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페트라 휠스만 페트라 휠스만은 1976년생. 독일 니더작센 주의 어느 소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대학에서 독문학과 문화학을 전공하다가 중퇴하고 로펌회사에서 일했다. 6개월 동안 동남아시아를 돌며 배낭여행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소설 두 권을 발표하고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현재 남편과 함부르크에서 살고 있다. www.petrahuelsmann.de
역자 : 박정미 박정미는 연세대학교 독문학과와 독일 본(Bonn)대학 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프리랜서로 독일어 전문 번역을 하고 있다. 〈어떻게 반전을 이끌어낼 것인가〉, 〈안네의 일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상식의 오류사전〉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저자 : 페트라 휠스만 페트라 휠스만은 1976년생. 독일 니더작센 주의 어느 소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대학에서 독문학과 문화학을 전공하다가 중퇴하고 로펌회사에서 일했다. 6개월 동안 동남아시아를 돌며 배낭여행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소설 두 권을 발표하고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현재 남편과 함부르크에서 살고 있다. www.petrahuelsmann.de
역자 : 박정미 박정미는 연세대학교 독문학과와 독일 본(Bonn)대학 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프리랜서로 독일어 전문 번역을 하고 있다. 〈어떻게 반전을 이끌어낼 것인가〉, 〈안네의 일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상식의 오류사전〉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어쩌다 보니 인생이 이렇게도 엮이나 싶게, 여름휴가를 함께 가게 되었다. 달이 밤하늘 높이 걸려 있을 즈음, 우리는 그만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양치질을 하고 거실로 가 보니 베드소파는 메를레와 브리기테 두 사람이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뭐야! 브리기테와 내가 여기서 자는 건 줄 알았는데? 메를레, 너는 네 오빠하고 자야지.” 메를레는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난 옌스 옆에서는 못 잔단 말이야. 코를 엄청 심하게 골거든.” 브리기테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면서 중얼거렸다. “침대에서 자게 됐으니 좋잖아.” ‘그래도 옌스와 한 침대에서 자는 건 싫은데.’ 하지만 괜히 유난을 떨고 싶지는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양보를 했다. “할 수 없지. 그럼 잘 자!” “언니도 잘 자!” 메를레가 애교스럽게 말했다.
나는 트렁크 두 개를 질질 끌고 침실로 향했다. 침실 문 앞에 멈춰 서서 망설였다. 옌스가 혹시 홀딱 벗고 있으면 어쩌지? 문을 두드리자마자 바로 “들어와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알몸이 아니라 복서 팬츠와 티셔츠를 입고 양손을 머리 밑에 깍지 낀 채 누워 있었다. “메를레와 브리기테가 나더러 여기서 자라네요.” 내가 말했다. 여기서 자는 게 내 생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미리 밝혀 둬서 나쁠 게 없을 것 같았다.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불현듯 나는 얇은 어깨끈이 달린 짧은 잠옷을 입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됐군!” 그가 마침내 말했다. “잘 알겠지만, 메를레가 코를 골잖아요.” “메를레는 그쪽이 코를 골아서 같이 못 잔다고 하던데요.” 나는 옌스한테서 최대한 뚝 떨어져서 얇은 이불을 덮고 얼른 누웠다. 그는 옆으로 몸을 돌려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친 자세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이 확연하게 녹색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뜩 긴장한 것 같은데. 왜 그래요?” 나는 불을 껐다. 그가 내 표정을 보고 이 상황이 내게 얼마나 곤혹스러운지 알게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옌스 쪽에 있는 나이트 스탠드 램프가 켜져 있어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필이면 우리 둘이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래요.” 나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라면 내가 그쪽더러 바닥에서 자라고 하겠죠. 하지만 그러는 것도 우스울 것 같아서요.” “그쪽이 그러라고 하든 말든 어차피 난 바닥에서 안 잘 거예요. 그런데 우리 둘이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게 왜 어처구니가 없죠?” “그건 우리 네 명 중에서 성(性)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두 사람이 하필 한 침대에서 자야 하니까요.” 옌스는 폭소를 터뜨렸다. “그래요? 그럼 오늘 밤 당신이 나를 덮칠까 봐 무서워해야 하나요?” “참 나! 꿈도 야무지시네요.” “그게 아니면 뭐가 문제지? 어째서 나와 브리기테나 메를레 사이보다 우리 둘 사이에 성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어이가 없어서 나는 그를 응시했다. “이봐요! 우리 둘은 나이도 비슷하고 친족도 아니잖아요.” “그래서요? 그렇다고 해도 당신과 브리기테 그리고 메를레 중에서 누가 내 옆에 눕든 내겐 다 마찬가지인데.” 나는 큰 소리로 씩씩거렸다. “기가 막혀서…… 이 멍청한…….” 그는 방금 내 인생 최대의 모욕을 안겨 놓고 내 옆에 누워 순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망나니!” 옌스는 이마를 찌푸렸다. “왜 그렇게 흥분을 하는 거죠?” “무례한 말을 했잖아요! 난 그래도 매력적이라고요. 안 그런가요?” “맞아요. 매력적이긴 해요.” “그리고 난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에요.” “뭐, 나름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또 잠자리에서도 끝내줘요!” “음……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거봐요. 난 당신과 비슷한 나이인 데다 친족도 아니고 매력적이며 호감이 가고 잠자리에서도 끝내주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를 당신 배 위에 묶어 놓는다고 쳐요. 그래도 당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거야?’ 왜 그렇게 흥분을 해서 억지소리를 해대고 있는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옌스도 눈에 띄게 혼란스러워 보였다. “누가,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할까 의문이지만…… 어쨌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왜죠?” 나는 잡아먹을 듯 다그치면서 동시에 주접스러운 내 입이 제발 좀 닫히기를 바랐다. “그거야 내가 당신에게 끌리지 않기 때문이죠. 내 타입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예쁘고 호감이 가며 스스로 잠자리에서 끝내준다고 자처하는 모든 여자에게 끌린다고 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심각할 거 같은데.” 사실 아주 그럴듯하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설명이었다. 그는 내게 끌리지 않는다! 그건 어차피 알고 있던 사실이고, 나 역시 그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나를 견딜 수 없이 화나게 만드는 건 왜일까? “그런데…….” 옌스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가정해 보죠. 내가 당신과 브리기테, 둘 중 한 사람과 꼭 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이에요. 그러면 난 차라리 당신을 선택할 거예요.” 차라리?! 이 남잔 정말 구제 불능이네! “내가 당신과 브리기테, 둘 중 한 사람과 자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난 차라리 브리기테를 택할 거예요. 그럼 잘 자요!” 나는 그에게 분노에 찬 시선을 던지고 몸을 홱 돌렸다. 내가 침대 끄트머리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채. 나는 꼴사납게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머리를 나이트 스탠드에 대차게 들이박고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야, 젠장!” 옌스가 내 위로 얼굴을 내밀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괜찮아요?” 나는 아픈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나 앉았다. 그의 입언저리가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내가 아무래도 브리기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