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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386g | 128*188*30mm
ISBN13 9788954617277
ISBN10 8954617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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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봄이란 계절하고 영 맞지 않는지, 이유도 없이 죽고 싶은 기분이 든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이 느낌을 알게 됐는데, 깜짝 놀랐다. 자살 일보직전까지 갔었지만,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자고 생각하는 동안 여름이 다가와서 위험이 물러갔음을 알았다. 그러나 삼십 년이나 살아오다 보니 지금은 그 정도까지 힘들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삼십 년이나 살아왔다’는 말이 먹구름처럼 밀려들었다. 참으로 위험한 계절이다. ---p.11

나는 나름대로 자만하는 구석이 있어서,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면 이 녀석 바보 아냐? 하고 의심하고 싶어지는 일도 있다. 한 가지 예로 술주정이라는 나쁜 버릇을 들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술에 취해서 “재미있는 일이면 뭐든지 할 테니까 곤란한 일이 생기면 여기로 전화해주세요”라는 소리를 하며 ‘켈러 오하타’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메모해서 건네주는 멍청한 짓을 상당히 많이 해왔던 기분이 든다. ---p.17

“나는 저녁이 되어 막 문을 연 바가 좋아.” 정말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p.20

“오늘 하루는 뭐 하셨어요?”
“통장정리 하고, 영화 봤어.” 나는 말하고 나서 너무나도 내용 없는 나의 하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p.21

내가 가진 센서와 보안장치가 모두 위험신호를 발하고 있었다. 이 여자의 말, 모든 곳에 빈틈이 있다.
“그렇군요.” 내가 중얼거리듯이 말하자, 그 순간 내 안의 경계 램프가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뀌었다.
“그 정도라면…….” 램프는 격렬히 깜빡거리기 시작했고 모니터에 1급 경계태세 표시가 나타났다. ‘즉시 가동 정지’라는 명령이 모든 부서에 발령되었다.
“맡아도 괜찮겠습니다.”
곤도 교코가 기뻐서 내지르는 듯한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내 안에서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전원 대피! 전원 대피!”라는 경보와 사이렌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pp.27~28

“여보세요, 곤도 교코입니다.”
“야! 너 이놈!”
아, 이런 이런. 냉정해져야 한다. 게다가 곤도 교코는 여자니까 ‘놈’이 아니다. 냉정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 분노를 전부 곤도 교코에게 쏟아내는 것은 옳지 않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의뢰를 받아버린 나 자신에 대한 원망도 있고, 끽해야 전철 앞에 떠밀린 정도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겁에 질렸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다.
“여보세요고 뭐고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런 이런. 냉정해져야 한다니까. ---p.43

“한동안 삿포로에서 떠나주세요.”
“그런 일을 했다가는 평생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없게 되어버릴 겁니다.”
너무나도 멋진 대사여서, 나는 황홀해졌다. ---p.302

나는 기리시마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 남자가 상당히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딸을 잃고, 범인을 잡기 위해 추적했다는 것도, 그것도 모자라서 부인에게도 배신당하고 그런 모습으로 죽다니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p.303

벽이 큰 소리를 내며 내 뒤통수를 쳤다.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머리를 흔드니 세상이 돌아왔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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