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하나는 사물을 직접 들여다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한 다음, 분명하게 드러나는 특성을 모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물질의 존재감만 겨우 느낄 수 있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사물의 보이는 측면과 보이지 않는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한 다음, 그동안 우리가 쌓아놓은 지식을 통해 물질의 존재를 개념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 p.9
물리학의 초창기인 1906~1911년에는 원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대인의 생각과 거의 비슷했다. 고대인들은 원자를 나눌 수 없고 변하지 않는 최소 개체라고 생각했다. 물리학자들은 이 견해가 너무 순진하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챘다. 원자의 진짜 구조는 절대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원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여서, 고대인이 생각한 것과 아주 다르다. --- p.17~18
플랑크상수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진술하는 데 한몫한다. 불확정성원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이 진술이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가 존재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알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정확한 표현이다. ‘불확정성원리’보다 차라리 ‘불명확성원리’라고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 p.31
방사능은 원자핵이 자신의 과잉 핵에너지를 배출하려다 찾은 수단이다. 방사성 원자핵은 입자를 방출하면서 다른 원자핵으로 변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물체의 총 질량은 원래 원자핵 때보다 작아진다. 이 과정에서 질량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질량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질량을 원자핵 변환으로 생긴 입자들이 가지고 나가는 에너지 형태로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1905년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것이다. 에너지와 질량은 등가이고, E=mc2의 관계가 있다고. --- p.54~55
E=mc2이란 무엇인가?
1905년 9월, 26세 청년 아인슈타인은 겨우 세 페이지 분량의 논문을 작성한다. 이 논문에 물리학 역사 중 가장 유명한 방정식 E=mc2이 있다. 이 논문은 아인슈타인이 직전에 발표한 상대성이론의 연장선으로 소개된 것이다.
이 논문에서 보는 계산은 한 가지 사항을 증명한다.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물체는 반드시 질량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결과에 보편적 중요성을 부여한다. 물체의 질량은 그 내용물 크기만 한 에너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한 것이다. 따라서 물체가 에너지를 상실하면 어떤 형태로든 질량도 상실한다.
개념적 측면에서 보면 혁명적인 결과다. …아인슈타인 덕분에 빛의 속도는 물리학의 진정한 보편상수가 되었다. --- p.78~79
반물질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반물질이 종전 물질과 ‘맞서고’ 반대해서가 아니라, 종전 물질의 ‘거울’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붙었다. 여기에서 접두사 ‘반(反)-’은 반식민주의자나 반전운동 같은 단어의 의미가 아니라, 정반대 쪽 같은 단어의 의미다. 북극은 남극의 정반대 쪽이지만, 적대적인 의미는 없다. --- p.108~109
쿼크와 글루온은 맛이나 색 같은 일상용어로 지정된 속성으로 차림새를 하지만(물리학자들은 자기들 분야에서 커지는 추상적 관념을 완화하고 싶어 한다), 여전히 아주 이상한 존재들이다. 실제로 쿼크와 글루온은 아주 비좁은 곳에서 서로 밀치지만, 서로 껴안고 싶은 마음은 거의 없어서 동료의 존재를 잘 참아내지 못한다. 좁게나마 서로 간격이 있어야 자유롭다.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이 마음을 알 것이다. --- p.114
사실 변화나 생성을 단번에 통합하는 개념을 갖춘 물리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크기가 변한다고 주장만 하면서 변화를 표현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물리학 법칙을 진술하는 동안 사용하는 개념들이 불변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 개념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면 물리학 법칙의 위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개념들은 여전히 법칙을 서술하고 파악하고 예견할 수 있었을까? 여전히 법칙과 관련이 있었을까? --- p.121
실체는 알지 못하더라도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정말로 존재한다. 이제부터 눈에 보이는 종전의 물질이 별과 은하를 구성하고, 물질 자신은 당연히 원자로 구성되지만 실제로 우주 내용물 중에서 소수 혹은 눈에 보이는 작은 거품일 뿐이라는 점은 확실해졌다. 눈에 보이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이 사실 때문에 20세기 물리학자들은 여러 발견을 했음에도 겸손할 수밖에 없다. --- p.142
양자물리학은 평평하고 불변하는 시공간을 다루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의 시공간은 동적이고 잘 휘며 물질의 움직임에 따라 변형된다.
두 이론을 넘어서고자 하는 초끈 이론에서 입자들은 차원이 없는 물체가 아니라, 4차원을 넘어서는 시공간에서 진동하는 길쭉한 물체(초끈)로 표현된다. 더 명확하게 말하면, 초끈 이론은 우리가 아는 점 상태의 모든 입자를 길게 뻗은 초끈으로 대체한다. 이 초끈은 보통 시공간보다 6차원 많은 시공간에서 진동한다. --- p.143~145
입자물리학은 미시 세계를 아주 값지게 탐색하도록 해준다. 인간 정신이 끈기 있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한계를 재검토하도록 부추긴다.
---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