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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검은 새를 기다리며

‘하얀’ 검은 새를 기다리며

청어람주니어 고학년문고-04이동
리뷰 총점9.8 리뷰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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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51g | 152*210*20mm
ISBN13 9791186419410
ISBN10 1186419415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확인 중
인증번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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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까돌이가 나갔기 때문에 나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러웠다. 그래서 까돌이네 아까시 나뭇가지 위로 날아가 울었다. 나가서 친구들과 살라니, 나는 목이 쉬도록 깍깍댔다. 우느라 날개를 제대로 칠 수가 없었다.
“누가 우나 했더니 방울이었니?”
“까앗치 까앗치 까앗치!”
“왜 그렇게 울어?”
“엄마가, 엄마가 나가래요! 까아앗 까아앗 까아앗!”
“에휴, 그랬구나!”
“까돌이는 어디로 갔어요?”
“까돌이? 벌써 떡갈나무 숲으로 갔어!”
나는 까앗까앗까앗 울면서 다시 방울나무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본문 8~9쪽


“얘들아. 재 좀 봐, 쟤!”
“그러게. 어휴, 왜 저렇게 까매? 너무 까맣다, 그치?”
“정말 새까맣다! 흉측해.”
아이들은 입을 모아 가마우지 흉을 보았다. 정말 온몸이 검어서 예쁜 데라곤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때였다.
“까만 빛깔은 흉측한 거니?”
미루가 우리에게 다가와 물었다.
“당연하죠. 미루처럼 하얀 새가 멋진 새예요.”
“우리처럼 흰색과 검은색이 섞이면 더 멋지고요. 깔끔한 신사 같잖아요!”
“맞아. 제비도 그래서 예뻐.”
백로,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고니, 가마우지까지 해미천 모래톱의 새들은 저마다 색깔이 달랐다. 백로는 온몸이 희고 가마우지는 온몸이 검었다. 백로처럼 흰 미루는 볼수록 자꾸 보고 싶은데 가마우지 곁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애들아, 새마다 자기 색을 가지고 있잖아. 가마우지도 자기 색을 가지고 있는 거야.”
-본문 47쪽


물은 은빛으로 반짝였다. 반짝임 위의 새들의 사랑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반짝였다. 그 감정은 은빛 물결처럼 반짝이다가 나를 부끄러움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까돌이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내가 알던 까돌이가 아니었다. 처음 느껴 보는 낯선 이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나는 까치까치까치 자꾸만 혼잣말을 했다. 까돌이가 돌아보더니 왜 그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모르는데…….’
그날 이후 나는 가끔씩 까돌이와 함께 연못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반짝이는 물 위에서 펼쳐지는 새들의 사랑을 바라보았다. 알을 품던 암컷은 어느새 새끼를 키웠는데 업고 다니기도 했다. 비가 내리든 햇빛이 내리든 그들의 사랑은 일상이었고, 그 가운데 아기들이 있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하는 일이라던 미루의 말이 물 위 햇빛처럼 반짝였다.
-본문 111~112쪽


어린 시절, 나는 텃새들과 함께 자랐습니다. 뒤꼍 대나무밭에는 대나무 잎사귀만큼이나 많은 참새들이 살았고, 울타리 너머 감나무에서는 늘 까치들이 우리 집을 기웃거렸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서산에서 철새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서산에는 호주에서 시베리아까지 오가는 철새들의 휴게소인 천수만이 있습니다. 천수만에는 먹을거리가 많아서 여름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가 한겨울에도 떠나지 않고, 겨울 철새인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가 한여름에도 떠나지 않는답니다.
어느 날, 그곳에서 뿔논병아리 한 쌍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일하는 사이사이 사랑했고, 사랑하는 사이사이 일을 하며 새끼를 키웠습니다. 그 사랑이 숭고하게 다가와 동화로 써 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습니다.
『‘하얀’ 검은 새를 기다리며』는 까치 방울이와 방울이의 친구들, 그리고 하얀 새 미루의 이야기입니다. 새끼 까치는 스스로 먹이를 찾을 줄 알게 되면 숲으로 이동해 또래끼리 잠자리 무리를 이루며 성장합니다. 잠자리 무리를 이루기 위해 떡갈나무 숲으로 간 방울이와 까돌이는 자신들과는 다른 하얀 새 미루를 만납니다. 낯선 것을 경계하는 까치들은 미루에게도 날을 세웁니다. 그러나 미루는 어린 까치들을 이해하며 삶의 지혜를 알려 줍니다. 방울이는 미루를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떠돌이 새이기에 가까이 할 수 없지요.
이 동화는 새들의 생태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텃새와 철새들의 삶과 사랑, 갈등을 그렸습니다. 서로 싸우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새들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청어람주니어 서경석 대표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대표님의 아낌없는 조언에 감사드리며, 삽화를 그리기 위해 천수만까지 다녀오신 장경혜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린 날 함께 했던 텃새들과 어른이 되어 함께 했던 천수만의 철새들, 그리고 서산의 소중한 인연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하얀’ 검은 새를 기다리며』의 새들을 비롯하여 나를 둘러싼 모든 인연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2018년 6월, 분당 영장산 자락에서
노경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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