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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의 여자 1
eBook

술탄의 여자 1

[ EPUB ]
서희원 | 가하 | 2012년 01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6.0 리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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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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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2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7.7만자, 약 8.9만 단어, A4 약 174쪽?
ISBN13 978896647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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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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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서희원
잔나비 띠.
천칭자리.
정신과 노인병동 간호사.
하고픈 게 너무 많은 타입.
웹툰 도전 위해 코믹스튜디오 배우는 중.

▣ 출간작
『술탄의 여자』
『늑대의 여자』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물기가 덜 마른 운희의 삼단 같은 검은 머리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꿇어앉은 그녀의 발을 덮었다. 물기 머금은 보얀 피부는 그녀를 더욱 앳되어 보이게 만들었다.
술탄은 이미 방케트 위의 쿠션에 기댄 채 상체를 벗고 운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릿빛의 단단한 근육질 몸매가 화려한 세공 장식이 된 황금촛대의 불빛 아래에 여실히 드러났다.
청초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의 운희를 술탄은 흥분된 얼굴로 뚫어질 듯이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술탄의 눈에는 욕정이 일렁이는 촛불과 함께 가득했다.
운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술탄과 마주했다.
그녀를 내내 기다리고 있던 술탄의 손이 운희의 온몸을 휘감고 있는 천 조각을 손쉽게 거두어냈다. 운희의 작은 온몸이 긴장으로 떨며 소름이 돋았다. 흔들리는 촛불 아래에 그녀의 희디흰 나신이 음영을 드리우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절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양손으로 가슴을 황급히 가렸다. 하지만 술탄은 그녀의 옷을 멀리 집어 던지고 가슴을 가리고 있는 운희의 작은 손을 거칠게 잡아 내렸다. 그러자 아직 채 여물지 않은 운희의 봉긋한 가슴이 드러났고 분홍빛 유두가 찬 기운에 닿아 꼿꼿이 세워졌다. 술탄은 욕망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운희의 덜 여문 나신을 뚫어질 듯 훑어보았다.
창백한 얼굴의 운희는 온몸의 떨림을 무시하려 부단히 애썼다. 그러면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술탄의 시선을 당당히 받아내려 노력했다. 술탄은 운희에게 바짝 다가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는 날렵해 보이는 긴 갈색 손가락을 들어 운희의 반달눈썹에서 콧등을 따라 미끄러지듯 그려 내렸다. 낯선 촉감에 운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몸이 움찔했다.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으나 그녀의 양 손목은 술탄의 커다란 손에 단단히 붙잡혀 있는 상태였다.
술탄의 손가락은 운희의 붉고 도톰한 작은 입술의 선을 따라 세심하게 그리며 턱을 따라 밑으로 계속 흘러내렸다. 그의 얼굴에는 운희에 대한 열망이 가득 담겨있었다. 술탄의 손가락이 운희의 길고 가느다란 목에서 가냘픈 작은 어깨와 가슴 계곡을 따라 연이어 흘러내리자 운희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의 손은 계속 움직였고 어느덧 운희의 봉긋한 흰 젖무덤에 이르렀다. 그의 호흡도 가빠졌다.
술탄이 운희의 분홍빛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튕기자 깜짝 놀란 운희의 유두에서 전율이 빠르게 휘몰아치며 머리끝까지 번져갔다. 너무도 긴장한 운희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마른침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녀와는 다르게 술탄의 얼굴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고 욕망이 들끓는 그의 뜨거운 시선이 도발하듯 서 있는 유두에 머물렀다. 술탄의 뜨거운 입술은 참지 못하고 운희의 분홍빛 유두를 삼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다급해진 운희는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아랍어를 빠르게 내뱉었다.
“라스투 마그리비―야(저는 무어인이 아닙니다)!”
순간 뜻밖으로 터져 나온 운희의 말에 술탄이 움찔하며 동작을 멈추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운희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우니, 네가 아랍어를 할 줄 아느냐? 네가 우리말을 할 줄 아는 것이냐?”
그는 너무도 놀란 얼굴로 흥분까지 하며 운희에게 연속적인 질문을 퍼부어댔다. 그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고, 기대로 들뜬 생기 가득한 강렬한 빛이 검은 눈동자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운희는 당황한 얼굴로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바닥에 있던 얇은 이불을 잡아당겨 가슴을 가렸다. 술탄은 둘 사이를 가로막는 이불을 잽싸게 낚아채어 침상 아래로 집어 던졌다. 그는 들뜨고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빠르게 말을 했다.
“우니, 너는 이제 무어인이 되는 거야! 그것이 바로 위대하신 알라의 뜻이자 나 술탄 시디 무하마드의 뜻이다. 자, 내 앞에서 무어인이 되겠다고 약속해라! 그것이 너에게 이득이며 정녕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술탄은 달뜬 시선으로 운희를 재촉했다. 하지만 운희는 고개를 연신 가로저으며 그의 말을 못 알아듣는 체했다.
“알라 이외는 다른 신이 없으며, 무하마드는 그의 예언자이다! 자, 나를 따라 해라.”
술탄은 사뭇 흥분하여 운희를 여전히 재촉했다. 하지만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여전히 그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술탄은 운희를 재촉하며 원하는 말을 듣기를 요구했으나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끝내 그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운희는 세자저하에 대한 자신의 정조를 지키며 술탄의 잠자리 수청을 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코 무어인이 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종내는 술탄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다다랐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운희를 밀치고 잡아먹을 듯 사납게 쏘아보았다. 그의 고함 소리에 대기하고 있던 흑인시녀들이 우르르 달려오자 술탄은 운희를 난폭하게 그들의 손안으로 밀쳐 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저 계집아이가 무어인이 되겠다고 할 때까지 족치기를 하라!”
순간 운희는 너무 놀라 움찔했다. 순간적으로 앞이 아득해졌다. 변덕스럽고 잔인한 술탄의 요구를 거절했기에 체벌이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그의 명령이 떨어지고 보니 너무도 두려웠다.
족치기는 노예에 대한 혹독한 고문 중에 하나로 양 발목을 하나로 묶은 후에 목과 어깨가 바닥에 닿도록 거꾸로 매달아놓은 상태에서 술탄이 명령한 수만큼 모질게 매질을 하는 형벌이었다. 운희도 주방의 어린 흑인 여자아이에게 들어 그 형벌이 어떤 것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득달같이 달려든 흑인시녀들에 의해 어느 작은 방으로 질질 끌려가 양 발목이 비단 끈으로 단단히 묶인 채 형틀에 거꾸로 매달렸다. 피가 아래로 쏠리자 대번에 머리와 코가 아파왔다. 천천히 형틀의 곁으로 다가선 술탄은 운희를 싸늘히 내려다보며 힘 좋아 보이는 덩치 큰 흑인시녀들에게 족치기를 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붉은빛이 돌며 단단하기가 쇠 같은 브라질 나무로 만든 곤봉을 든 흑인시녀들이 운희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매질하기 시작했다. 여인들의 매질은 한 치의 용서도 없었다.
운희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너무도 괴로워 딱 죽고만 싶었다. 그녀의 입에서 연신 비명 소리와 울음이 섞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 안에서는 삐걱거리는 형틀의 소리와 운희의 발바닥을 매질하는 여인들의 곤봉 내리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어느새 운희의 형벌 소식을 듣고 왔는지 랄라 할리마가 족치기를 당하고 있는 운희를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출입문 쪽에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가 방 안으로 들어서는 것은 짙은 향수 냄새를 통해 알 수가 있었다.
술탄이 운희에게 다가와 다시 한 번 물었다.
“우니, 고통스럽지 않은가? 알라는 위대하고, 알라 이외에는 다른 신이 없으며 무하마드는 그의 예언자이다!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외치며 시인해라. 그리하면 내가 너를 풀어줄 것이다.”
술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운희의 대답을 재촉했다.
하지만 고통으로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도 운희는 끝내 그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형틀에 매달려 있었다. 전신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어느새 그녀의 발바닥은 살갗이 터지고 피가 흥건하게 배어 있었다. 하지만 운희는 자신의 의지를 결코 꺾지 않았다. 매질은 그녀의 인내를 시험하듯 끊임없이 이어졌고 깊은 고통 속에서 그녀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운희는 소스라치는 지독한 고통에 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전신이 통증으로 찢기는 듯했다. 저절로 이가 악물어졌다. 운희의 신음 소리를 들었는지 한 흑인여자가 낡은 접시에 빵 하나와 물을 갖고 그녀 곁으로 다가와 누워 있는 운희의 머리 바로 곁에 접시와 잔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빵은 부패했는지 곰팡내가 물씬 풍겨났다. 흑인여자가 아직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는 운희 옆에 몸을 쭈그리고 앉아 혀를 차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쯧쯧. 앞으로 하루에 썩은 빵 하나와 물만 주라는 술탄의 엄명이셔. 이제 고집 좀 그만 부리고 술탄께서 원하는 대로 대답해 드리지 그래. 어차피 너는 그리스도인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나 같으면 그냥 술탄께서 하라는 대로 해서 얼씨구나 부귀영화를 얻겠다. 그게 현명한 거 아니겠어?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 여긴 술탄의 하렘이야. 술탄의 관심을 얻지 못하면 평생 쪽방 한구석에 처박힌 채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외롭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고. 그런데 술탄께서 너에게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것은 너에게도 더없는 영광이지 않겠어? 그러니 당장 무어인이 되겠다고 술탄 앞에 속히 말씀을 드려. 그렇지 않으면 넌 곧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라고!”
흑인여자는 실컷 떠들어대더니 여전히 시체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운희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녀는 커다란 몸을 일으키어 어둠 속에 운희만을 남겨둔 채 휑하니 문을 열고 사라져 버렸다.
누워 있던 운희의 눈에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독한 고통으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녀의 감은 눈 속에 정인인 세자저하의 모습이 떠오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다음 날이 되자 랄라 할리마가 힘 좋아 보이는 흑인시녀들을 대동하고 거칠게 출입문을 열고 나타났다. 운희는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깜짝 놀랐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술탄은 오전 일찍 조관들과 함께 궁을 떠나고 없었다.
랄라 할리마는 아직도 운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운희에게 무어인이 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운희가 겁에 질렸으나 묵묵히 대답을 하지 않자 랄라 할리마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흑인시녀들에게 운희를 형틀에 매달아 족치기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명령에 소스라치게 놀란 운희가 엉겁결에 몸을 뒤로 물렸으나 갑자기 달려든 검은 손들에 발목이 잡혀 다시 형틀에 거꾸로 매달리게 되었다. 곧이어 튼튼한 곤봉이 사정없이 운희의 발바닥으로 내리쳐졌다. 아직도 전날의 족치기로 선혈이 낭자하던 발바닥은 얼마의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피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다시 가해진 매질에 운희는 끔찍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새된 비명 소리를 질러댔다. 고통이 너무도 극심하여 전신을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었다. 운희는 또다시 까무룩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랄라 할리마의 명령에 운희의 얼굴에는 이내 찬물이 끼얹어졌고 그녀의 의식이 다시 되돌아오자 끔찍한 매질은 쉴 새 없이 연이어졌다. 랄라 할리마는 꺼져 가는 의식의 끝을 붙잡고 있는 운희의 귀에 대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그렇게 영원히 무어인이 되지 말고 개 같은 이교도로 남아라. 호호호.”
운희의 의식이 완전히 꺼져 버렸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다오.”
세자저하의 목소리가 들녘에 메아리쳤다.
세자저하께서 말을 타고 한양을 향하여 달리시며 여전히 슬픈 표정으로 자꾸 뒤를 돌아보신다. 슬픔에 북받친 목소리가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잘 다녀오시라고. 꼭 돌아오시어 운희를 속히 데려가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에 무엇이 걸렸는지 아프기만 할 뿐 목소리가 도저히 나오질 않았다. 가슴에 너럭바위가 얹혀 숨 막힐 듯 먹먹했다. 하늘 아래 처음으로 뫼신 정인이며 이제 운희의 단 하나뿐인 의지처인데 이렇듯 헤어지려 하니 억장이 무너져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보려나. 사모하는 내 님……. 가지 말라고 잡고 싶은데 발걸음은 왜 이렇게 천근만근 무거운지. 세자저하께서 사라진 황량한 들녘의 남쪽을 향해 울부짖는 목소리는 불어오는 바람 속에 실없이 흩어졌다.

“마, 마마! 으흐흑.”
운희는 자신의 울음소리에 놀라 깨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되어 흥건했다. 꿈에서 깼지만 가슴은 여전히 먹먹하여 절절했다. 주르륵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콧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몸을 반대편으로 뒤척이려 하자 칼로 에는 예리한 통증이 발바닥에서부터 온 전신을 난도질했다. 고통으로 숨이 턱 막혔고 정수리에서부터 식은땀이 물 흐르듯 솟았다.
그때 떠들썩한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더니 왈칵 하고 문이 열렸다. 찬바람이 안으로 들며 운희의 몸에 닿았다. 살갗에 소름이 돋고 몸이 움츠려들었다. 운희는 초점이 잡히지 않는 흐린 눈을 찡그려 초점을 맞추려 애를 썼다. 간신히 부연 시야에 흐릿한 인영이 잡히며 들어왔다.
그곳에 술탄이 서 있었다. 술탄은 시종들을 이끌고 노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쫙 끼치며 전신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소스라치며 덜덜 떨었다. 또다시 지옥 같은 족치기를 당하겠구나 생각하니 절로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에 절망이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운희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눈물이 스미어 나왔다.
그런데 자신을 향한 분노에 찬 술탄의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그는 시종들에게 뭐라고 물으며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성난 목소리로 고함을 질러댔다. 그는 거칠게 랄라 할리마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쳐댔다. 술탄이 랄라 할리마를 찾았다.
운희는 무슨 일인가 의아했지만 더 이상 족치기를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에 모든 것이 그저 두렵게만 느껴졌다. 그녀의 입술은 바싹 말라 거칠게 터져 있었고, 갈라진 틈 사이로 피가 엉겨 있었다. 그녀의 몰골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처참했다.
시종의 전갈을 받고 황급히 달려온 랄라 할리마가 화려한 구슬이 포도 모양으로 달린 탑을 입고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술탄의 앞에 냉큼 조아렸다. 그녀는 술탄의 분노가 왜 자신에게로 향하여 있는지 너무도 의아했다. 갑작스레 술탄이 랄라 할리마의 목을 커다란 손으로 움켜잡았다. 랄라 할리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막힌 숨에 헐떡거렸다.
“랄라 할리마! 그대가 이 아이를 족치기 하였는가?”
랄라 할리마는 두려움으로 크게 벌어진 눈으로 술탄을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은 빠르게 사태에 대한 파악을 했다. 그녀는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임을 시인했다. 술탄의 얼굴이 사납게 실룩거렸다. 눈에서는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얼굴빛이 분노로 인해 갈색에서 더욱 짙은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시종의 검은 피부보다 더욱 어두워 보일 정도였다.
“내가 그대에게 우니의 족치기를 명한 적이 있었던가?”
술탄의 입꼬리가 실룩 움직이며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 랄라 할리마는 긴장하여 떨며 목이 죄여져 붉어진 얼굴로 간신히 대답을 했다.
“다, 술탄을…… 위해서…… 한 것이…… 옵니…… 다.”
말을 내뱉는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를 위해서라고? 무엇이 나를 위해서라는 것이냐? 두 번 다시 주제넘게 내가 명하지 않은 일에 손을 대지 말라고 했지? 또다시 내 명을 어길 시에는 그대의 목숨과 지위를 한꺼번에 잃게 될 줄 알라! 여기에 있는 모든 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대 역시 나의 한낱 노예일 뿐임을 명심하고 앞으로는 주제넘게 더 이상 내 일에 나서지 말라!”
술탄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랄라 할리마를 사납게 노려보다 그녀의 목을 거칠게 내쳐 버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진 랄라 할리마의 목에는 붉은 손자국이 났다. 조였던 숨이 트이자 그녀는 거칠게 헐떡였다. 그녀의 얼굴은 충격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술탄은 랄라 할리마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방의 한켠에 힘없이 누워 있는 운희를 굳어진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운희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발바닥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그의 손이 발에 닿자 운희는 고통으로 까무러치듯 높은 신음 소리를 냈다. 술탄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미간 사이가 좁혀졌다.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아아이예트 아아라 따빕(의사를 불러주어라)!”
술탄은 운희를 무겁고 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무뚝뚝한 얼굴로 곁의 시종에게 운희가 무어인이 될 때까지 이 작은 방에 머물며 썩은 빵 하나와 물만 먹게 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명이 없는 한 그 누구도 운희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엄중하게 경고했다.
술탄은 몸을 돌리려다 갑자기 스친 어떤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며 운희를 바라보았다. 잠시 주뼛거렸으나 그는 곧 시종 하나만을 남겨두고 그녀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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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지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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