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한 자 한 자마다 저자의 발소리가 느껴진다! 산의 바람 소리, 지명의 유래, 그리고 추억.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맛있게 비빈 비빔밥을 먹은 듯 포만감이 가득하다.
- 파워미디어 조정환 대표기자
이 책은 주변을 둘러보고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낼 때 새로움과 재미, 흥미까지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특히 역사가 함께하는 성남누비길은 지명의 유래만으로도 누구나 한번쯤은 편한 마음으로 누비며 다니기에 좋은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은 이 책을 산행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 비전성남 김미진 기자
산길을 걸으며 듣는 성남 이야기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 이기행 지음, 좋은땅(2018. 6.1)
별을 동경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과학은 별이 물질이라는 사실 밝혔다. 별을 바라보는 것은 돌을 바라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되었다. 이제 별을 상실한 인간들은 하나의 기호로서 무의미한 세계를 부유한다. 별이 사라진 그 자리는 기호로 상징되는 물질들로 채워졌다. 아파트, 고속철도, 휴대폰, 컴퓨터, 원자폭탄 등등. 더 이상 가치 있는 일은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도 물론 아니다. 오직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이다.
별이 새로운 것과 속도로 대체된 이 뒤죽박죽의 세계에서 문득 오래된 것, 변하지 않는 것을 만날 때 드는 반가움은 무엇일까. 이기행의 산문집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이하『누비길』)는 독자에게 내내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또 그는 말한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마르셀 푸르스트)라고.
『누비길』은 산행기행문집이다. 그런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산행이 아닌 경기도 성남시를 둘러싼 낮은 산과 줄기들, 이른바 ‘누비길’을 걸으며 발견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책의 탄생은 작가의 직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ㅡ제주올레길의 성공 이후 요즘 지자체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둘레길의 성남시판이 바로 ‘누비길’. 즉 성남시 토박이이자 성남시청 녹지과 공무원인 작가가 맡은 업무가 ‘누비길’ 관리업무였다는 것. 『누비길』은 성남토박이 사내의 고향사랑이자 자신이 맡은 업무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한 공무원의 비망록이다. 그렇기에 글은 더욱 진솔하고 더욱 촘촘하며 더욱 서정적이다.
작가는 누비길 1구간 남한산성길ㅡ2구간 검단산길ㅡ3구간 영장산길ㅡ4구간 불곡산길ㅡ5구간 태봉산길ㅡ6구간 청계산길ㅡ7구간 인릉산길, 총 62Km의 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해발 500m의 산들을 넘고 또 넘는다. 그 푸르고 변함없는 산길을 걸으며 자연과 역사를 이야기하고, 고개이름을 호명한다. 나무들(참나무, 이팝나무, 꽝꽝나무, 자작나무 등)과 새들(소쩍새, 딱따구리, 두견새 등)의 이야기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남한산성을 비롯해 산천 곳곳에 새겨진 병자호란의 숨겨진 아픔들을 반추하는 대목에서는 내일의 희망을 얘기한다. 또 그렇게 길을 걷다 만나는 수많은 고개 이름들. 옛날에 한 장사가 살았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 힘이 셉니까?”하면 항상 “보통이죠.”하여, 장사가 사는 마을은 보통골이 되었고 보통골고개가 생겼다는 재밌고도 어이없는 얘기. 이배재고개, 갈마치고개, 태재고개, 반보기고개, 휘남에고개 등등 사연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새 책을 다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오래되고 변하지 않은 것들을 만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성남의 산과 들에 어린 숨결들을 씨줄과 날줄로 곱게 엮었다. 꼼꼼한 자료조사와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누비길’이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여튼 성남시민의 필독서로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유익함과 재미를 두루 갖춘 『누비길』과 함께 ‘여행에 필요한 새로운 눈’을 키웠으면 좋겠다. 물론 객관적인 기행문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가 밤하늘의 별처럼 소중히 독자의 손에 들려지기 바란다.
2018. 7.
서상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