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학교교육법 시행규칙과 각 학교별 학습지도 요령에서 도덕교육을 중시하고 이를 근거로 중앙부처 및 지역교육위원회에서 관련 정책을 수립해 학교 현장에 전달하고 있다. 도덕이 학교교육 전 과정에 스며들도록 하고 있으며 최근 ‘특별 교과 도덕’(가칭) 도입을 추진 중이다. 또한 ‘도덕교육 추진교사제’를 시행 중이며 도덕수업에서 학교, 가정, 지역사회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인성교육은 ‘마음의 교육(心の敎育)’이라 불리며, 풍부한 인간성 함양을 목표로 하고, 각 학교에서 인성교육 추진 성과를 평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사회문제로 떠오른 소위 ‘이지메’ 현상이나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행동들이 가정교육 소홀에서 유발되었다고 보고 가정을 아이들의 가치관과 기본 생활습관이 형성되는 장이자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가정이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심이나 기본적 윤리관, 사회예절 등을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오늘날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인성교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여러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실천 위주의 인성교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전 교과활동에서 인성교육을 체득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둘째, 체험 중심의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으며, 특히 봉사활동은 사회·문화적으로 정착되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발자취를 따라 우리나라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좀 더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1장_인성, 사람 됨됨이를 다시 묻다」중에서
자기 배려는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온전한 전 인격적인 존재로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 자신의 가치 등에 대하여 대우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자기수용과 자아존중이 필요하다. 자기수용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모습 중에서 좋고 긍정적인 모습은 밖으로 내보이려고 하지만 부정적이라 생각되는 모습은 다른 모습으로 포장해서 내보이거나 아예 감추어 버리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다. 태초부터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부분은 부족한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자신을 용서하고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타인에 대해 혹독해지게 된다. 타인의 조그마한 잘못도 쉽게 넘기지를 못하고 처벌을 통해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려 들게 된다.
배려는 나를 있는 그대로, 타인을 생명 자체로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내가 공부를 못하고 가난하고 못생겼기 때문에 존중받고 배려받아 봤자 뭐하겠어 하는 자기비하 심리는 타인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가난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여서 배려받을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혐오로 이어지는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자들 중에 가정환경이 열악하거나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학생이 많은 것도 이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2장_일상이 주는 선물, 배려」중에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역사학자, 정치학자 등이 모여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을 뽑았다. 그 결과 제16대 링컨 대통령이 뽑혔다. 그는 미국의 가치 중 하나인 정직을 상징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링컨의 정직함을 잘 말해주는 일화가 있다. 그가 주 의회 선거에 출마했을 때였다. 당에서는 그에게 2백 달러의 선거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그런데 링컨은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199달러 25센트를 편지와 함께 당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는 편지에 “선거 기간 중
나는 말을 타고 다녔으므로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노인에게 음료수를 대접하느라 75센트를 지출한 것뿐입니다. 그래서 나머지 돈을 반납합니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링컨의 이러한 정직함은 당원들을 감동시켰고, 결국 그는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기에 이르렀다. 정직의 힘은 이렇게 위대한 것이다.
유한양행의 설립자인 고 유일한 박사(1895~1971)는 독립운동가이자 기업인으로 평생을 자신의 이익보다는 사회와 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돈에 대해 정직하고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했다. 그는 기업의 이윤은 당연히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믿고 사후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이윤추구 대신 건전한 기업경영을 목표로 평생 정직의 가치를 실천하였다.
---「4장_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정직」중에서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언어는 인지발달과 더불어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태어나서 처음 옹알이를 하는 때부터 여러 단어와 문장을 익혀나가는 영·유아기의 언어는, 표현 자체보다도 예의에 맞는 적절한 표현으로 학습되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도 기본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영어교육에 집중하는 부모들도 많지만, 그러기에 앞서 언어교육은 예절교육임을 인식하고 아이들이 올바른 언어를 배우도록 관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한다.
요즘 중·고등학생 뿐 아니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욕설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그 욕이 어디에서 유래되었고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습관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욕에 무감각해지고 거친 언어에만 반응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욕이 일상화되면서 시시때때로 다르게 변하는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어휘가 점점 빈약해지고 욕이 아니면 말이 안 되는 경우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줄임말이나 넷용어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어 부모 세대와 의사소통 단절을 겪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던 슬랭(slang-비속어, 은어)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고, 일상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글파괴라고 하여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흐름이 잠깐의 언어유희나 스트레스 해소 정도의 유행으로 그친다면 그리 걱정할 게 없겠으나 일상어로 정착되면 예측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계층 간, 세대 간 사용 어휘가 달라지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또래집단에서 통용되는 말이 무례함을 담고 있는지, 부도덕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미숙하기 때문에 언어를 골라 쓰지를 못한다. 언어예절에 대한 교육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이다.
말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다. 예전에 욕설로 쓰였던 단어가 점차 그 뜻이 순화되어 쓰이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광범위하게 쓰이는 순간, 그 말은 우리의 자화상을 색칠하는 새로운 색이 된다. 그 색이 조화로울지, 조화를 깨는 무례한 색이 될지는 후대가 판단하게 될 것이다
---「5장_사람과 사람을 잇는 아름다운 무지개, 예절」중에서
인권은 점점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말 중 하나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인권, 그 막연했던 의미가 실체를 갖추고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인권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어린이가 뭘 알겠느냐던 생각은 ‘어린이는 한 명의 엄연한 인격체다’로 바뀌었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면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며, 범죄 피해자를 위해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하고, 노동자 인권을 위해 기업이 인간 존중이라는 경영원칙을 지켜갈 수 있도록 법과 공권력으로 강제하기도 한다.
산업화가 지상 과제였던 시대에 인권, 인간 존중이라는 말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으며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주면 그게 인권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사람도 변했다. 인권은 존중철학의 지향점이며 새로운 세대가 공기처럼 호흡해야 할 철학이다.
---「6장_존중의 가치와 미덕」중에서
효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의한 실천 행위이며 가족구성원 간에도 강요할 수 없고,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의무사항은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효는 시대에 맞지 않으니 폐기처분해야 하는 관념이 되어 버린 것일까? 효행은 더 이상 이 사회에서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실천 영역으로 추락해 버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효는 우리를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감정이다.
효를 부모·자식 간 관계 형성에 기본이 되는 상호 섬김의 덕목으로, 개인의 실천 영역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고 함께 행해져야 하는 사회적 섬김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개인의 효행을 거들며 개인과 국가가 함께 받드는 구조적 섬김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통적 사상과 변화하는 시대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힘은 지역 공동체, 나아가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는 공적 제도로 섬김이 자리 잡아야 가능해진다. 이 섬김은 기성세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자, 사회복지 실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효란 단순히 한 집안의 부모 자식 사이에 일방적으로 발생하는 유교관념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의 틀을 부수어야 한다. 효는 개인의 섬김을 넘어 사회적 섬김, 세대 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관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나 자식들과 교류하지 않는 독거노인들이나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소외 계층의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적 섬김이라는 의미의 효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9장_효, 새로운 시대의 섬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