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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24쪽 | 626g | 135*210*35mm
ISBN13 9791161250977
ISBN10 1161250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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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 많은 독신 남자라면 신붓감을 구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동네에 처음 나타나면, 주변 집안들은 이와 같은 진리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탓에 그의 감정이나 생각이 어떤지 알려진 바가 없는데도 그 남자는 동네 어느 집안 딸이 마땅히 취해야 할 재산으로 여겨진다.
--- p.8

“하지만 조심스러운 게 지나치다 보면 손해를 볼 때도 있어. 여자가 상대 남자한테까지 그렇게 감쪽같이 애정을 숨기면 그 사람을 사로잡을 기회마저 놓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세상 사람들이 그 상대와 똑같이 까맣게 모를 거라고 믿어본들 초라한 위안밖에 안 될 거야. 거의 모든 애정에는 고마운 마음이나 허영심이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 어느 것이든 하나만 남게 하면 위험해. 시작은 누구나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지. 약간의 호감이야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니까. 하지만 그런 좋아하는 감정을 북돋워주지 않아도 진짜 사랑에 빠질 만큼 강심장인 사람은 별로 없어. 열에 아홉은 여자가 실제의 감정 이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게 좋아. 빙리 씨가 제인을 좋아하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그런 호감이 애정으로 커질 수 있도록 제인이 그분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빙리 씨는 제인을 좋아하기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어.”
--- p.34

“있는 힘을 다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찬미하고 사랑하는지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너무 뜻밖이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를 빤히 쳐다보며 얼굴을 붉혔고, 믿기지 않아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아시는 이런 반응에 한껏 고무되어 그 순간은 물론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품어왔던 감정을 모두 털어놓았다. 고백의 말은 훌륭했지만 그에게는 가슴에 간직해왔던 감정 말고도 자세히 설명해야 할 감정이 또 있었다. 그는 애정 문제를 말할 때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이야기할 때 더욱 설득력 있었다. 다아시는 그녀의 열등한 사회적 지위, 그로 인해 신분 하락과 불명예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그녀의 가족이 보여주는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끌리는 감정을 이성으로 붙잡았다는 사실을 격렬한 어조로 전했다. 그런 흥분된 고백은 그가 스스로 자신의 지위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했지만, 어쨌건 청혼하는 입장에서 득이 될 리 없었다.
--- p.258

엘리자베스는 점점 자신이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다아시를 생각하든 위컴을 떠올리든 자신이 무지하고, 편파적이며, 편견에 사로잡혔고, 어리석었다는 자책밖에 들지 않았다.
“어쩜 그렇게 덜떨어지게 굴었을까!” 그녀는 탄식했다. “분별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했던 내가! 능력자라고 잘난 척했던 내가! 마음이 넓고 솔직한 언니를 툭하면 무시하고, 남들을 쓸데없이 의심하면서 허영심을 채웠던 내가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됐다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렇지만 열 번 백 번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 사랑에 빠졌대도 이렇게까지 볼썽사납게 눈이 멀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나는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 때문에 바보짓을 한 거야.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며 기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며 화가 났던 거야. 그래서 두 사람이 관련된 일을 접했을 때 편견과 무지에 빠져 이성을 몰아냈던 거야. 이 순간까지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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