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러시아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푸틴 집권 4기를 안정적으로 창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치밀하게 진행된 해였다. 사실상 2017년 러시아의 모든 정치적 의사일정은 2018년 3월 18일 대선에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3·26, 6·12 반부패 시위, 9·10 지방선거, 대규모 주지사 교체, 크세니야 솝차크의 대선 출마 선언, 연례 대기자 회견,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실형 선고 등의 이슈들이 큰 관심을 모았다. --- p.27
2017년 러시아 경제가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소비자 물가 상승에서 2.5%를 기록하며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하는 데 성공한 것은 국제 유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정부의 새로운 경제 정책 메커니즘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전년 대비 40% 넘게 상승하면서 해외 부문에서의 수출에 대한 수입이 증가되었고, 이는 러시아 국내 투자, 소비, 정부 지출 확대 등 총 수요의 증가로 연결되어 러시아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 p.33
사실 현 푸틴 3~4기를 브레즈네프 시기의 정체기와 비교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 없이 현재 상태에 자족하는 경향과 현상유지적 정체를 넘어 회고적 퇴행을 하는 경향이 이미 러시아 사회의 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푸틴 4기로 향해가는 현재 상황은 수명이 정해진 유기체의 노화 과정을 연상케 한다. 현재 러시아가 안정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중년의 인간을 ‘원숙의 아름다움’으로 포장하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 p.30
푸틴 4기 정부 출범을 앞둔 2017년 한 해 동안 러시아는 대외관계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러시아 앞에는 중동에서의 시리아 내전, 유럽에서의 우크라이나 위기, 동북아에서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그리고 미국과의 신냉전이라는 4개의 전선이 펼쳐져 있다. 이 4개의 전선에서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해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가 향후 새로운 국제질서 및 그 속에서의 러시아의 역할을 상당 부분 결정하게 될 것이다. --- p.46
현 안보 지도부의 역할과 군사력의 역할이 높아지고 있는 냉전 2.0 시대를 고려할 때, 국익 실현 수단으로서의 군사력 증강과 이를 적극 사용하는 노선은 푸틴 4.0 시대에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군의 주요 노력은 유럽·중동·한반도 지역에서 적시 대응 태세 유지, 핵전력 발전과 항공우주 방어 체제 확립, 유사시 즉각 투입 가능한 기동력 향상, 정밀무기와 전자전 무기 발전, 특수부대 능력 강화 등에 집중될 것이다. --- p.53
극동 지역에서의 한·러 경협은 수익성으로만 뛰어들기에는 작지 않은 위험성을 안고 있으나 통일 한국의 비전과 연계시킬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드러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 대외무역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1~2%에 불과하지만, 러시아 신동방정책과 우리의 신북방정책이 연계될 때 발생하는 시너지를 고려하면 그 가치는 절대 가볍지 않다. 경제적 타산으로만 따질 수 없는 극동·연해주의 전략적 가치를 통일 한국의 비전과 연계시켜 국가 대계로 키워나가야 한다. --- p.63
2017년은 러시아 혁명 100주년, 스탈린 대숙청 80주년, 모스크바 창건 870주년, 푸틴 대통령 탄생 65주년 등 다양한 기념을 맞은 한 해였다. 역사적 사건이 다양한 만큼이나 그 의미도 각기 다른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사회 분열이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과거의 영광스러운 기억들을 소환하는 노스탤지어와 프로파간다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활용함으로써 화해와 조화,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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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과도 같은 한반도 주변의 안보적·외교적·경제적 상황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창조적 외교가 절실하다. 그 가운데 중요한 기둥은 새로운 유라시아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 축은 역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이다. 새 정부는 한·러 양자 협력,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포함해 한반도와 러·중 접경지대 인근의 다자 협력, 가스관 사업과 철도·전력망 연결 사업 등 메가 프로젝트를 동시적 또는 순차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창의적 접근법으로 새로운 유라시아 정책을 재점화해나가야 한다. --- p.100
2017년 이후 중앙아시아 경제를 전망하면 카자흐스탄이 가장 긍정적이며 우즈베키스탄이 가장 부정적이다. 결국 국제 에너지 가격의 동향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이 이 지역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7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가 본격화되기 때문에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건설 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p.158
러시아 정부는 2014년부터 경제 정책의 방향을 상품 수출을 중심으로 한 총 수요 관리 정책에서 산업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목표로 한 총 공급 정책 중심으로 전환했으며 농산물과 기계설비 부문에서의 수입 대체를 통해 내수산업 육성을 지속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진한 상태이다. 러시아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완전히 전환하려면 국제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저성장, 저유가, 보호무역주의라는 도전을 경제와 산업 구조의 체질을 개선하고 현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p.177
한국은 러시아와 여러 부문에서 에너지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러시아산 LNG 도입 확대, LNG 플랜트 건설, LNG 운송 등의 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동북아시아 지역 LNG 터미널이나 허브 구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과 대만의 LNG 수요가 전 세계 수요의 60%를 차지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LNG 터미널이나 허브를 구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p.214
소련이라는 과거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 러시아는 이제 젊은 에너지를 다양한 분야에서 한껏 발휘하고 있다. 흔히 프랑스와 미국 할리우드를 먼저 떠올리게 만들던 패션과 ‘패피’라는 단어가 어느새 러시아의 젊음 속에서 파격과 새로운 역동성을 만들어내면서 유스퀘이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 p.298
2017년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런 역사적인 해를 맞아 우리가 현실 사회주의 체제의 역사를 돌아보며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고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논쟁과 고민이 치열하다. 그런 논의를 시작하려면 러시아 혁명을 철저히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재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주의의 핵심적 원칙들은 스탈린에 의해 왜곡되고 파괴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러한 원칙은 안타깝게도 이미 레닌 시기에 폐기되거나 변질되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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