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세계는 어디 있을까? 조나단은 눈속임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알고 있다. 사람들은 눈 깜박할 사이에 지평선을 긋고, 나무들을 심고, 길들을 그려 넣는다. 사거리 정중앙에 있는 교통순경의 실루엣이 혼잡한 교통을, 현대 도시를 채우는 지속적인 소음을 일깨워준다. 한 건물 전면에서 반사되는 빛줄기들은 거주자들의 삶을, 반복되는 일상을, 지나가는 시간의 똑딱거림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 p.12
“봐, 우린 하늘에 있어. 우리 발치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의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 펼쳐져 있어.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해. 슬픔을 잊어. 아야메이, 당신은 살아있고 자유로워...”
침대, 포근하고 부드러운 세계! 피부의 스침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다.…“눈을 감아. 그리고 나한테서 당신이 좋아하는 걸 말해봐.”
“난 당신의 눈이 좋아… 난 당신의 미소가 좋아… 난 당신의 손목뼈가 좋아… 난 당신의 손이 좋아… 난 당신이 나에게 키스할 때가 좋아… 난 당신과 함께 자는 게 좋아…”
--- p.120
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는 계집아이의 기쁨을 되찾았어. 슬프고 외로운 밤, 내적 독백, 편집광적인 발작, 강박적인 확인은 끝이었어. 병적인 생각의 모든 독기가 물러가버렸지. 난 나 자신이 아름답다는 걸 발견했어. 다른 사람들에게 난 그림자에 불과해. 하지만 당신에겐 내가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어! …… 난 당신이 날 소유하고자 한 것처럼 당신을 정복하고 싶었어. 난 매번 전장으로 가는 병사의 마음가짐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어. 당신의 신뢰, 당신의 약점 그리고 범할 수도 부패시킬 수도 없고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은 그 유일한 진실, 사랑을 얻기 위해. 당신은 사랑할 수 있어? 난 사랑할 수 있을까?
--- pp.288~289
이 세상은 미쳤어! 협박, 눈물, 고백, 돈, 마약, 유혹은 곡예의 레퍼토리에 지나지 않아.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저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우리는 배후에서 조종하고 조종되는 사람들이 몸부림치는 심연으로 더 깊이 떨어지고 말아. 당신과 나 사이에는 더 잔인하고 더 잘 속이는 사람이 승리를 거두는 더러운 전쟁이 영원히 벌어질 거야.
--- pp.292~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