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아파트의 어두운 계단을 아들 동연이의 손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었다. 추운 겨울 날씨였던지라 동연이의 손을 잡아서 내 주머니에 넣고 함께 걸었다. 아이의 손에서 온기가 전달되었다. 우리는 어느 새 집이 있는 8층에 도달했다. 문을 열기 전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와 같이 좀 더 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전에 혼자 짐을 들고 올라 다닐 때는 8층이 멀게 느껴졌는데, 아이와 걷는 동안 8층은 너무 가까웠다. 하나님과 같이 걷는 우리의 인생길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몽골에서의 사역 기간 동안 하나님께 집중하고 그분과 같이 걷는 동안 어느새 7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혼자 걸었으면 길고 지루했을지 모를 그 길의 고비마다 하나님과 함께 나눈 추억들이 새겨져 있음으로 감사의 고백이 절로 나온다.
그분이 같이 나와 동행해주시는 한, 주변의 어두움은 두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광야나 사막 가운데 홀로 걸어가고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체온이 느껴지는 한, 나는 결코 혼자 걷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장 친밀한 동반자, 주님이 바로 내 곁에서 같이 걷고 계신다!
“그저 제가 하나님의 방해꾼이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년간의 사역을 돌아보니 선교 사역에 있어서 가장 큰 방해꾼은 다름 아닌 생각이 바뀌지 않는 나 자신임을 알게 되었다. 내 영향력이 커질수록, 내 사역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하나님의 방해꾼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처음 선교지로 나갈 때만 해도 내게 어떤 가능성이 있어서 보내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선교지에서 철이 들고 보니 “얘, 내가 하는 놀라운 일들을 함께 보지 않겠니?” 이런 마음으로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은 혼자서 일을 더 잘하실 수 있는 분이다. 그분께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분과 같이 걸으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기뻐하는 어린아이 같은 순전한 믿음의 고백을 원하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