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가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인생의 목적을 찾았듯이 나도 그렇게 하면 내 미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덤으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우정을 지킬 수도 있고 말이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으려면, 먼저 내가 진짜 하기 싫은 일부터 해야 할지도 모른다. 매일 한 개씩 두려움을 극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달성해야 할 인생의 목표를 찾게 될 것이다. ---p.27
두려움은 상대적인 것이다. 어떤 이들에겐 무대에 오르는 것이 대수롭지 않지만 나는 무대에 오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피해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면, 그것은 분명 부딪쳐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나는 노트북의 달력을 열어 다가올 1년의 세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p.31
그때 정말로 상어가 나타났다. 길이가 2미터 남짓한 상어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마코 상어였다. 내가 상어지기를 할 때 나타났던 바로 그 놈이었다. 놈이 30센티미터 앞까지 다가왔을 때 거스가 생선을 확 잡아당겼다. 놈은 식사를 놓친 것에 화가 났는지 창살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갑자기 케이지가 비좁게 느껴졌다. 마코 상어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놈이 갑자기 뒤로 물러나더니 창살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다섯줄의 이빨이 금속과 만나 기분 나쁜 쇳소리를 냈다. 내가 어찌나 겁에 질렸던지 산소호흡기 밖으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로널드의 말마따나 마코 상어는 몸이 가늘어서 조금만 비스듬하게 기울이면 20센티미터 간격의 창살 사이로 충분히 들어올 수 있었다. 꼼짝없이 난 죽었구나, 싶었다. 피붙이도 잡아먹는 놈이 나를 살려줄 리 만무했다. 놈이 또 다시 대가리를 케이지 안으로 쑤셔 넣었다. 해류가 또다시 마코 상어의 주둥이 앞으로 나를 밀었고,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천장에 매달렸다. ---p.74
“이제 배럴 횡전(barrel roll)을 하게. 조종간을 왼쪽으로 당긴 상태로 쭉 나아가는 거야. 그러면 전투기가 옆으로 360도 회전하게 되지.”
갑자기 겁이 와락 났다. 나는 조종간이 내 왼쪽 다리를 짓누를 때까지 힘껏 조종간을 당겼다. 우리는 옆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옆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반짝거리던 잿빛 바다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바뀌었다. 강한 압력을 느꼈다. 그러다가 바다가 시야에 들어왔고, 우리는 다시 똑바로 날고 있었다.
“끝내주게 멋지지?”
붐이 웃음기를 머금고 물었다. 진짜 끝내주게 멋지긴 했다. 너무 놀라워서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해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전투 개시!”
슬릭의 목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쉬이익!” 두 대의 전투기가 서로 왼쪽 날개를 스칠 듯 지나쳤다. 레니는 둥근 활 모양을 그리며 높이 날아올랐다. 필시 나를 앞지르려는 것이다.
“레니를 가로막아! 어서!”
붐이 소리쳤다. ‘레니를 가로막으라고? 나보고 레니의 전투기를 두 동강 내라는 소리야?’
“기체를 왼쪽으로 기울여!”
붐이 지시했다. 나는 천천히 비행기를 왼쪽으로 기울였다.
“더 세게! 더 세게!”
나는 이를 악물고 조종간을 왼쪽으로 더 세게 밀었다. 비행기가 좌우로 흔들리더니 90도로 기울어졌다. 양 날개가 완전히 수직으로 곧추섰다. 왼쪽 창문을 흘끗 내려다보았다. 오, 맙소사, 보이는 건 온통 바다뿐이었다. ---p.163
산을 오르는 것은 지구상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 야영과 운동을 합친 것이다. 숲에서 대변을 본 적이 있는가? 한 번 해보시라. 내가 왜 그렇게 야영을 끔찍해 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중년의 골프광의 입을 빌어 우주가 내게 킬리만자로를 오르라는 계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2만 5천 명이 넘는 등산객들이 킬리만자로에 오르지만, 그중 40퍼센트만 정상을 밟았다. 다시 말해 1만 5천 명이나 정상을 밟지 못하고 되돌아왔다고 하니 잠시 망설여졌다.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랐다가 혼쭐이 나고 돌아왔는데, 내가 킬리만자로에 오를 수 있을까?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다가 자칫 목숨을 잃는 수도 있는데, 죽는 데도 참 가지각색이란 생각이 들었다. 등산객들은 말라리아, 장티푸스, 황열병, 간염, 뇌수막염, 소아마비, 파상풍, 콜레라 등에 걸려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런 것들은 백신 주사를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안개를 막아줄 주사 같은 건 없다.…하지만 킬리만자로 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고산병이었다. 고산병은 너무 빨리 높은 곳에 올라갈 때 발생한다. 메스껍고, 숨이 차고, 머리가 아픈 것처럼 가벼운 증상에 그칠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폐수종이나 뇌부종에 걸리기도 한다. 킬리만자로 산을 오른 많은 사람 중 80퍼센트가 고산병을 경험했고, 그 중 10퍼센트는 생명이 위독해지거나 뇌손상을 입었다. 80퍼센트 중에 10퍼센트라…. ---p.208
밥 박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다 보면 뭔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많이 고민하고 걱정해야 미래가 덜 불안하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또 그렇게 해야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나쁜 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어야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걱정이 되어야 공부할 것이기에 늘 시험에 대해 걱정한다. 자신의 외모가 고민되어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도 철저히 지킬 것이니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를 걱정한다. 그리고 걱정을 하면 덜 불안해지기 때문에 걱정을 한다.
“우리 뇌는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한 방편으로 걱정을 해요.”
“두려움이나 걱정은 기본적으로 같은 거 아닌가요?”
밥은 고개를 저었다.
“두려움은 정서적인 반응인데, 두려움을 느끼면 어떤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지요. 바짝 긴장을 하고, 근육통이 생기고, 심장이 빨리 뛰고, 땀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걱정을 하면 그런 신체적 증상을 억누를 수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은 방어기제랑 좀 더 가깝군요.”
“맞아요. 걱정을 하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걱정을 하는 것이지요.” ---p.271
“우선 자신이 걱정하는 고민들을 모두 종이에 적으세요. 오후에 30분 정도 ‘걱정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그 시간 동안 당신이 걱정하는 것들을 모두 적으세요. 날마다 하루에 30분을 걱정하는 데에만 쓰는 거지요. 종이와 펜을 항상 침대 곁에 두세요. 자려고 누웠는데 걱정거리가 떠오르면 일단 종이에 적어 두고 다음날 ‘걱정하는 시간’에 본격적으로 걱정하는 겁니다.”
“걱정거리들을 생각해내다가 더 걱정하게 되지 않을까요?”
내가 이의를 제기했다.
“반대예요. 오히려 꼬였던 문제가 쉽게 풀릴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당신이 생각한 만큼 걱정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거예요. 백 가지나 되는 여러 가지 걱정이 아니라 비슷비슷한 걱정들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아마 실제로는 걱정거리가 대략 다섯 개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어쨌든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하는 게 지긋지긋해질 겁니다. 인간은 본래 지겹다고 느끼면 곧 흥미를 잃기 마련이거든요.”
나는 밥 박사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침대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후 나를 괴롭히는 걱정거리들을 적기 시작했다. ‘몇 주 후 스카이다이빙할 때 내 낙하산이 펴지지 않는 것, 스탠드 업 코미디를 하는 무대의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다가 객사하는 것, 아직 정규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 새 직장을 구하기 전에 빈털터리가 되는 것’ 나는 적다 말고 종이를 뚫어지게 보았다. 이 모든 걱정거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두하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그렇게 걱정하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닐까. ---p.278
티모시가 나를 앞으로 밀었고, 우리는 시속 220킬로미터의 속도로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처음 몇 초 동안 든 생각은 딱 두 가지였다. 스카이다이버들이 한결같이 말하기를 “롤러코스터를 탈 때와는 전혀 달라요. 속이 뒤집히는 느낌은 없답니다. 땅으로 떨어진다기보다는 공중에 떠있는 기분이 들 거예요.” 그건 다 거짓말이다. 내가 첫 번째로 든 생각이었다. 욕지기가 밀려왔다. 잠깐이었지만 속이 메슥거렸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맙소사, 엄청 높잖아. 그런데 내가 이보다 두 배나 높은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를 거라니….” 기가 막혔다.…온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하늘과 땅이 눈앞에서 일렁거렸다. 바람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귀가 멀 지경이었다. 나는 하늘을 가르며 하강하고 있었다. 어느 새 흐렸던 하늘이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구름들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저 멀리 환상의 섬, 파이어 아일랜드가 보였다. 아름다운 해변이 햇살에 반짝거렸다. 수평선이 햇살을 반사해 내 주위는 온통 신비로운 빛 천지였다. “야-아!” 나는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강한 바람 때문에 입술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진짜. 아. 름. 다. 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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