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출생으로 아직도 인천에서 살고 있다. 동덕여자대학교 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1998년『문학사상『에 ‘보물선을 찾아서’ 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위대한 유산」「드므」「내 무덤 속으로」등을 발표했다. 2003년『여성동아『장편소설 공모에「내 마음의 집」이 당선됐다.
축구하는 아들을 보러 운동장을 따라 다니다 축구에 중독됐다. 그 몇 년간의 경험이 이 책 한 권으로 남게 돼서 다행이다. 이제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 역사 팩션 장편소설을 쓰고 있으며, 상처를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청소년소설도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다. 그리고 너무 늦은 첫 창작집도 낼 예정이다.
경기가 끝나자, 터덜거리며 힘이 쭉 빠진 채로 걸어나왔다. 이무런 의욕이 없었다. 엄마가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좆는 것도 모른 척했다. 불만과 서러움이 한껏 가득 찬 눈동자가 엄마와 마주치면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나는 엄마를 외면했다. 나는 달라졌다. 비록 축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자신감은 누구 못지않았다. 그런데 전지훈련에 와서는 모든 게 달라졌다. 축구가 쉽지 않고, 내가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모든 걸 극복하고 축구 인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기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 p.39
“고개 들어.” 선글라스 감독님의 목소리는 평소와 똑같았다. 고개를 들었다. 감독님의 눈을 피했다. 순간, 뺨으로 손이 날아왔다. “정신 차려.” 잠깐 비틀거리긴 했지만 중심을 잡았다. “네.”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그것밖에 안 돼? 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정신부터 똑바로 박혀 있어야 돼.” 나는 또다시 네, 라고 대답했다. “지금 실력은 실력이 아냐. 앞으로 누가 얼마나 더 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아무리 발재간이 있어도 성실하지 않으면 소용없어. 너 대신 뛸 선수는 얼마든지 많아.”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축구 소년의 그라운드 안에서 펼치는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때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축구를 시작했지만 타고난 재능과 스피드로 중학교에 스카우트되어 스트라이커로서의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함과 동시에 자신이 아주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열등감과 끊임없는 경쟁의식으로 지쳐간다.
스트라이커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오히려 골에 대한 강박관념과 욕심을 낳고, 그 욕심으로 인해 계속되는 부상과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다. 경기 도중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한동안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자연스럽게 쓸 수 없게 되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그런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며 죽으려는 결심까지도 해본다. 하지만 죽음마저도 인내와 끈기 부족으로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축구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 속에서도 주인공을 일으켜 세우는 가족 때문에 다시 힘을 낸다. 부모님과 함께 몸을 다시 만들고 드리블을 연습하고, 킥을 차본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기회를 잡아 다시 뛰게 된 경기.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파이팅 하며 경기에 나섰지만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일 뿐이다.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드로 포지션을 바꾸라는 감독의 명령이 떨어지고, 주인공의 자존심은 다시 한 번 무너진다. 하지만 주인공은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더로서 축구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여러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통해 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02년 한국 월드컵의 4강 신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 또한 그때 생각만으로도 아직까지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그 이후 아직까지 그날의 감동이 재현되진 못했지만 우리의 청소년 축구 꿈나무들이 그 이상의 성과를 이뤄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부모의 권유나 타인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청소년 축구선수들에게서 밝은 미래를 본다. 아직은 유럽이나 일본 등의 다른 나라에 비해 운동 환경이 부족하지만 불굴의 투지나 도전 정신은 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러한 면에서 현재 축구 꿈나무들의 마음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청소년 축구 꿈나무를 응원한다. 서정원 (현 축구 국가 대표팀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