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 믿는 하나님은 어떤 존재일까?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 그리고 성령이 계시며, 이분들이 한 하나님임을 이야기하는 삼위일체론은 기독교 교회가 믿고 고백하는 핵심 교리다. 이 교리가 신구약 성경에 어떻게 나타나 있으며, 초기 기독교 교회의 예배와 의식에서 어떻게 구현되었고, 2천 년 동안의 교회 역사를 통해 어떤 도전과 변화를 겪으며 정식화되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삼위일체론이 신학적 사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본디부터 예배와 삶을 통한 실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음을 주장하면서,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겨냥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삼위일체론은 기독교의 정체성과 독특성을 담고 있다. 종교로서 기독교는 무신론이 아니며 유신론이다. 그래서 기독교는 불교와 구별된다. 유신론이지만 다신론이 아니고 단일신론이다. 그래서 기독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와 구별된다. 단일신론이지만 삼위일체론 때문에 유대교나 이슬람교와도 구별된다. 이처럼 삼위일체론은 대외적으로 기독교의 독특성을 드러내고 대내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밝히는 시금석이다. --- p.3
교회는 애초부터 삼위 하나님을 믿었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성부의 사랑을 성령의 교제 중에 고백했다. 교회는 삼위 하나님을 고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단과의 투쟁을 통하여서 비로소 이 고백의 내용에 이른 것도 아니다. 사실 처음부터 교회는 부활하신 주님이 마태복음 28장 19-20절에서 부탁하신 일, 곧 부활의 주님을 전파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가르치는 일을 잘 준행했다. --- p.41
구원의 경륜과 배포(配布)는 하나님의 본질에 속했다. 구원을 삼위 하나님의 협의와 사역에 근거한 하나님의 삶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구원이 오로지 구원론적으로만 제한되고 급기야는 인간론적인 개인주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체험을 통하여 우리의 구원을 확신하지만, 우리의 구원 자체는 이미 삼위 하나님이 자신들의 협의에 기초하여 이루신 사역이다. 구원에만 머물고 구원의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는 신앙은 성숙되지 못한 개인주의의 잔재를 지니고 있다. 성경이 말하는 교제와 참여는 삼위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통하여 그의 본질에 참여함에 있다(벧후 1:4). 그리고 이것은 근본적으로 성도의 교제도 포함한다. --- pp.73-74쪽
교제는 은사 공동체인 교회가 하나 되게 한다. 성령에 참여하여 은사를 누리는 것과 상호 교제는 결코 배타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상호 교제와 연합을 겨냥하지는 않으면서, 개인주의적으로만 성령에 참여하고 성령과 교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은사 공동체인 교회가 한두 은사를 절대화하여 교인의 배타적 표지로 삼을 때, 교회 공동체는 분열의 아픔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은 하나 되게 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거스르는 큰 범죄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