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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초등맘의 제주 한 달 육아

집 떠난 초등맘의 제주 한 달 육아

: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힐링 여행

김은영 | 타래 | 2018년 05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1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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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06g | 140*208*15mm
ISBN13 9788982501067
ISBN10 898250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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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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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마마보이나 파파보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다. 자기결정권을 당당히 행사하고 자신의 결정에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요즘 다른 부모들을 보면 내가 너무 심한가 싶기도 하다. 저렇게 가서 별 사고 없이 집에 잘 도착하면 아이들의 독립성을 키운 것이 되지만, 가다가 행여 사고라도 나면 나는 순식간에 아이들을 방치한 어미가 된다. 독립과 방치 사이에서 언제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바로 부모다
--- p.29

참 부끄러웠다. 비록 한 달 간이지만 아이들이 제주에서 학교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던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가. 남의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렇게 하면 내 아이에게 좋겠구나. 나도 자유 시간을 좀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를 다니면 동네 친구도 사귀고 좋긴 했겠지만, 만약 학교에 들어갔다면 아침에 ‘빨리 일어나라 학교 늦겠다.’, 저녁에 ‘일찍 자라. 괜히 지각해서 분위기 흐리고 서울 애들은 다 저래라는 소리 듣는다’고 아마도 나는 애들을 어지간히 닦달했을 사람이다. 그럼 굳이 제주까지 올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그저 느리게 여유 있게 실컷 놀려고 왔는데….
--- p.58

우리는 두어 시간 정도 당근을 뽑고 농장으로 돌아와서 당근 선별 작업을 했다. 당근은 두 종류(특상과 주스용)로 나누어 담았다.
“에? 두 종류? 사장님 두 종류면 선별하기가 좀 애매한데요?”
“그냥 멀쩡하게 잘 생긴 거, 큰 거는 특상이고, 커도 못생겼거나 작은 거는 그냥 주스용이예요. 주스용으로 열었는데 큰 게 들어있으면 기분 좋잖아요. 구분하는 단계가 너무 복잡하면 가격 정하기도 어렵고, 과정이 복잡해지니까 되도록이면 단순화하는 게 좋아요.”
그렇다. 때로 삶은 너무 복잡하다. 그저 단순하고 경쾌하게 살면 좋으련만 항상 너무나 많은 단계, 너무나 많은 과정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며 복잡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 p.110

“우리 오늘 할 일도 없는데 대화의 장을 한번 열어 볼까”
장터에서 사온 과자와 집에 있는 먹을 것들을 차려놓고 우리는 ‘대화’라는 것을 하기로 했다.
나는 건우에게 “왜 분명하게 어떤 걸 사주겠다고 얘기하지 않고 ‘하는 거 봐서’라고 대답했어”라고 물으니 건우는 “그냥, 그럴 때 있잖아. 사줘야겠다고만 생각하고 뭘 사줄지 얼마짜리를 사 줄지 정하지 못했을 때. 근데 건민이가 계속 물어보니까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 그렇게 대답한 건데. 그거 잘못한 거야?”
흠. 내가 너무 앞서 나갔다. 그렇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항상 나는 너무 어른의 시각에서 생각하는 우를 범한다
--- p.154

돌문화공원을 꼭 가자고 졸랐던 건민이는 관람하는 내내 무엇인가를 수첩에 열심히 적었다. 도대체 무엇을 적는지 궁금해서 보여 달라고 해도 이건 자기만의 기록이니 보여 달라고 하지 말라면서 열심히 적었다. 평일이라 관람객이 적은 편이긴 했지만 간혹 오가는 관람객들이 전시물 앞에서 열심히 글씨를 쓰고 있는 어린아이가 기특한지 다들 한마디씩 하며 관심을 보이니, 손가락이 아파서 그만 쓰고 싶어도 멈추지 못하는 건민이를 보며 나는 웃음이 났다. 나중에 건민이가 잠든 사이에 몰래 수첩을 꺼내 보니 설망대할망 설화에 대해서 써놓았다. 중간 중간에 보았던 용암탄의 모습이 멋있었다고 쓰여 있는 것 같은데, 글씨가 엉망진창이라 나중에 어디 알아보기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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