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되니 점심식사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직원들! 함께 사무실 근처에 있는 샐러드 바로 갔다. 돈가스를 주문하니 영양밥이 따라나오는데, 보기엔 그냥 흰 쌀밥이다. 뭐가 영양밥이라는 건지 의아하여 물었더니, 비타민이 들어 있다고 한다. 잘게 다져진 야채 몇 점이 비타민? 참 포장을 잘하는구나 싶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마츠다 상이 점심값을 받으러 왔다. 1,000엔이라고 한다. 일정표에 적혀 있던 직원들과의 첫 런치가 더치페이라니! 여기 와서 처음 경험하는 문화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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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되니,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린다. 즐거운 식사시간이자 휴식시간 후 이어지는 오후 연수는 개호보험 사업자 연락회 참석이다.
회의가 시작되자 방재대책 기본조례며, 재해 시 개호자에 대한 조치 등 재해와 관련된 내용을 우선적으로 전달하고 나서 그제사 개호보험 사업 관련사항들을 전달한다.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일정 진행에 의문을 표했더니, 아지토미 상이 설명을 덧붙인다. 지진 등 재해가 수시로 일어나는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재해 대비책에 대해 일상화가 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므로 연락회에서 다시 안내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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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학생들의 운영위원회인 JLP(Jump Live Party)가 ‘점프 섬머 페스티벌’을 기획하여 개최하는 날이었다.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공연은 물론 직접 만든 호르몬야끼, 솜사탕, 바나나꽂이, 빙수 등 다양한 음식들을 마련한 먹을거리 코너까지 운영하고 있다. 특히 3층 판매장 입구에는 재해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함을 만들어 놓고, 방문하는 어른들에게 “모금이요!”, “모금이요!” 하면서 동참을 호소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을 직접 내 손으로 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분명 미래 일본의 저력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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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도 시킬 겸 바깥으로 나와 흩날리는 빗사이로 야경을 즐기니 온천에 의외로 젊은 커플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는데 마침내 눈앞에 마주한 유바타케! 진동하는 유황 내음과 수로를 따라 내려오는 온천 원천이 뜨거운 수증기를 흩날리며 폭포수처럼 떨어지니 그 모습이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화산폭발이라는 큰 대가로 얻어진 이곳 일본의 수확물이 아닐까 싶은데 다들 여기저기서 셔터 누르기에 바쁘고 노천 아시유(족탕)에도 빈틈없이 둘러앉은 사람들이 족욕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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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반. 아닌 게 아니라, 침대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반듯하게 누워서 손을 가슴에 얹은 채, 꼼짝달싹할 수 없다. 머릿속으로 가족들 얼굴이며 돌아가신 엄마, 지인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르고 온갖 생각들이 끝도 없이 꼬리를 무니 공포심이 온 몸을 휘감는다.
그러기를 한 시간여 지났을까. 간신히 잠이 다시 들었다 깨어 TV를 켜니 동경에 3~4도 정도의 지진이, 간밤에 내가 눈떴던 그 시간 바로 2시 반에 있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건 지진이 아닌 여진이었다는 이야기다.
--- p.182
잠시 후 이어진 신청사 건립현장 시찰. 일본대지진으로 구청사의 벽면과 기둥이 손상되어 신청사 건립이 구의 숙원사업이었으나 재정난으로 실행이 어렵게 되자 세금을 들이지 않고 건립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통폐합된 히노데 초등학교 잔여 대지 및 현 청사 임대료를 활용하고 청사와 주택이 공존하는 건축방식을 도입, 아파트를 분양함으로써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하 3층, 지상 49층 규모의 청사를 건립하였다. 청사는 총 49층 중 9층까지이고 11층에서 49층까지는 아파트로 보기 드문 이 건축방식은 일본에서도 최초라고 한다. 그런 만큼 주민의 반대도 극심하여 100여 차례에 달하는 설명회를 가졌다고 하는데 2015년에 준공된 현 청사는 도시마구의 자랑일뿐 아니라 동경, 더 나아가 일본 내에서도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 p.196~197
조금 더 여유롭게 보고 싶지만 시간관계상 미술관 쪽으로 이동하는데, 담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지켜보니, 배식을 받고 있는 중이다. 어디서 제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주 토요일이면 무료급식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선진국 일본에서 이런 모습이라니!
--- p.231
가와고에역에 내리니 사람들로 넘쳐나는 거리에는 도쿄에서는 볼 수 없는 구라즈쿠리 건축물들이 중후한 멋을 풍기고 거리 곳곳에 차려진 포장마차에서는 야키소바며, 호르몬야끼, 아이스크림 등 갖가지 먹을거리로 행인을 유혹한다. 또한 상가 사이로 띄엄띄엄 보이는 이바야시(居?子)에서도 덴코(天狐)나 어릿광대 등의 가면을 쓴 무용수가 피리·북·징의 리듬에 맞추어 경쾌하게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있다. 다시 발길을 옮기니 행사장인 시청 앞으로 이동하는 다시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 정교한 인형을 태운 호화로운 수레를 일컫는 ‘다시(山車)’는 가와고에 지역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인데, 에도 시대(1603~1868)의 ‘천하제’를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 p.242~243
마침내 모든 공식행사가 끝나고 기념사진 촬영까지 마치자, 다들 내게 다가와 작별인사를 건넨다. 이미 예정된 이별임에도 불구하고 작별의 아쉬움에 생각지도 않았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지만, 나라를 떠나서 개인 간에는 이렇게 헤어짐이 서러운 법이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부서에서도 직원들이 마음을 모아 준비한 것이라며 선물을 건네준다. 뽁뽁이로 돌돌 감아 정성스레 한 포장을 열어보니 컷 글라스로 처리된 예쁜 모습의 크리스털 잔 세트가 얼굴을 내민다. 깨질까 염려되고 아까워서 못 쓸 거 같다고 했더니 에도기리코(江?切子)라고 해서 에도 시대부터 내려오는 유리공예품이라고 한다.
그간 정들었던 책상을 정리한 후 부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오는데,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것도 아니건만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것은 필시 그간에 쌓인 정 때문이리라.
--- p.262~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