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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모던

상하이 모던

: 그 시절 나의 모든 사람들

청색지산문선-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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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125*190*20mm
ISBN13 9791189176013
ISBN10 1189176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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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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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약한 마음들은 소리를 잘 낸다. 그 소리를 듣는 마음 또한 여리고 약한 마음이리라.
---「딩저」중에서

빠오라는 말에는 품고 있다는 의미가 먼저였다. 비를 품고 있는 구름이라는 말, 그래서 적당한 양의 비가 내린다는 말 같아서 따뜻함마저 느껴졌다.
---「빠오위」중에서

결국 한 뿌리에서 올라온 가지는 전혀 다른 나무가 될 수가 없었다.
---「서른이 되면」중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는 유일한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를 마중하는 길은 귀찮음이 아닌 낯익은 세계로의 회귀였다.
---「가끔 그는 은행 길로 돌아왔다」중에서

아프다는 말을 하면 그 순간 정말 아프다.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다고 말할 때가 있다. 오늘처럼 밖은 환하고 집안은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을 때 그냥 아프다는 말로 시간을 벌고 싶다. 사실 그렇다고 시간이 내게 머물러 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냥 속는 체한다.

몸이 아프다고 말을 한다면 내 몸도 성장을 하려는 것일까. 날마다 꽃들처럼 피지도 않고 뜨지도 못한 채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말로 아프다는 단어를 찾아 그 속에 몸을 숨긴다. 아픔의 종류를 찾아 헤아리다가 내가 들어가 있어야 할 아픔을 찾지 못했음을 알았다. 정말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여력이 있을까. 아픔 뒤로 숨는다고 해서 내게만 시간이 멈춰 있지도 않을 터인데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그냥 아프다는 말만 한다. 이럴 때에는 잠도 오지 않는다.
---「아프다」중에서

씨앗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할 마음들이 많기는 하지만 온전한 내 마음이 화분 속 씨앗에 가 닿는 날 싹이 튼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세상은 언제나 사랑뿐이었다.
---「마음을 얻다」중에서

익숙해지면 잃어버리는 것들이 점점 늘어난다.
---「두 번째 맛」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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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진의 산문을 읽으면서 나는 멀리서 다가오는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 그녀의 글은 결코 빠르지 않게, 그러나 느리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 적절한 속도로 읽는 사람을 향해 달려온다. 그 글의 행간엔 증기기관차가 내뿜는 자욱한 연기와 김 같은 따스함과 설레임, 아련한 향수와 동경이 감돌고 있다. 이방인의 신분으로 중국의 여러 도시를 옮아다니며 그녀가 발견한 소박한 생의 진실이 객실 차창마다 얼굴을 내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산문집에서 어느덧 우리 곁에서 사라진 증기기관차처럼 이제 점차 소멸해가는 ‘상하이 모더니즘’의 낙조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남진우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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