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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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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26g | 152*224*20mm
ISBN13 9791185393599
ISBN10 118539359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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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나라에 온 걸 환영합니다, 누구보다 고귀한 마법사님. 동쪽 나라 나쁜 마녀를 죽이고 우리 백성을 굴레에서 풀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도로시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 조그만 여자가 마법사라고 부르면서 동쪽 나라 나쁜 마녀를 죽였다고 말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얼까? 자신은 아는 것도 없고 누굴 해칠 수도 없는, 회오리바람에 실려서 멀리 날아온 꼬마 여자애가 아닌가? 지금까지 누굴 죽인 적이 한 번도 없는?
하지만 조그만 여자는 대답을 기다리는 게 분명해, 도로시는 주저주저하며 말했어.
“정말 친절하신데, 뭔가 잘못 아신 것 같네요. 저는 지금까지 누굴 죽인 적이 없답니다.”
그러자 조그맣고 나이 많은 여자가 커다랗게 웃으면서 대답했어.
“마법사님 집이 그랬으니 어차피 그게 그거랍니다. 보세요!”
조그만 여자가 집 한쪽 모서리를 가리키며 이어나갔어.
“저기에 나쁜 마녀 발 두 개가 있잖아요, 건물에 깔려서 삐져나온.”
도로시는 그쪽을 보고 겁에 질려서 비명을 살짝 내뱉었어. 진짜로, 집 한쪽 커다란 벽 밑으로 발 두 개가 삐져나왔는데, 끝이 뾰족한 은 구두까지 신었어. 도로시는 깜짝 놀라서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한탄했지.
“아, 맙소사! 아, 맙소사! 집이 저 사람한테 떨어진 게 분명해요. 어쩌면 좋죠?”
“어쩌긴 뭘 어째요.”
조그만 여자가 차분하게 말해서 도로시는 다시 물었어.
“저 여자는 누구죠?”
“저 여자는 동쪽 나라 나쁜 마녀예요, 아까 말한 대로. 우리 먼치킨한테 굴레를 씌워서 낮이고 밤이고 노예처럼 부려먹었답니다. 그런데 이제 모두 풀려나서 마법사님 은혜에 감사드리는 거예요.”
“먼치킨은 뭔가요?”
“나쁜 마녀가 다스리던 여기 동쪽 나라 백성이요.”
“할머니도 먼치킨인가요?”

허수아비는 기지개를 켜고 늘어지게 하품하더니, 이렇게 물었어.
“너는 누구니? 어디로 가는 거니?”
“나는 도로시야. 에메랄드 도시로 가는 중이고. 위대한 오즈를 만나서 캔자스로 돌려보내라 부탁하려고.”
“에메랄드 도시는 어딘데? 오즈는 누군데?”
허수아비가 묻자, 도로시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어.
“맙소사, 그것도 모르니?”
“응, 몰라. 나는 아무것도 몰라. 너도 알다시피 나는 지푸라기만 가득할 뿐 두뇌가 없거든.”
구슬픈 대답에 도로시는 마음이 아팠어.
“아, 정말 안 됐구나.”
“너랑 에메랄드 도시로 가면 오즈가 나한테 두뇌를 주지 않을까?”
“모르겠어. 하지만 나랑 가는 건 괜찮아, 그러고 싶으면. 오즈가 두뇌를 안 준다 해도 너로선 손해 볼 것도 없으니까.”
“맞아.”
허수아비가 대답하더니, 자신만만한 어투로 덧붙였어.
“두 다리랑 두 팔이랑 몸뚱이는 지푸라기만 가득해도 괜찮아, 다치질 않으니까. 누가 발가락을 밟아도 꼬챙이로 찔러도 나는 아무렇지 않거든, 통증을 못 느끼니. 하지만 사람들이 ‘바보’라고 부르는 건 싫어. 너처럼 머리에 두뇌가 있는 대신 지푸라기만 가득하다면 내가 앞으로 무얼 제대로 알 수 있겠니?”
도로시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이렇게 달랬어.
“네가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 함께 간다면 오즈한테 너를 도와달라고 부탁할게.”
“고마워.”
허수아비는 정말 좋아했어. 그래서 도로시는 허수아비가 울타리를 넘도록 돕고, 둘은 에메랄드 도시로 깔린 노란 벽돌 길을 따라 꾸준히 나아갔어.
토토는 새 일행이 처음에 마음에 안 들었어. 지푸라기만 가득 채운 사내를 맴돌며 냄새를 킁킁대다 툭하면 사납게 으르렁대는 게, 행여나 지푸라기 속에 생쥐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도로시가 새 친구에게 말했어.
“토토는 신경 쓰지 마. 절대로 안 무니까.”
“괜찮아. 토토는 지푸라기를 해칠 수 없거든. 바구니는 내가 들어줄게. 나는 그래도 괜찮아. 지치지 않거든. 내가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허수아비가 말하더니, 계속 걸으며 덧붙였어.
“내가 두려워하는 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어.”
“그게 뭔데? 너를 만든 먼치킨 농부?”
“아니, 불붙인 성냥.”

두 번째 눈을 다 그리자 주변이 훨씬 잘 보였어. 농부는 코와 입도 그렸지.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었어. 당시만 해도 입을 어디에 쓰는지 몰랐거든. 농부가 동료와 함께 내 몸뚱이랑 두 팔이랑 두 다리까지 만드는 모습을 나는 재미있게 지켜보았어. 머리를 올려서 단단히 붙일 때는 정말 자랑스러웠지.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된 줄 알았거든. 농부가 ‘이놈이 까마귀 떼를 잘 쫓아낼 거야. 진짜 사람처럼 보이잖아’ 하고 말하니까, 동료도 ‘무슨 말이야, 진짜 사람인데’라 말하고, 내 생각도 똑같았거든. 그런데 농부는 나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옥수수밭으로 가더니, 높다란 장대에 끼워서 세워놓는 거야, 네가 나를 처음 본 곳에. 그리곤 나만 남겨두고 동료와 함께 떠났어.
나는 버림받는 게 싫었어. 그래서 두 사람을 쫓아가려고 했어. 그런데 두 발이 땅바닥에 안 닿아서 장대에 낀 채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지. 산다는 게 정말 외로웠어. 방금 생겨난 터라 생각할 게 하나도 없었거든.
까마귀도 다른 새도 옥수수밭으로 수없이 날아들다 나를 보자마자 멀리 도망쳤어, 내가 먼치킨인 줄 알고. 나는 정말 기뻤어. 내가 정말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았거든. 그런데 늙은 까마귀 한 마리가 조금씩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살피다 내 어깨에 홰 틀고 앉아서 말하는 거야.
‘이런 장난질에 속을 거로 생각했다니 농부도 어리석군. 사리를 분별하는 까마귀라면 여기에 지푸라기만 가득하다는 걸 금방 안다고.’
그러더니 내 발밑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옥수수 알갱이를 마음껏 먹는 거야. 다른 새들도 늙은 까마귀가 아무렇지 않은 걸 보고 똑같이 다가와서 옥수수 알갱이를 먹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에는 주변이 새 떼로 가득했지.
나는 그걸 보고 정말 슬펐어. 내가 좋은 허수아비는 아니란 사실이 드러났잖아. 하지만 늙은 까마귀는 나를 달래며 말했어.
‘너는 머리에 두뇌만 있다면 진짜 인간이, 웬만한 인간보다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어. 까마귀든 인간이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두뇌라고.’
까마귀 떼가 날아간 다음부터 나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또 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두뇌를 구하고 말겠다고 결심했어. 그런데 다행히도 네가 나타나서 나를 장대에서 꺼내준 거야. 네 말을 듣고서 에메랄드 도시에 찾아가면 위대한 오즈가 두뇌를 줄 거란 확신도 생기고.”
“그러면 정말 좋겠다, 두뇌를 꼭 구하고 싶은 것 같으니 말이야.”
도로시가 진심으로 말하자, 허수아비도 대답했어.
“그래, 정말 구하고 싶어. 자기가 바보라는 사실이 떠오르면 정말 기분 나쁘거든.”

“나는 나무꾼 아들로 태어났어. 아버지는 숲에서 나무를 잘라 땔감을 파셨지. 나도 자라서 나무꾼이 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는 내 손으로 어머니를 보살폈어. 그러다 어머니도 돌아가셔서 혼자 외롭게 사느니 차라리 결혼하자고 마음먹었어. 그러면 안 외로울 테니까.
먼치킨 아가씨가 있었는데, 정말 아름다웠어. 나는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어. 아가씨는 내가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을 지으면 결혼하겠다 약속하고. 그래서 나는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어. 하지만 함께 살던 할머니는 아가씨가 누구하고도 결혼하지 않길 바랐어. 정말 게을렀거든. 그래서 아가씨가 자기랑 살며 요리도 하고 집안일도 해주길 바랐거든. 결국, 할머니는 동쪽 나라 나쁜 마녀를 찾아가, 결혼을 막아주면 양 두 마리랑 젖소 한 마리를 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러자 나쁜 마녀는 내 도끼에 마법을 걸고, 나는 새집을 최대한 빨리 멋지게 지어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해서 도끼질하는데, 하루는 도끼가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왼쪽 다리를 자르고 말았어.
처음에는 엄청나게 불행했어. 다리가 하나밖에 없으면 나무를 벨 수 없을 게 분명하거든. 그래서 양철 대장장이를 찾아가, 양철로 다리를 만들었어. 새 다리는 일단 적응하니까 정말 잘 움직였지. 하지만 그걸 보고 동쪽 나라 나쁜 마녀가 잔뜩 화난 거야. 내가 예쁜 먼치킨 아가씨랑 결혼을 못 하게 하겠다는 약속이 어긋나게 되었거든. 그래서 내가 다시 도끼질하는데, 도끼가 또 미끄러지면서 오른 다리를 자르고 말았어. 이번에도 나는 양철 대장장이를 찾아가서 오른 다리를 만들었어. 그런 다음에도 마법에 걸린 도끼가 두 팔을 차례대로 잘라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양철로 다시 만들었거든. 그러자 나쁜 마녀는 도끼를 미끄러뜨려서 머리를 잘랐어. 나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양철 대장장이가 우연히 찾아오더니, 양철로 머리를 만들어주었어.
나는 나쁜 마녀를 이겨냈다는 생각으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어. 나쁜 마녀가 얼마나 잔인한지 몰랐던 거야. 나한테서 아름다운 먼치킨 아가씨를 사랑하는 마음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에, 도끼가 다시 미끄러지면서 몸뚱이에 틀어박혀 두 동강 냈거든. 양철 대장장이는 다시 찾아와서 몸뚱이를 만들고 두 팔과 두 다리와 머리를 단단히 붙였어, 관절에 잇는 식으로. 그래서 예전처럼 돌아다닐 수 있었어. 그런데, 아아, 심장이 사라지면서 먼치킨 아가씨를 사랑하는 마음도 결혼하고 싶은 열망도 모두 사라진 거야. 아가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할머니와 살며 내가 찾아오기만 기다릴 텐데 말이야.

이번에는 사자가 알현실로 걸어가서 문을 똑똑 두드렸어.
“들어오렴.”
오즈가 말하니, 사자가 안으로 들어가며 선포했어.
“용기를 받으러 왔습니다.”
“알았네. 내가 너한테 용기를 주지.”
조그만 노인이 말하더니, 찬장으로 가서 높은 선반으로 팔을 뻗어 사각형 녹색 병을 꺼내더니, 녹색과 금색이 어우러지고 조각도 아름다운 사발에 내용물을 부었어. 그래서 앞에 놓자, 겁쟁이 사자는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아, 마법사가 말했어.
“쭉 마셔.”
“이게 뭔가요?”
“으음, 그게 네 몸에 들어가서 용기가 되는 거야. 너도 당연히 잘 알겠지만, 용기는 늘 몸속에 있는 거니까 네가 꿀꺽 마시기 전까진 이걸 용기라고 부를 순 없겠지. 그러니 어서 쭉 들이켜라는 거야.”
사자는 더 망설이지 않고 사발에 든 걸 한 방울도 안 남기고 싹 들이켰어.
“느낌이 어떠니?”
오즈가 물었어.
“용기가 그득해요.”
사자는 이렇게 대답하고 친구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 정말 잘 됐다고 말했어.
오즈는 혼자 남자, 허수아비랑 양철 나무꾼이랑 사자가 원하는 걸 그대로 들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빙그레 웃으며 중얼댔어.
“누구도 할 수 없는 걸 많은 사람이 해내라니, 내가 어떻게 사기꾼이 안 될 수 있겠어. 허수아비랑 사자랑 나무꾼은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나는 이들을 간단하게 충족시켰어. 하지만 도로시를 캔자스로 돌려보내는 건 상상력 이상이 필요한 만큼 당장으로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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