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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한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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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7176151
ISBN10 899717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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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최정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2002년 전북 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4년 〈시선〉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밤에도 강물은 흐른다』가 있다. 전주문학상, 시흥문학상(수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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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

뒷문밖엔 이마 서늘한 그늘이 산다
저 늙고 병든 짐승
윙윙 댓잎 같이 날선 바람을
사철 등에 업고 산다
한나절도 못되어 슬금슬금 뒷걸음쳐
구석까지 밀려나 바싹 엎드린다
어둑발 들이치기 무섭게 몸져 누워버린
발톱은 늘 축축하다
마흔 해도 더
싸리꽃잎처럼 붉은 송아지 울음을,
자욱이 깔리는 저녁연기를, 사랑하면서도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해 괴괴한
열사흘 달빛에 곤두서는 털가죽
앞마당 가득 출렁이는 햇살은
뒤뜰에 엎드린 짐승의 뜨거운 입김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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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지다. 이 한 마디로 그녀의 시는 모든 것들을 여실하게 옹립한다. 허투루 그냥 두루뭉수리 지나치는 법이 없이, 여기 우리와 더불어 있는 것들의 지난함과 찬란함과 애틋함을 잘 들여다보는 성실함이 편재遍在한다. 어떤 슬픔도 외딴 것이 아니게 잘 살게 하고 어떤 기쁨도 여사여사한 곡절로 저절로 오지 않는 것임을 알게 한다. ‘앞마당 가득 출렁이는 햇살은/뒤뜰에 엎드린 짐승의 뜨거운 입김’이라는 그윽한 응시凝視로 사물과 정황의 겹을 읽어낸다. 그러니 ‘배롱꽃에서 엄마 냄새’를 맡고 그런 ‘꽃그늘이 나를 살린다’는 전언은 무용無用을 실용實用으로 전환하는 생生의 감각으로 서늘하다. 이런 친연親緣의 감각은 삼라만상을 일깨우고 재우치는 ‘바람의 세공細工’에까지 눈길이 미치게 한다. 이렇듯 천연의 세공細工의 눈썰미가 있기에 ‘모든 길은 개미굴로부터 시작된다’는 놀랄만한 발견에 다다르게 한다. ‘쇄골 깊숙이 지친 숨이 고이도록’ 주변을 핍진逼眞하게 들여다보는 그녀는 그러나 ‘깊을수록 고요한 물의 겸허를 읽어 내는’ 마음의 눈길이 늡늡하다. 결코 과장됨이 없이 사물의 고유한 숨결을, 그 숨 냄새를 맡을 줄 아는 냅뜰성으로 소슬한 시의 진경珍景을 열어가고 있다.
유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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