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아름다운 자

아름다운 자

파란시선-0023이동
정창준 | 파란 | 2018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24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7쪽 | 256g | 128*208*20mm
ISBN13 9791187756200
ISBN10 118775620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버지의 발화점

바람은 언제나 삶의 가장 허름한 부위를 파고들었고 그래서 우리의 세입은 더 부끄러웠다. 종일 담배 냄새를 묻히고 돌아다니다 귀가한 아버지의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여름밤의 잠은 퉁퉁 불은 소면처럼 툭툭 끊어졌고 물 묻은 몸은 울음의 부피만 서서히 불리고 있었다.

올해도 김장을 해야 할까. 학교를 그만둘 생각이에요. 배추 값이 오를 것 같은데. 대학이 다는 아니잖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생계는 문제없을 거예요. 그나저나 갈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길, 두통약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남루함이 죄였다. 아름답게 태어나지 못한 것, 아름답게 성형하지 못한 것이 죄였다. 이미 골목은 불안한 공기로 구석구석이 짓이겨져 있었다. 우리의 창백한 목소리는 이미 결박당해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낮은 곳에 있던 자가 망루에 오를 때는 낮은 곳마저 빼앗겼을 때다.

우리의 집은 거미집보다 더 가늘고 위태로워요. 거미집도 때가 되면 바람에 헐리지 않니. 그래요. 거미 역시 동의한 적이 없지요. 차라리 무거워도 달팽이처럼 이고 다닐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아니 집이란 것이 아예 없었으면. 우리의 아파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고층 아파트는 떨어질 때나 유용한 거예요. 그나저나 누가 이처럼 쉽게 헐려 버릴 집을 지은 걸까요.

알아요. 저 모든 것들은 우리를 소각하고 밀어내기 위한 거라는 걸. 네 아버지는 아닐 거다. 네 아버지의 젖은 몸이 탈 수는 없을 테니. 네 아버지는 한 번도 타오른 적이 없다. 어머니, 아버지는 횃불처럼 기름에 스스로를 적시며 살아오셨던 거예요. 아, 휘발성의 아버지, 집을 지키기 위한 단 한 번 발화. ***


키위, 혹은

지금 둘이 살기도 빠듯하고 힘든데 애를 낳으면 어떻게 해요? 애는 누가 키우구요? 우리가 뻐꾸기처럼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것도 아닌데, 친정엄마도 아프고 시어머니도 질색이신데, 지금도 아파트 대출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도 힘이 든데 아기를 낳는 순간 직장에서 잘릴 게 뻔한데 당신이 벌어 오는 고만고만한 월급으로 세 식구가 어떻게 살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우리의 삶을 온전히 물려주기는 싫어요. 제발 날개가 퇴화되기 전의 우리 부모들과 우리의 삶을 동일시하지 말아요.

여기서 한나절을 꼬박 날아가면 닿게 되는 뉴질랜드에는 날지 못하는 새가 있다지. 제 이름을 스스로 부르는 새라는데, 키위 새는 날개를 쓰지 않다가 끝내 날개가 퇴화되어 손톱만큼도 날지 못하고 땅 위를 걸어 다닌다지, 그러다가 물려 죽거나, 제 몸의 4분의 1이나 되는 알을 낳다가 대부분 죽는다는데, 혹시 순산을 하게 되더라도 평생을 날개 없이 걸어 다녀야 하는 숙명을 물려주어야 한다는데, 키위 새가 사는 법은 알을 낳지 않은 것, 그리고 알을 낳지 않기 위해서는 짝짓기도 하지 않는 것,

우리처럼. ***


52-hertz whale

너희는, 오랫동안 나를 두고, 나의 언어를 두고,
독백이라고 했다. 진화가 덜된 목소리라고도 했다. 그래서,

내가 이상해?
네가 사라져야 비로소 밤은 찾아왔다. 장국영이 죽고서야 벚꽃이 떨어졌듯이. 목소리를 묻어 버리는 목소리야말로 대낮처럼 폭력적이야. 대부분의 낮을 나는 열대우림의 나무처럼 얇은 목피 속에서 침묵하지. 끈끈하고 불쾌한 습도를 참아 내며 서 있어도 평범의 바깥에는 다른 평범함이 서 있을 뿐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어. 시청률과 조회 수와 판매량의 반대편으로 향하는,
내가 이상해?
주파수가 혼선된 해적 방송 같아? 단 한 번도 밤이 푸르지 않았던 너희는 아침의 채도를 몰라. 일조량에 따라 조건반사로 벌어지는 꽃송이처럼 떨어질 날들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 나는 파미르의 이방인, 지극히 관조적이고 낯선. 너희는 나와의 교집합을 강요했지만 나는 합집합을 떠올리지. 단 한 번도 너희를 배제하지 않아. 하지만

아무도 들을 수 없어야 나는 마음껏 말할 수 있어. 내가 이상해?

서로 다른 부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 심해의 생물이 되었으리. 시가 없었다면 우리는 괴물이 되었으리. 수중의 두터운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나의 울음은 아무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이해의 방식이 잘못되었던 거야. 내 신음과 웃음도 구별하지 못하던 당신들이… 내 소리만을 갖고 나를 이해하려 했던 잔인함이…

너희는 왜 알아듣기 싫은 말만 하는 걸까. 내가 이상한 거야?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 말이야, 책상 칸막이 너머로 모조리 정수리만 보여. 그게 너무 무서워. 일종의 환공포증일까. 도대체 성실이라는 말 속에 울림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성실은 착취의 풀메이크업 버전이야. 애국은 매국자가 선점해 버리고 진실은 위선자의 무기가 되고 있어. 오히려 거짓이라고 발음의 음장 속에 진실은 숨어 있어. 숫자와 탐욕이, 행간과 절실함이 서로 같은 헤르츠를 공유한다고 믿어. 이런 내가

이상해?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정창준은 사회학적 상상력, 정치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시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의 폐허처럼 쓸쓸한 내면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꿰뚫는다. “바람은 언제나 삶의 가장 허름한 부위를 파고들”지만 어두운 현실을 비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소각하고 밀어내기 위한” 모든 것에 아버지는 “집을 지키기 위한 단 한 번”의 “발화”를 하며 온몸으로 저항하는 방법을 택한다(「아버지의 발화점」). 그에게 시인은 우울과 비관에 머무는 자가 아니라 좀 더 완강한 내면적 벽을 꿈꾸는 자이며(「캥거루의 밤」), 세상의 소음과 친해지며(「소음 보청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욱 고통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클라인 씨의 병」).
구멍 난 가슴을 채우는 슬프고 단단한 시들, 정창준은 시가 발화하는 지점과 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시인이다. 뿌리 없이 휘청거리는 사람들, 뿌리 뽑혀진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버려진 것들에게 다가가 소곤대고 다독거리며 함께 울어 주는 시들을 그는 보여 준다. 쓸쓸한 등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는 언제쯤 슬픔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아름답게 태어나지 못한, 창백하고 불안한 영혼들을 온 힘으로 받치고 있는 시편들은 상처의 바깥이 상처를 덮으며 고통스럽게 아름답다.
- 정재학 (시인)
시 「아버지의 발화점」은 가난과 부끄러움 그리고 죄의식이라는 세 항목의 역학 관계를 통해 ‘발화점(發火點)’이 장전될 수 있었음을 보여 준다. 니체는 ‘도덕의 근본 개념’ 중 하나인 죄(Schuld)는 부채(Schulden)에 의해 발생한다고 했다(그러고 보니 죄와 부채의 독일어 어원이 같다). 부채 관계에서 빚을 상환하지 못할 때 가해지는 형벌의 잔인함에 대한 채무 의식이 결국 도덕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빚을 지는 순간 죄인이다. 도덕의 기원으로서 ‘빚(채무 의식)’은 원죄 의식에 닿아 있는 것이다. 마우리치오 라자라토는 니체의 이 ‘빚을 진 자(L’homme endette)’의 형상을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기 위해 ‘부채 인간(homo debitor)’이라는 개념적 도구로 새롭게 창안하기도 했다. 『부채 인간』에서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힘은 ‘자본’이 아니라 사회, 개인, 도덕 등 경제적이지 않은 모든 가치들을 경제적 효용 가치로 환원해 버리는 ‘빚’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가난과 죄의식은 ‘빚’에 의해 결합된 원죄 의식에 닿아 있는 것이다. “빚 있는 자”만이 죄의식을 가질 수 있다면, (니체는 유일신의 기독교 비판으로 나아갔지만) 이 죄의식이 인간을 윤리적 주체로 정립하는 기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난한 “빚 있는 자”만이 “남루함이 죄였다”라고 발화(發話)할 수 있다.
- 박정희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