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성당에는 국왕이나 성인 그리고 주교의 대리석상들이 즐비했는데, 콰지모도는 그 석상들을 좋아했다. 석상들은 적어도 그를 면전에 두고서 깔깔거리며 비웃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어머니와도 같은 성당 건물 안에서 그가 무엇보다도 사랑해온 것은 자신이 치는 종들이었다. 종을 크게 울리는 날이면 그는 커다란 기쁨에 휩싸이곤 했다. 콰지모도는 종들과 함께 진동하면서 그것들을 사랑하고, 쓰다듬고, 이해했다. 종소리가 그의 온몸을 울리며 파리 시내로 퍼져나갈 때마다, 그는 마치 햇빛 속을 나는 새처럼 마음이 환해지는 것이었다. 종 치기가 끝나면 그는 아주 오랫동안 자신이 친 종들을 어루만져주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중에서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바닥만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출현은 지체 높은 아가씨들 사이에 야릇한 효과를 빚어냈다.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어둠침침한 거실로 들어오니 더욱 아름다워 보였는데, 그녀는 마치 밝은 햇빛 아래 놓여 있다가 어둠속으로 옮겨진 횃불 같았다. 여자들은 서로 한 마디 말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자신들보다 아름다운 그녀에 맞서 단번에 전선을 구축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중에서
그는 툴롱을 향해 떠났다. 쇠사슬에 목이 묶인 채 수레에 실린 그는 이십칠 일 만에 그곳에 도착했다. 툴롱에서 죄수에게 붉은 상의가 입혀졌다. 그의 예전 모든 삶들, 심지어 그의 이름까지 지워졌다. 그는 더 이상 장 발장이 아니었다. 그는 번호 24601이었다. 누님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곱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누가 어린 것들을 돌볼까? ---「레 미제라블」중에서
자베르는 감옥에서 태어났는데, 어미는 카드 점쟁이였고 그녀의 남편은 도형수였다. 성장하면서 그는 자신이 결코 사회의 테두리 바깥에서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회가 가차 없이 테두리 바깥으로 밀어내 버리는 두 계층의 인간들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나는 사회를 공격하는 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를 감시하는 자들이었다. 이 두 계층밖에는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레 미제라블」중에서
그는 기이한 꼬마 요정이었다. 총알이 그의 뒤를 쫓았지만 그는 총알보다도 날쌨다. 그는 죽음과 알 수 없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확히 조준했던 건지 우연히 비껴 나간 건지 도깨비 같은 아이를 명중시키고야 말았다. 가브로슈는 비틀거리다 털썩 주저앉았다. 바리케이드 전체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쓰러졌던 가브로슈가 다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앉은 자세였는데, 핏줄기가 얼굴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두 팔을 허공에 치켜세우더니 총알이 날아온 곳을 보며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레 미제라블」중에서
- 다르타냥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은 한 남자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왕의 편에 서느냐 아니면 추기경의 편에 서느냐의 선택이었고, 한번 선택하면 끝까지 그 선택을 고수해야만 했다. 결투를 한다는 것, 그러니까 법을 어긴다는 것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고 한순간 왕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진 재상을 적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의 젊은이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칭찬할 만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아토스와 그의 친구들을 향해 돌아섰다. ---「삼총사」중에서
이윽고 강 건너편 사람들의 눈에 형리가 두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달빛이 넓은 칼날에 닿아 번득였다. 형리의 두 팔이 다시 내려오고, 칼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희생자가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머리통이 떨어져 나간 몸통이 털썩 쓰러졌다. 형리는 붉은 망토를 벗어 땅바닥에 펼쳐놓고 그 위에 몸통을 눕히고 머리통을 던져 넣었다. 그런 다음, 망토의 네 귀퉁이를 묶어서 어깨에 짊어지고 배로 돌아왔다. 강 한복판에 이르자 형리는 배를 세우고 어깨에 멘 짐을 강물 위로 들어 올렸다.
“하느님의 심판을 받아라!” ---「삼총사」중에서
무용단원들 사이에서 유령에 대한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누구나 이 초자연적인 존재를 한두 번쯤 만나 보았고 그의 장난에 놀아나 본 것처럼 이야기했다. 유령 이야기를 가장 크게 비웃던 사람들이 더 불안해했다. 유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때조차 심술궂거나 불길한 사건을 일으켜서 자기 존재의 흔적을 남겼고, 사람들은 미심쩍은 일이 일어나면 뭐든 유령의 탓으로 돌렸다. 누가 사고를 당하거나 무용수들 중에 짓궂은 장난의 희생양이 되었을 때, 심지어 분첩을 잃어버렸을 때조차 유령, 오페라의 유령 탓을 했다!
---「오페라의 유령」중에서
그는 먼저 왼팔을 뻗어 순식간에 지리 부인을 돌려세우더니 놀라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엉덩이를 오른발로 걷어차 버렸다! 지리 부인의 검은 호박단 치마 엉덩이에는 난생 처음 받아보는 무례한 치욕의 자국이 아로새겨졌다. 너무나 급작스런 일이라 회랑으로 내쫓길 때까지 지리 부인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지리 부인이 내뱉는 험악한 욕설과 저주로 오페라극장은 떠나갈 듯 시끄러웠다. 세 명의 사내와 두 명의 경찰관이 달려들어 그녀를 극장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오페라의 유령」중에서
나를 봐! 이제 난 더 이상 웃지 않아! 대신 이렇게 울고 있지! 크리스틴, 내 가면을 벗긴 너를 위해, 그 때문에 내게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 너를 위해! 내가 잘생겼다고 믿었다면 내게로 왔겠지만, 이제 내 끔찍한 몰골을 봤으니까 영원히 내게서 도망치려 하겠지? 그러니 이제 널 가두어야겠어! 대체 왜 내 모습을 보려고 했지? 바보 같은 크리스틴… 내 모습을 그토록 보고 싶어 하다니! 내 아버지는 한 번도 날 쳐다보지 않았어. 내 어머니도 날 보지 않으려고 가면을 선물했지…
---「오페라의 유령」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