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란 무엇인가? 그저 한핏줄이면 동포라고 말해도 괜찮은 것일까? 지금 우리는 아주 작은 가슴과 형편없는 근시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내 식구 내 핏줄이 사랑스러우면 먼 곳에서 고생하는 동포들도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야 할 것이다.
그저 생존의 일념으로 탈북한 사람들, 먹고 살기위해 어렵게 조국을 찾아 온 동포들 모두 내 식구 내 핏줄인 것이다. 얼마전 과도한 단속으로 중국 교포 한 분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한동안 슬픔과 울분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그간 과도한 단속으로 다치거나 속상한 일을 당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한 바 있지만 급기야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만 것이다.
궂은 일과 온갖 험한 일거리는 모두 그들에게 맡겨 놓았으면서도 대 놓고 무시하는 아주 천박한 사고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자연스럽게 횡횡하고 있다. 나아가 폭언과 구타, 임금 체불을 비롯한 온갖 비인간적인 일까지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과도하게 엄격한 법률은 불법체류자를 마구잡이로 만들어내면서도 엄정한 법집행인양 위험한 칼날을 번득이고 있다.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불법체류자와 같이 취급되어야 할 이유는 엉터리 법률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
---저자의 말 중에서
일요일 아침 9시경 이 부총편집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홍대 지하철역인데 몇 번 마을버스를 타느냐고 묻는다. 15번 마을버스를 타고 성서 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내게 전화를 달라고 알려줬다. 잠시 후 5층 우리 집 벨이 울려 준비를 하고 곧 내려갈 터이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말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몹시 급한 일이 생겼으니 빨리 내려와 달라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전화가 끊겼다.
다급한 목소리로 보아 심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았다. 부랴부랴 5층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도로 쪽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급하게 층계를 뛰어 내려가 도로변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 사이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사람이 낯선 사람의 멱살을 움켜쥐고 누군가를 건물 벽돌담으로 밀어붙이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 사이를 이 부총편집장이 달라붙어 말리려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야 이 개××야. 너 그거 못 내놔? 너 죽고 싶어?” 멱살을 잡힌 젊은이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호흡을 못 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조그만 손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싸움을 말리고 있는 이 부총편집장이 나를 보자마자 조금 전의 상황을 내게 알려준다.
“지금 멱살 잡힌 저 분들이 중국 장춘에서 온 한족 손님인데, 조금 전 마을버스에서 내려 비디오로 마을의 전경을 찍고 있는데, 마침 차도를 무단 횡단하여 이쪽으로 오던 소년의 아버지가 왜 내 자식 도로 횡단하는 걸 찍느냐고 다짜고짜 달려들어 시비를 걸어 온 겁니다.”
장춘에서 온 사람들은 한족인 관계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까닭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이 말을 듣고 급히 달려들어 둘을 떼어 놓으려 애썼으나 허사였다. 아침인데도 입에선 술냄새가 진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