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이 깊이 감동하여
낯선 몸으로 변신한 형체들을 노래하고자 하노라.
오, 신들이시여,
이들을 이렇게 변신시킨 이는 바로 당신들이오니
나에게 영감을 내려 주소서.
그리하여 이 세상의 시작부터 오늘날 우리 시대까지
이어지는 이 연속되는 노래를
내가 끝까지 잘 부를 수 있도록 인도해 주소서.
--- p.11
기도가 끝나자마자 심한 마비 증세가 그녀의 사지를 사로잡았다. 다프네의 부드러운 유방은 얇은 나무껍질로 변했고 머리카락은 잎사귀가, 양팔은 나뭇가지가 되었다. 그토록 빨리 달려왔던 양발은 활기 없는 나무뿌리로 바뀌었고 얼굴은 나무의 우듬지가 되었으며 오로지 아름다운 분위기만 남게 되었다. 포이부스는 이런 형상으로 변한 다프네도 사랑했고 오른손으로 나무줄기를 쓰다듬으면서 금방 생겨난 나무껍질 아래에서 뛰노는 연인의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뭇가지가 다프네의 사지인 양 거기에 양팔을 두르면서 나무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나무는 키스하는 포이부스에게서 벗어나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신은 슬퍼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내 아내가 될 수 없다면, 이제 나의 나무가 되어 주시오. 월계수여, 당신은 내 머리카락 위에, 내 수금(竪琴) 위에, 내 화살통 위에 언제나 있을 것이오. 당신은 로마 장군들을 언제나 따라다닐 것이오. 그들의 개선을 환영하며 사람들이 기쁨의 탄성을 내지를 때, 로마 원로원이 기다란 행렬을 굽어볼 때도 거기 있을 것이오.」
--- p.34~35
금발의 처녀 여신은 아라크네의 성공에 화를 내면서 옷감을 찢어 버렸고 이로써 천상 제신들의 범죄를 묘사한 그림도 사라졌다. 여신은 마침 옆에 있던 주목 북으로 아라크네의 이마를 서너 번 내리쳤다. 불행한 여자는 견딜 수가 없어 용감하게도 제 목에 올가미를 걸었다. 팔라스는 올가미에 매달린 아라크네를 불쌍히 여겨 그녀를 들어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죽지 말고 살아 있어라. 하지만 건방진 여자여, 거기 매달려 있으라. 그리하여 너는 계속 앞날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일한 징벌이 너의 가족과 후손들에게도 선언되었노라.」
여신은 자리를 떠나면서 헤카테 약초의 즙액을 아라크네의 머리에 뿌렸다. 독성 약물이 머리에 닿자 아라크네의 머리카락이 빠졌고 코와 귀도 사라졌다. 그녀의 머리는 아주 작아졌고 몸 전체가 아주 작게 쪼그라들었다. 옆구리에는 다리가 아닌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붙어 있었다. 나머지 몸은 배가 되었고 배에서는 하얀 실이 나왔다. 아라크네는 거미가 된 연후에도 예전처럼 옷감을 짜고 있는 것이다.
--- p.205
이카루스는 자신의 과감한 비행(飛行)을 즐기면서 아버지의 궤도에서 이탈했다.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아주 높은 길을 선택했다. 뜨겁게 이글거리는 태양이 바로 옆으로 다가와, 날개를 이어 주는 냄새도 좋은 밀랍을 녹여 버렸다. 그러자 날개 전체가 흩어져 버렸다. 이카루스는 맨팔을 뒤흔들었으나, 부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전혀 공중에 뜰 수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 이름을 외치면서 푸른 물 속으로 추락했다.
불행한 아버지, 아니 이제는 아들을 잃어버려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닌 다이달루스는 소리쳤다.
「이카루스야, 이카루스야. 너, 어디에 있느냐? 내가 어디서 너를 찾아야 하느냐? 이카루스야.」
그렇게 말하던 다이달루스는 파도에 떠 있는 깃털들을 보았고 자신의 교묘한 기술을 저주했다. 그는 아들의 시신을 무덤에 안장했다. 해당 지역은 무덤 속으로 들어간 아들의 이름을 따서 이카루스라는 지명이 붙었다.
--- p.287
이제 그들은 지표면의 가장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도달하자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올라오는 도중에 힘이 부치지는 않는지 또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서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뒤를 돌아다보았다. 순간, 에우리디케는 지하 세계로 미끄러졌다. 양손을 내뻗으면서 오르페우스의 내민 손을 잡으려 했으나, 이 불행한 여인은 허공을 움켜쥘 뿐이었다. 이제 한 번 더 죽게 되었지만 남편에 대하여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자신이 진정 사랑 받았다는 것을 알았는데 무엇을 불평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남편의 귀에 들릴락 말락 하게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지하 세계로 돌아갔다.
--- p.361~362
미다스가 기뻐하고 있는데 하인들이 식탁에 음식과 구운 빵을 가득 쌓아 올렸다. 그가 케레스의 선물인 곡식에 오른손을 대자 곡식이 딱딱해졌다. 황급히 입을 벌리며 음식을 씹으려 하자 이빨로 씹은 음식은 노란 금속 조각이 되어 버렸다. 바쿠스에게 황금의 소원을 빌었던 입에 물을 흘려 넣자 열린 입 안으로 황금이 흘러들었다. 이 기이하고 사악한 일에 깜짝 놀라면서 또 부자이면서 동시에 아주 비참한 인간이 되어 버린 미다스 왕은 자신의 부를 피하고 싶어 했고 자신이 소망한 바를 미워했다. 어떤 풍요도 배고픔을 덜어 주지 못했고, 바싹 마른 건조함이 목구멍을 태웠으며, 황금 때문에 엄청 고통을 당하고 있기에 이제 황금을 미워했다. 그는 양손과 양팔을 하늘로 쳐들면서 말했다.
「오 용서해 주십시오, 아버지 바쿠스 신이여. 내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저주를 거두어 가소서.」
신들은 자비로운 정신의 소유자이다. 미다스 왕이 잘못했다고 고백하자 바쿠스는 왕을 원래 상태로 회복시켰고 약속에 따라 베풀어 준 선물로부터 왕을 놓아주었다.
--- p.400~401
이제 나는 유피테르의 분노도 불도 칼도,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세월도 파괴하지 못할 대작을 완성하였다. 이 육신을 파괴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한 그날이여, 내 불확실한 한평생의 수명을 마감하는 그날이여, 올 테면 오라. 하지만 육신보다 더 좋은 나의 일부인 영혼은 저 아스라이 높은 별들 위로 날아 올라갈 테고, 나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 제국의 힘이 정복된 땅들에 미치는 한, 나의 작품은 여러 민족들에게 읽힐 것이며, 시인들의 예언에 일말의 진실이라도 깃들어 있다면, 나는 향후 모든 시대에 명성을 누리며 살아 있을 것이다.
--- p.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