕망이다. 부식은 책과 남자와 공포와 아픔이다. 여자의 연약한 위장에서 이 모든 것은 뒤범벅되어 울렁거린다. 점점 더 많은 것을 삼킬수록 점점 더 가벼워지고 말라간다. 사라진다. 그녀는 폭식의 끝에 이르러 세상의 딸들을 원고지에 토해놓았다. 홀쭉한 뺨으로 비틀거리며 친정어미도 없이 자신의 산구완을 하러 나선다. 완연한 병색을 언어의 분장으로 가리려 한다. 백색 사막에서 허기와 갈증을 해소해줄 유일한 단 한 권의 책을 찾을 때까지, 그 참젖을 물고 쉴 때까지, 여자가 지은 사랑스러운 빈칸들에는 뺨을 맞고 우는 딸들이 희디흰 나신을 빛내며 잠에 빠져 있으리라.
허윤진 (문학평론가)
여자로서, 소설가로서 내겐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어떤 경우라도 맨 얼굴을 드러내지 말 것. 그 얼굴이 드러나면, 게임은 끝이다. 그런데 여기, 화장을 진하게 한 여배우의 얼굴이 불에 녹아 일그러지는 것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있다. 나는 흠칫 놀라며 작가가 일으킨 화형식을 바라본다. 그곳에 줄줄 녹아 끓어오르는 것은 지금껏 누구에게도 들켜본 적 없는 나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롤리팝과 책들의 정원』에는 수많은 여자들의 맨 얼굴이 드러난다. 그들은 어떤 화장도, 가면도 없이 이쪽의 독자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얼굴이 당신과 너무나 닮아서, 당신은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토록 솔직하게, 이토록 직선으로 게임해도 되는 건가. 책장을 넘기면서 몇 번이나 질문하게 된다.
정한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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