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근처近處에서 근처가 되어 근처를 배회하는 시인이 있다. 철저한 객관적 거리일까. 말하자면 김만수 시인은 근처의 순례자다. 아주 먼 곳도 근처요, 아주 가까이 자신의 몸과 정신까지도 근처일 뿐이다. ‘어머니 근처에는 다시 어머니가 있’듯이 공간과 물질들, 그리고 사람들까지 모두 아프고도 슬픈 근처이자 그의 정신적 거처다.
그런 김만수 시인이 「시인詩人 K」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콜록거리는 봄 그 미열을 챙겨/ 거기 서성이는 물의 나라와/ 예감의 사람들에게로/ 돌아가고자 한다”라고. 그는 지금 “사원의 언어들 붉어질 때”를 기다리며 “비보호 좌회전 중”이다.
- 이원규(시인)
한?나라를?사는?시인.?우현동,?학산동,?소광리,?두호동,?동빈?바다,?영일대,?창포동,?여남포,?눌태리,?미현리,?칠포?바다,?대흥동,?서정리,?강사?포구,?청계리.?이?나라를?이루는?땅의?이름들,?바다의?이름들.?경전을?읽듯?이?나라를?읽는?시인.?가을은?가을대로?봄은?봄대로?여름은?여름대로,?돌길?짚어간?바닷가에서?해풍에?머리칼을?씻어내는?시인.?절제와?간격?속에?은밀히?이는?사랑의?물결?가리켜?시라?한다.?나라의?낮과?밤을?일구어?언어의?왕국으로?가꾸는?이?가리켜?시인이라?한다.?그의?집에서?나라의?땅과?바다,?동네들,?사람들이?생명을?새로?받아?다시?한 번?산다.?이것을?가리켜?시집이라?한다.?
- 방민호(시인, 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