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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2

렌 2

[ 개정판(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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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3쪽 | 528g | 145*205*30mm
ISBN13 9788993876222
ISBN10 8993876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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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꽃구경을 하노라면 아버지가 장난스레 묻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 설연이 바람꽃 보느라 정신이 없구나. 그래, 꽃이 네게 뭐라 하더냐?’
“꽃이 네게 뭐라 하느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류타카를 응시했다.
“예?”
“그 꽃이 네게 뭐라 하기에 그리 넋을 놓고 보느냐고 물었다.”
환청이 아니었다. 치열이 고른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젠 어렴풋한 기억으로도 남아 있지 않은 아버지의 잔상이 왜…….
류타카는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 p.169

그는 무거운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펑펑 우는 계집을 살며시 보듬었다. 그러고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자신의 마음을 속삭였다.
“울지 마라. 너를 아프게 하고 울려놓고도 나는 한편으로는 기쁘다. 네가 내게 보이는 것만큼 무관심한 건 아닌 듯해서…… 정말 기쁘다. 고맙다, 렌.”
그의 속엣말에 그녀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한 마음을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기쁜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이 사내를 어이할까.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으로 있어주면 무정타 원망하고 돌아서기 쉬우련만 점점 다정한 이로 변하는 이 사내를 어이한다. 그에게 마음을 줄 수 없는 세상이 원망스럽다 할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원망 받을 이는 자신인지도 모른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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