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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노동

대통령과 노동

: 일자리 걱정 없는 사회가 살만한 세상 아니겠습니까

권재철 | 유성 | 2011년 12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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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6쪽 | 470g | 148*210*20mm
ISBN13 9788995434147
ISBN10 899543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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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권재철
1962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올라와 동대문구에서 줄곧 학창시절을 보냈다. 성균관대에서 경제학사를,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넥타이부대’의 원조인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의 정책실장을 맡아 사무 · 전문직 노동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 청와대 복지노동 행정관과 노무현 대통령 노동비서관을 맡아 청와대 노동행정을 총괄 지휘했다. 국가 고용인프라의 중심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 초대원장을 역임하였고, 대통령자문 일자리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양극화 민생대책위원회 위원, 국가기술자격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인천재능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는 ‘일자리로 만들어가는 복지사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사단법인 한국고용복지센터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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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청와대를 떠나며

참여정부는 경제적으로 커다란 변혁의 시기를 통과한 정부였으며 세계화라는 거센 흐름의 영향권에서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했다. 이러한 여건과 상황을 이해하려는 주변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께서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고 해서 관저로 올라갔다. 단둘이 식사를 했다.

“내 가장 큰 고민이 북핵문제와 노동문제입니다. 북핵문제는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데 노동문제는 참 고민입니다.”

대통령의 시름이 점차 깊어갔다.

대통령은 몇 차례 금연을 시도했다. 관저에 새 식구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모두의 건강을 위해 여사님도 금연을 적극 권장하였다.
비서실도 금연에 동참했다. 내 방만 자타가 공인하는 흡연실이 됐다. 내 방은 전국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속보로 인해 팩스가 쉬지를 못한다. 아침에 바닥난 팩스 용지를 채워주면 30분 정도 계속 용지를 잡아먹는다. 무전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사무실에서나 이동할 때도 항상 따라다닌다. 그 덕분에 금연 분위기에서 조금은 양해가 가능했다. 담배를 안 피우던 대통령은 가끔 담배를 찾기도 했다. 무심결에 호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드리기도 한다. 대통령의 시름을 그렇게 지켜봐야 했다.

“노동문제 복잡한 건 알지만 권비서관만 오면 담배를 피우시네, 안 왔으면 좋겠다.”

마당에서 마주친 여사님이 어떻게 아시고 웃으면서 한 마디 던지신다.

“저야 안 불러 주시면 고맙죠.”

목례를 하고, 도망치듯 관저에서 뛰어 나온다.



04 ‘보수로의 회귀’ vs ‘친노동 정권’
우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쇎【?p.78


대통령 귀국 후 5월 28일 청와대에서 노사협력 유공자 오찬이 열렸다. 이 자리는 노사관계가 원만한 사업장을 선정하여 대통령이 각종 훈장과 포장을 수여하고 격려하는 노동부 주관의 연례 행사였다. 당연히 화물연대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노동부의 초기대응에 대한 비판이 있었기에 노동부 직원들은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노동문제에 뛰어들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경험, 정치인 노무현의 노동관 등을 되짚어 보는 데에 길게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화물연대 문제는 간단하게 지적하고 넘어 갔다.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이 있으나, 그때 타협이 되지 않았다면 더 큰 사회적 혼란이 있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수배되고, 그로 인해 다시 파업하는 악순환은 막았다고 봅니다. 타협으로 마무리한 것은 다행입니다.”

다만 지금의 노동운동 방식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가장 강력하게 정부를 비판하는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이 옛날에 제가 변호사 할 때 열심히 변론하고 면회 다니고 했던 분들입니다. 노무현이 정치를 하면서 점차 마음이 바뀌었다, 대통령이 되더니 확실히 바뀐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그분들 만나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80년대처럼 돌 들고 화염병 들고, 누구하고 싸울 것입니까, 그래서 우리 모두 다 바뀌어야 합니다.”



05 노사관계의 Two Track 대화와 타협, 법과 원칙
한국노총과의 만남 쇎【?p.104


“제가 다른 선택을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두산중공업 파업, 철도 파업, 화물연대 파업 했습니다. 그 진행 과정에서 일관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부와 협의해서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정서를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정부 요구조건만 잔뜩 제시했을 뿐입니다.
노조가 아닌 화물연대에 대해서도 관련부처 장관들한테 형식 따지지 말고 대화하라 지시했습니다. 철도노조에 대해서 양보를 한 것도 한번 잘 해보자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돌아온 것은 2차 파업입니다.
여러 가지 경제가 어렵습니다. 경제가 주저앉으면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내가 시민운동가라면 그냥 결과에 대해서 책임 안지고 운동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대통령이 뭘 그리 잘못했다고 대통령 몰아붙이기를 예사로 하고, 툭하면 대통령을 공격합니다. 노동계의 주장과 항의를 다 받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노동계에 느껴왔던 아쉬움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여과 없이 흘러 나왔다. -중략-

“우리들이 볼 때 대통령님께서 노동자들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님의 뜻은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은 참여정부가 오히려 더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교가 나오는 것과 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노동자들만 속죄양이 되는 분위기는 바로잡아 주셔야 합니다. 더불어 노사분규가 많은 것이 꼭 노동계만의 잘못인?, 사용자의 귀책은 없는가 하는 점도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럽시다, 그래야지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은요, 기본적으로 투쟁성이 강한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의 횡포에 가까운 운동방식과 경향은 어떤 방법이든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게 기본 방침입니다.
더불어 비정규직,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 노동자 문제 등에 오히려 정책을 집중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려고 합니다. 제가 전체 노동자에 대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흐름, 이 바람이 부는 동안 제가 그리 가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 흐름이 조금 바뀌면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도록 합시다.”



민주노총과의 만남 쇎【?p.122


“나로서는 여러 가지 마음이 좀 복잡합니다. 옛날에 민노총 가까이서 지지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노래도 같이 부르고 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때때로 대립하기도 하면서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 어렵기도 하지만 스스로 마음을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의견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면 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싸울 때 싸우더라도 서로 보고 대화라도 하자는 의미입니다. 입장이 같을 수는 없지만 상황에 대한 이해라도 깊이 하고, 그러다가 약간의 소득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소득이 없어도 그냥 한번 봤으면 좋겠다, 그게 초청의 뜻입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가서 대통령을 완전히 공박을 해 버려야겠다, 또는 꼭 설득을 해야 되겠다, 또는 잘못을 꼭 지적을 해 주어야겠다, 그런 생각 안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자리가 있으면 왕년의 우리의 경험상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텐데, 그리 하셔도 괜찮지만 너무 딱딱하게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얘기를 나눕시다.
제가 건배를 청하지요. 우리 대한민국도 잘되어야 되지만 한국의 노동운동이 또 잘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하여!”

대통령의 건배사가 끝나자 단병호 위원장이 말을 이어갔다.

“오늘 이 자리에서 뵈니까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쁘기도 하고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 말씀을 하시면서 너무 어려운 얘기, 딱딱한 얘기 하지 말자고 하니까 제가 할 얘기가 갑자기 없어져 버렸습니다.”

모두 웃었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중략-

“새 정부의 정책을 보면 분배 정책하고는 거리가 먼 부분이 있습니다. 주5일 근무만 보더라도 여성, 비정규직의 희생 없는 주5일제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분들이 더 불이익 받도록 법이 제정되려고 합니다. 저희들이 볼 때 분배는 사라지고 성장만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골치 아프게 말해 쌌는다…….”

대통령의 넋두리에 모두 웃었지만, 시각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게 물건이 팔리고 장사가 잘 돼야 학용품도 새 것 사주고, 큰 애한테만 사줬는데 작은 애한테도 돌아가고 하지요. 나는 그리 생각합니다. 경기가 나쁘면 제일 먼저 분배가 악화됩니다. 지금까지의 통계를 봐도 경기가 나쁠 때 분배가 악화되고 그 다음에 경기가 좋아지면 살기 좋은 사람부터 먼저 돌아갑니다. 그래 가지고 경기가 상당히 좋은 기간이 오래가야 그때 비로소 분배가 개선이 됩니다.
정부의 예산을 통해서 재분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선의 분배입니다. 지금 우리가 부동산 가격 잡고 교육비 지출 줄이고 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납니다. 중소기업 인력 양성, 고용 지원 등 이런 것을 통해서 일자리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분배나 복지는 결국 일자리 창출입니다.”



07 선진국의 노동개혁 사례 연구
각국의 노사관계 개혁 리더십 모델 비교 쇎【?p.186


탄핵안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에는 고속철 차량 제작사인 경남 창원의 (주)로템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대통령은 이날 공장을 둘러보고 근로자들과 오찬을 갖기 위해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에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접했다. 공장으로 안내를 하면서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많은 근로자들이 강당에 모여 있었다. 근로자들은 환호했다. 간간히 ‘대통령님, 힘내세요!’하는 소리도 들렸다. 대통령은 ‘결코 좌절하지 않겠다’며 ‘몇 달 뒤에도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회는 개혁이 되고 변화가 올 때 진통을 겪는데 탄핵도 그런 과정으로 생각한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고통 하나하나가 헛되지 않도록 노력해 반드시 변화와 개혁으로 성공 시키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대통령을 모시고 청와대로 돌아왔다. 성남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청와대 본관 잔디밭에 내렸다. 본관 입구에 참모들이 고개를 숙이고 도열해 있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뫀 장면이었다. 이 시점에 내가 주관하는 행사들이 몰려 있어 심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비서진들과 대통령께 인사를 하고 나오는 중에 대통령이 따로 부르셨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사관계를 풀어간 지도자의 사례와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으나 국익에 도움이 된 사례,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를 찾아봅시다.”

지시를 받고 내려오면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뭔가 또 새로운 고민을 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행정관들에게 초안을 만들라고 지시를 하면서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라갔다. 먼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공한 사례로 대통령도 이미 알고 있는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의 경우를 들었다. -중략-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과 노사 모두에게 일관된 정책을 통한 학습효과가 필요하며 그로 인해 모두에게 예측 가능한 노동행정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각국이 처한 여건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외국사례의 원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통령의 고민과 의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노동은 노사관계에서 점차 노동시장 문제로 그 축을 이동하고 있었다.



09 함께 사는 사회
법 · 제도보다 중요한 정부의 의지 쇎【?p.229

참여정부 시절 마련된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이 4년을 지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2년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백만 고용대란설이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2년 계약이 만료되면 대량해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따라서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법을 좀 더 유연하고 기업 친화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제정의 취지를 흔들 수 있는 발언들이었다.
법 제정 당시 반대 입장에 있던 단체나 인사들마저 오히려 시행된 지 얼마나 되느냐며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계약기간 2년이 도래되었어도 고용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부 사업장에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는 등 긍정적 요인들도 있어 왔다.

아쉽게도 현 정부에서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2년을 맞아 학계에 시행효과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나 대부분의 연구용역 결과가 노동시장을 경직화하고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등의 결과를 제출하여 객관적 실태를 살펴볼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입법 당시, 일단 시행해보고 추후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해 나가기로 했던 약속도 지킬 수가 없게 되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입법취지인 차별시정과 남용의 방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법조항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실체가 없는 고용대란설을 주장하며 법 개정을 시도하기보다는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불법을 점검하면서 외주화 등 간접고용의 편법을 막기 위한 정책역량을 발휘했다면 입법정신에 비추어 유의미한 결과들이 있었을 것이다. -중략-

법 제정 시에 비정규직 보호문제는 비단 노동문제의 차원이 아니라 인권과 사회통합의 과제였다. 법 시행 4년이 지났다. 성과와 문제점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통해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고용지원 서비스, 능력개발 향상의 현장을 돌다 쇎【?p.236


대통령은 과거에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기도 하였다.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대통령 보고 프로그램인 ‘e-지원’을 직접 개발해 참모진들과 테스트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수정하기도 했다. 대단한 창의와 집중력을 가지신 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대통령은 공공훈련 기관의 혁신 현장과 고용안정센터의 변화를 직접 당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4월 14일 대통령은 창원 한국 폴리텍Ⅶ 대학과 부산 종합고용안정센터를 방문했다.
현장을 둘러본 대통령은 매우 만족했다. 창원 한국 폴리텍Ⅶ 대학 방문에서는 앞으로 ‘지역차원에서 고용과 훈련의 상호연계 및 산학 연계를 통해 지역수요에 맞는 맞춤형 훈련의 활성화 계기를 반드시 마련하자’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직접 로봇조립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략-

이어 제 2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행사를 마친 후 대통령은 광주 종합고용안정센터를 방문했다. -중략- 이 자리에서 대학생 취업캠프에 참여한 한 여학생이 ‘대통령님! 목소리가 좋습니다’하고 소리치자,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를 가리키면서 ‘그래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말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이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보좌하면서 고용지원 서비스 선진화 정책만큼 대통령이 하나하나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만들어낸 정책은 없었던 것 같다. 모시는 우리도 즐거웠다.



피네우스왕과 신들의 왕 제우스 쇎【?p.245

작년 가을 추수 후 봉하마을을 찾았다.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비서관이 여사님을 모시고 있었다. 하루 전 언론에 황망한 소식이 들려 왔었다. 대통령 묘소 인분 투척 사건이었다. 참 너무들 한다 싶었다.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는 피네우스라는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현명한 왕이었던 그에게 지혜의 신 아폴론이 예언능력을 선물한다. 예언하는 능력을 받은 피네우스는 나라를 더 잘 다스린다.
그러다 제우스가 인간 처녀를 좋아하게 되어 헤라의 질투로 그 마을이 위험에 처할 것을 알게 된 피네우스가 이를 예언하자, 제우스가 벼락을 내려 그의 눈을 멀게 한다. 그리고 피네우스가 음식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괴물새들이 날아와 음식을 다 빼앗아 먹고, 배설물을 갈겨 악취를 풍기게 한다.
제우스는 신들의 왕이면서,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는 신이기도 하다. 자신의 치부를 들춘, 혹은 자신의 욕망을 가로막는 자를 철저하게 벌한 제우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씁쓸했다.

여사님의 안색이 밝지 못했다. 얼마나 속상하시냐는 말 밖에 달리 위로해 드릴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만 남아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도 아픔인데, 여사님은 오죽하실까 싶어 괜히 실없는 소리가 더 길어졌던 것 같다.

못내 무거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김경수 비서관이 가져갈 것이 있다고 했다. 봉하에 여사님의 안부를 묻는 손님이 다녀갈 때면 가을걷이한 봉하쌀을 한 봉지씩 챙겨주시는 모양이었다.

“권 원장은 봉하쌀 다섯 봉지 담아 주세요.”

‘친정 동생 왔다고 인심이 너무 후하십니다’ 하면서, 김경수 비서관이 특혜임을 강조했다. 같은 안동권씨라고 종종 듣는 농담이다.

봉하 들판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추수를 끝내고도 빈 가슴만 남곤 하는 이 시절도 함께 저물기를, 새로운 시절 소식이 들려오기를 들판 너머 하늘 어디쯤에 빌었다.



에필로그 쇎【?
몇 년 전「거꾸로, 희망이다」라는 책에서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에게 김어준 씨가 물었습니다. 대통령에게 나라를 책임질 정신적인 자질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있다면 정신과 의사로서 무엇을 보겠는지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자기성찰 능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공감능력을 포함한 많은 것이 그 한 가지 안에 들어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노동 분야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공공부문부터, ‘내 살림’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가자 하셨습니다.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공무원 노동 기본권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정착시키셨습니다. 또한 나를 돌아보기 위해 바깥으로 눈을 돌려 다른 나라의 개혁 사례를 연구하고, 나아가 성공한, 또는 실패한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을 공부하는 분이셨습니다.

함께 가는 나라를 만들려는 대통령에게 있어서 노동정책의 핵심은 일자리였습니다. 대통령은 일자리를 찾는 이들, 일자리를 잃은 이들, 일하기 위해 준비하려는 이들을 모두 감싸는 고용지원 서비스를 완성하는 일에 많은 투자를 하셨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을 설립하고 저를 보내 일하게 하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용정책을 통해 하려던 일은 이미 버스 안에 탄 사람 뿐만 아니라, 줄 서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들, 버스에서 쫓겨난 사람들, 버스표 살 돈이 필요한 사람들 모두에게 같이 타고 가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신명나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곁에서 도울 수 있어 힘이 났었습니다.

“함께 살자.”

노무현 대통령이 남기신 이 말씀이 생전의 그 힘 있고도 잔잔한 목소리로 실려 오는 듯합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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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권재철 전 비서관의 인연은 깊습니다. 꽤 오래전, 초선 국회의원과 노동운동가로 만난 걸로 압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권재철 비서관의 현장감각과 일처리 방식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노동은 대통령이 많은 관심을 두었던 정책이기도 하고 시대적으로도 큰 변화의 중심에 있던 분야이기도 합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때부터 이미 청와대에 있던 그를 계속 참모로 썼습니다.
권재철 비서관이 대통령의 의중을 깊이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잘 이끌어 가리란 믿음이 있었기에 그랬을 것입니다.

평소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가 하고 있는 각종 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정책이라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일 잘하는 국민들이 있는 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저절로 높아지며, 어떤 기업도 성공하게 돼 있고, 일자리와 투자가 넘친다고 보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와 근로자 직업능력개발 향상 정책의 중심역할을 바로 권재철 비서관이 맡았습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제도라는 것은 관련 집단이나 구성원들이 감당할만한 것이어야 하며 불합리한 제도를 두고 ‘힘들면 그거 안하고 다른 것 해서 먹고 살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들은 의식주가 해결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한 철학이 담긴 비정규직 보호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은 권재철 비서관이 일일이 챙겼습니다.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의 지시로 노동비서실이 민정수석실 소관으로 편재되면서 권재철 비서관과 함께 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참 열심히 일한 사람입니다.
권재철 비서관은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입니다. 참여정부 초기 대형노사분규를 거치면서도 묵묵히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를 살려 나갔습니다. 때로는 ‘보수로의 회귀’, ‘친노동 정권’이라는 노사 양측의 비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음고생을 크게 했을 것입니다.
그 시련의 과정을 대통령의 곁에서 함께 하며 숱한 밤을 새우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쓴「대통령과 노동」은 참여정부의 정책보고서이기도 하고, 대통령의 육성 기록이자 권재철 비서관의 일기이기도 합니다.
권재철 비서관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노동문제 전문가입니다. 현장 노동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을 맡아 노동행정을 총괄 지휘해왔습니다. 그 후,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을 거쳐, 최근에는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을 맡아 일자리를 통한 복지사회의 꿈을 실현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권재철 비서관의 이러한 경험과 열정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습니다. 절망을 넘어 희망의 시대가 오게 하려면, 역사가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정부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널리 전해야 합니다.
권재철 비서관이 그런 작업의 한 연장에서 자신이 겪고 느낀 것을 증언으로 정리한 일은 소중하고 고마운 일입니다.「대통령과 노동」이라는 책이 많은 분들의 손에 닿아 귀하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는 권재철 비서관이 대통령께 전해 드리던 보고서에 담겨 있던 따뜻함과 치열함이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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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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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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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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