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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의 말

파스칼 키냐르의 말

: 수다쟁이 고독자의 인터뷰

[ 양장 ] 말에 지성이 실린 책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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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98g | 145*210*20mm
ISBN13 9788960903715
ISBN10 89609037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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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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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사랑했던 자들에게 그는 식별 불가능한 사람이 된다. 아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를 죽이려 한다. 따라서 그는 얼굴 없는, 정통의 고독에 도달하게 된다. 다른 인물들처럼 그는 자신 안에 시간 영역 밖인 지하 납골당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그곳에 자신의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 p.14

저는 일찍 일어나서 일찍 잠들어요. 사실 듣는 것을 아주 싫어해요. 듣는 것 자체가 싫다기보다 무리 지어
서 함께 듣는 것이 싫은 거죠. 재채기가 날 것 같고, 숨이 막히고, 무리가 함께하는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청취잖아요? 딱 정해진 시간에, x라는 양에, 음 하나하나를 충분히 늘이는 y라는 소스테누토의 힘. 다 주문된 감동이죠.
--- p.50

저는 쓰면서밖에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니면 읽으면서만 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책이 쑥 나와요. 마치 엄마 자궁에서 작은 태생동물이 쑥 나오듯이요. 읽으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이게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요.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는 것을 다시 삽니다. 읽으면서, 내 삶을 시험하면서.
--- p.81

우리는 독서 위원회 내에서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전혀 불평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었죠. 전 도미니크가 가스통 갈리마르의 비서실에서 거의 눈물을 흘리며 오데트 레글에게 밤새워 읽을 원고를 제발 좀 달라고 간청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제 사무실에 도착해 문을 밀 때면 지극히 겸손하면서도 대담한, 아주 묘한 몸짓으로 들어왔어요. 말할 때도 비슷했어요. 잘 쉰 듯한 좋은 안색과 밝은 표정에 기꺼이 제 반가운 마음을 표현하려 할 때마다 단호하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모를걸요.”
--- p.106

저는 공자 같은 사람이었다가 장자 같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인생의 전반부에서는 제게 최초의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은 모두 해보려고 했습니다. 말하고 가르치고 세상을 만나고 끼니마다 식사도 하고요. 하지만 결국은 저를 구속하는 것들이었고, 25년 후에 저는 모든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 p.131

파스칼 키냐르는 두 극단인 플로베르와 프루스트 사이에 있다. 키냐르는 글을 쓸 때 늘 “작은 구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정적 세포 구멍” “리듬적 세포 구멍”. 키냐르가 짜는 피륙은 올이 성긴 편이다. 프랑
스어 클레리에르clairiere는 녹음이 짙은 숲속에 햇빛이 살짝 들어와 어슴푸레하게 눈부신 작은 빈터를 뜻하기도, 천의 올이 성긴 부분을 뜻하기도 한다. 키냐르는 이 단어를 매우 사랑한다. 자신이 희구하는 글의 이데아를 형상화할 때도 자주 환기한다. 비어 성기면서도 원기를 찾아 질주할 수 있는 트인 공간. 빈 것 같으면서도 힘이 있는 부드러운 파격의 선율, 이것이 키냐르의 텍스트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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