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체급 안에서 해결하라
가장 효과적인 전술 가운데 하나는 풍미의 강도, 상대적 중량감, 질감이 같은 와인과 음식을 페어링하는 것이다. 가벼운 음식과 가벼운 와인, 무거운 음식과 무거운 와인을 페어링하는 식으로 무게감을 맞춰야 한다. 와인의 경우 바디감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알코올과 당 성분이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 또는 둘 다 높아질수록 와인은 풀바디에 가까워진다. 음식의 경우 바디감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다양한 형태의 지방이다. 버터, 우유, 크림, 요거트, 크렘 프레슈, 치즈 등의 유제품, 동물성 지방, 옥수수유, 카놀라유, 올리브 오일, 팜 오일, 아보카도 오일 등의 식물성 지방, 코코넛, 땅콩, 호두 오일, 참기름 등의 견과류 지방 모두 음식의 바디감, 즉 무게감, 풍부함, 입안을 감싸는 풍미의 느낌을 훨씬 높여준다.
음식의 맛과 향, 풍미 등이 풍부할수록 와인도 풍부해야 음식에 압도당하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풀바디감을 지닌 와인과 역시 풀바디감과 기름기가 많은 풍미를 지닌 음식을 페어링한 예로는 뵈르 블랑을 곁들인 바닷가재 요리와 뉴 월드의 난온대기후 지역에서 생산된 샤르도네, 캐슈넛, 사프란, 그린 칠리, 마살라, 요거트, 카르다몸과 함께 양 정강이 살을 졸인 인도식 날리 코르마와 바로사 밸리에서 생산된 볼드하고 알코올 함량이 충분히 높은 빅 와인 쉬라즈 비오니에가 있다..
--- [제4장 페어링 제1조 1항 : 올바른 선택을 하라] 중에서
버블과 굴
굴은 차갑고 짠 바닷물에서 서식하며 전통적으로 ‘R’이 들어가지 않는 달, 즉 5월에 서 8월까지는 채취하지 않는다(우윳빛이 도는 산란철에는 수확을 피하는 것이 좋다). 품종과 지역에 따라 굴은 고유의 짭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을 지니는데, 이는 은은한 단맛에 의해 부드러워진다. 굴은 아연 함량이 가장 높은 식품 가운데 하나며, 금속성의 쇳내가 나는 탓에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과 페어링하면 금속성의 맛이 불쾌한 수준까지 강해진다. 허브, 풀, 심지어 오이의 풍미도 흔하게 지니므로 화이트 와인을 페어링에 사용할 수 있다. 크리스프하고 오크 숙성을 거치지 않은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라면 굴과 확실하게 페어링을 이룰 수 있다. 굴에 가장 흔하게 곁들이는 것이 레몬 조각 등의 산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논리적인 페어링이다.
하지만 발포 와인을 선택한다면 한 차원 높은 페어링을 만들 수 있다. 샴페인은 특히 그 자체로 미네럴한 조개껍데기 풍미로 가득한데, 샴페인용 포도가 한때 연해였던 곳에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퇴적된 오래된 패총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역시 놀랄 일이 아니다. 샴페인은 굴 위에 뿌리는 레몬즙처럼 산도가 원래 높다. 거기에 단맛이 없는 샴페인은 거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소량의 당을 함유하여 살짝 달짝지근한 끝맛을 내는 굴과 잘 어울린다. 여기까지 내용을 보면 굴과 샴페인은 너무 보완만 하는 사이다. 이때 등장해서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기포다. 생동감 넘치는 이산화탄소 거품은 벨벳같이 부드러운 굴의 질감에 완벽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 [제6장 페어링을 위한 지역적, 역사적 측면] 중에서
화이트 와인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 모든 화이트 와인은 이 세 가지 카테고리 안에 속한다.
√ 경량의 크리스프하고 린한 와인
√ 향이 풍부하고 프루티하며 라운드한 와인
√ 미디엄-풀바디의 크리미하고 우드 숙성된 와인
가벼운 와인 : 크리스프하고 린한 와인
언제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벼운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대체로 냉온대기후 지역에서 생산된다. 여기에 속하는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등 풍미에 관여하지 않는 중성 용기 안에서 제조된다. 또한 신선하지만 미묘한 감귤류 과일이나 허브 같은 풍미, 그리고 침샘을 자극하는 산도, 중간 수준의 알코올(11~13퍼센트), 그리고 라이트한 바디감을 지닌다. 대부분은 어릴 때, 생산된 지 1~3년 안에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뿌리는 레몬즙처럼 이러한 와인은 매우 다양하게 사용된다. 즉, 재앙(끔찍한 페어링)을 일으킬 걱정 없이 어떤 음식과도 함께 마실 수 있다는 의미다. 가볍고 크리스프하며 린한 화이트 와인을 구입하려 한다면 다음 품종 가운데 한 가지를 구입하라. 이는 가장 많이 생산되는 가벼운 와인들이다.
√ 샤르도네(오크 처리되지 않은)
√ 슈냉 블랑(드라이, 오크 처리되지 않은)
√ 피노 그리지오
√ 리슬링(가볍고 드라이한 스타일)
√ 소비뇽 블랑
--- [제7장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