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부모’인가? ‘좋은 사람이다’와 ‘유능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다르듯, ‘유능한 부모’와 ‘좋은 부모’도 미세한 차이로 다릅니다. 물론 유능한 것도 좋은 것에 속하지만, 유능하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반면 좋다는 것은 다소 투박하더라도 진실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는 유능한 것보다 좋은 것이 근본적으로 더 필요합니다. 특히 부모 자녀 관계처럼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사이에서는 기술보다는 진실한 마음이 더욱 중요합니다.
나는 왜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가?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여성의 경우, 뇌가 과거 부모와의 관계를 “불쾌한 것”, “기분 나쁜 일”로 기억해버립니다. 따라서 자신이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인생에서 가장 즐거워야 할 그 순간에 과거의 불쾌감이 떠올라 자녀와의 관계가 변질되어 버립니다. 아이가 귀엽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와의 관계(부모 자녀 관계)는 자신의 뇌 속에 불쾌감으로 기억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거나 노는 모습을 볼 때는 즐거움을 느끼지만 아이가 자신을 힘들게 하거나 혹은 아이의 마음속에 자아가 생기기 시작하면, 즉 아이와의 관계가 점점 더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과거의 불쾌한 기억이 아이를 사랑하려는 마음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조건부 사랑이 아이를 병들게 한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가끔씩 아이에게 화도 나고 실망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꾸만 아이에게 “네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네가 ~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마음에 들게 행동할 때에는 표현을 적게 하고, 아이가 잘못할 때는 엄하게 꾸짖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존재 자체’로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뜻에 따라 행동해야 사랑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내칠 수 있다는 비정한 생각을 갖게 됩니다. 부모에게도 조건부 사랑을 받는다고 느낀 아이는 한없이 절망하며 자신을 망가뜨려서라도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다는 나쁜 욕망을 갖기도 합니다.
부모의 공감 부족이 외로운 아이를 만든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일지라도 감수성의 차이가 놀랄 정도로 다를 수 있습니다. 감수성을 수치화해서 생각해볼 때, 형은 10의 감수성을 지녔는데 동생은 1000의 감수성을 지녔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가 형이나 동생을 똑같은 방법으로 대한다면, 형은 만족하지만 동생은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이 쌓여갑니다. 형과 똑같이 10의 공감은 충족되었지만 동생에게는 아직도 990의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언제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반대만 한다고 생각해서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