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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된 말

구름이 된 말

: 모든 세대를 위한 동화

정오목 | 글도 | 2018년 06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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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49g | 130*190*20mm
ISBN13 9791187058311
ISBN10 118705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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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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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후회하며 뒤늦게 이 글을 올리는 제 손이 부끄럽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글을 올립니다. 용서를 구하는 일이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괴로워 견디는 일이 너무 힘이 듭니다.
당신이 제 곁에 계실 때는 늘 모든 것이 불만이었지요. 욕심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제 곁을 지켜주시던 당신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습니다. 또 당신이 제게 주시는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보잘것없다 무시했던 모든 것들이 당신은 최선을 다하며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 건네주는 것인 줄을 몰랐답니다. 그런 당신의 노고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고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고생이 아니라 당신의 의무라 생각했습니다. 자식이므로 난 마땅히 받아야 하고 누려야 할 권리라 생각했습니다.
당신 앞에서 늘 내 욕심에만 열중했었고,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없었음에 속이 상했고, 남보다 부족한 것에만 마음을 썼습니다.
결국, 나의 모든 결핍의 원인을 당신에게로 돌리며 원망했고, 반항하며 무수히 많은 불효의 말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부디 나의 그 어리석은 말들이 당신의 귀에 닿지 않았기를 기도하고, 닿고 말았다면 멀리 사라졌기를 소망하는 입장이 되었답니다.
왜 저는 당신이 나의 곁에 있을 때 당신이 주신 것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했고, 볼 줄 몰랐던 것일까요?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래서 당신에게 불평불만만 했던 것일까요? 감사의 말을 단 한 마디도 건넬 줄 몰랐던 걸까요? 지금은 그러했던 저 자신이 너무도 밉습니다. 싫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이 멀리 떠난 후에야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달라진 것이겠지요. 저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에 계신 뒤에야 그 모든 것들이 제대로 보였답니다. 저는 왜 이리 어리석은 건가요? 왜 잃고 나서야 깨닫는가요? 저는 왜 당신이 곁에 있을 때는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가요? 정말 왜 이러는 건가요? 이러는 자신이 지금 몹시 궁금합니다.
어느 날인가 당신이 어렵게 나에게 말했었지요.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엄마한테 잘해라! 나중에 후회한다.”
그러나 그 말이 당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회한이 가득 담긴 말임을 그땐 깨닫지 못했습니다. 효도 받고 싶어 하는 말처럼 들려서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런 강요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미워하는 이유 또 하나를 만들었을 뿐이었습니다. 곁에 계신 당신에게 난 왜 그리 모질었던 걸까요? 난 언제나 옳고, 모든 결정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걸까요?
이제는 당신에게 했던 그 모질고 독살스럽던 말, 눈빛,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제 가슴으로 되돌아와 박혀있습니다. 그것들은 제 가슴을 누르고 있고, 후벼 파며 피눈물이 멈추질 않게 합니다. 무수히 많은 불면의 밤을 만들기도 하고, 불안스레 새벽길을 서성이게도 하며, 하염없이 먼 산 너머를 바라보게도 합니다. 흘러가는 구름을 부러워하며 멍하니 쳐다보게 만들기도 하고, 날아가는 새나 나비에게 괜스레 부탁의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혹시 당신을 어디서 보았다면 나에게 알려 달라고.
이제는 아카시아 꽃향기를 담은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도 당신을 생각합니다. 겨울 칼바람이 양 볼을 때려도 생각이 납니다. 좋은 음식을 보아도, 맛있는 음식이 혓바닥에 감길 때도 목구멍으로 차마 넘기지 못하고 당신을 생각합니다. 옷가게에 걸린 예쁜 옷을 보아도 생각이 납니다. 멋있는 풍경 앞에서도 당신을 떠올립니다. 산길을 거닐다가도 들길을 걷다가도 바닷가에서도 당신을 생각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스름한 거리에서 당신 뒷모습을 닮은 이를 발견했을 적엔 길가 한쪽으로 비켜 앉아 하염없이 울었답니다.
당신과 함께 꽃냄새를 맡고 싶습니다. 같이 맛있는 것을 먹고, 예쁜 옷을 사드리고 싶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 함께 가고 싶습니다. 새로 이사한 집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한순간도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해가 뜨면 뜨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날이 더우나 추우나,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나쁜 일이 있으나 좋은 일이 생기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어디서나 보고 싶습니다.
바람에 말합니다. 구름에 말합니다. 나무에도 말합니다. 심지어 길가의 풀에도 해님에게도 달님에게도 말합니다. 들길을 걷다가도 산길을 걷다가도 바닷길을 걷다가도 말합니다. 지평선을 수평선을 산 능선을 보면서도 말합니다. 우리 부모를 만나거든 대신 전해달라고. 부디 이 못난 큰딸을 용서하지 말라고.........직접 용서를 빌어야 할 용기가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당신께서 저를 먼저 용서해 버리면 당신의 사랑 앞에 더욱 부끄러워 이렇게도 살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그리움이 당신에 대한 나의 업보라면 그냥 견뎌야겠지요.
다시 만날 때까지 밥 거르지 말고 꼭 잡수세요. 입맛이 돌지 않더라도 꼭꼭 씹어 삼켜야 합니다. 제가 당신 곁으로 갈 때까지 기다려주길 기원합니다. 달라진 제 모습을 보셔야 합니다.
- 당신의(마녀)딸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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